[美 대선]"멈출 수 없는 샌더스"..중도파 분열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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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멈출 수 없는 샌더스"..중도파 분열도 한몫했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2.25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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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네바다주 코커스서 46%대 지지율
중도파의 분열이 샌더스 쏠림현상으로 이어져
블룸버그 후보는 샌더스에게 '선물'이라는 평가도
같은 진보 성향의 워런 의원 표도 대부분 흡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이 거센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각) 민주당의 대선후보 3차 경선인 네바다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샌더스 의원은 46%대 지지율을 얻으며 압승을 거뒀다. 일부 외신은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멈출 수 없는 샌더스"라고 평하거나, 혹은 샌더스 의원의 이름을 빗대어 "샌드 스톰(Sand Storm)"이라고 표현했다. 샌더스 의원의 질주는 거침이 없었고,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듯 보인다. 

이제 전세계의 관심은 내달 3일(현지시각) 슈퍼화요일에 쏠려있다. 이날은 14개주에서 총 1357명의 대의원을 결정하는 날이다. 샌더스 의원이 슈퍼화요일에서도 선두자리를 지킨다면 그의 독주 체제 역시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 경선에서 이토록 강한 지지를 받는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중도파 분열로 샌더스 쏠림 강화

샌더스 의원의 독주가 가능했던 이유로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바로 중도파의 분열이다.

샌더스 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진보 성향을 띠고 있는 반면, 중도파 주자로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을 비롯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전 시장,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이다.

중도 성향을 띤 후보자가 늘어날수록 중도파를 지지하는 세력은 분열될 수 밖에 없다. 

최근 신세대 유권자가 늘어난 것도 중도파의 분열에 한 몫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젊은 세대는 정치적인 이념보다 실용성에 더 관심이 많다"며 "특정한 정치적 이념과 결합되지 않은 신세대 유권자 수가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젊은 중도파들의 경우 정치적인 이념에 기반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어서 각 후보들이 내놓는 정책에 따라 지지하는 노선을 바꾸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 및 NBC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들이 스스로를 중도파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1989년 25%에서 현재 37%로 크게 늘었다. 더 많은 중도파 지지자들의 표가 각 후보로 분산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샌더스 의원이 강세를 보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이오와주에서 반(反) 샌더스 캠페인을 지휘한 마크 멜먼씨는 "민주당 경선에서 중도 성향의 후보가 상대적으로 많은 한 샌더스 의원은 계속해서 득을 볼 것"이라며 "중도 후보들이 더 오래 머물수록 샌더스 의원은 스케이트를 타고 질주하기가 더 쉬워진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내달 3일 예정된 슈퍼화요일부터 경선에 합류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도통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블룸버그 전 시장의 최근 '내리막'이 오히려 중도파 분열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FT에 따르면, 현 상황에서 샌더스 의원의 독주를 막을 수있는 유일한 힘을 가진 사람은 블럼버그 후보가 유일하다. 만일 블룸버그 후보가 경선에서 한 발 물러나 재정적으로 민주당 후보의 단일화를 지지한다면, 반(反) 샌더스 다수가 통합될 수 있다. 반대로 블룸버그 후보를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탈락할 경우에도 같은 기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하지만 블룸버그 후보는 지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이 기회를 놓쳤고, 다른 민주당원들은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샌더스 의원 입장에서 볼 때 블룸버그 후보는 그에게는 '선물'이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후보는 당시 TV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들의 맹공격에도 불구하고 수긍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반(反) 샌더스 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인물인 블룸버그 후보가 토론회에서 무너졌으니, 이는 샌더스 의원 입장에서는 상당한 호재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다른 후보들이 샌더스 의원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는 점도 오히려 대중들에게 샌더스의 막강함을 보여주는 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샌더스 의원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해 그를 상대할 민주당 후보로 샌더스를 밀고 있다"고 주장, 샌더스가 이기면 안되는 이유를 강조했다.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은 샌더스를 겨냥하는 공격적인 광고를 선보이며, "샌더스가 주장하는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 공약은 양극화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TV 토론회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 의원의 주택이 세 채"라며 "이 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회주의자는 집을 세 채나 가진 백만장자"라고 공격했다.

이같은 경쟁 후보들의 샌더스 의원에 대한 견제에 대해  ABC뉴스는 "샌더스 의원의 경쟁 후보들이 그에게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며 "샌더스 의원의 새로운 지위는 더욱 확실해졌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에서 열린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2차 토론회에 앞서 버니 샌더스 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이 다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에서 열린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2차 토론회에 앞서 버니 샌더스 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이 다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샌더스 의원, 워런 표도 모두 흡수

민주당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의 개표완료 결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득표율은 46.8%,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지지율은 9.7%였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샌더스 의원이 워런 의원의 표까지 모두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샌더스 의원과 워런 의원은 모두 진보 성향 주자다. 그들은 '경제적 평등'을 강조하며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 도입 등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둘은 특히 외교 및 무역 분야에서 뜻을 달리한다. 워런은 '모두를 위한 외교정책'을 강조하지만, '미국의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샌더스는 '모든 국가의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자리와 먹을거리, 교육, 의료해택 등의 글로벌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미래에 관해서도 이견을 보인다. 워런 의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미래 국제관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샌더스 의원은 "미래 과제가 기후변화와 세계적 불평등인 만큼, 세계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러시아, 인도,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런 의원과 샌더스 의원이 이견은 진보 성향 지지자들의 표를 엇갈리게 만들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워런 의원보다는 샌더스 의원의 지지자들이 크게 많은 상황이다. 

NBC뉴스는 "샌더스의 넓은 세계관은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진보 성향의 외교정책 전략가인 마일스 교수는 "(현재 외교정책에 대해) 미국 국민들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회의적이고,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외교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대중들이 불만족스러워하는 문제들이 많은데, 샌더스 의원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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