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지지율 2위 블룸버그 美민주당 후보...날선 '견제' 이겨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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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지지율 2위 블룸버그 美민주당 후보...날선 '견제' 이겨낼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2.20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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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2위 갑부..블룸버그 미디어그룹의 성공한 기업인 
금융규제 개혁안등 월가에 반하는 공약 제시..."월가 배신했다" 비난도
과거 성차별 발언·인종차별적 정책 등 약점...민주당후보들 일제히 견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 시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 시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19일 오후 9시(미 동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 토론회라고 하지만 사실상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 시장의 청문회나 다름 없었다.

2009년 3선 뉴욕시장 경선 토론회 이후 약 10년만에 토론회에 참석한 블룸버그 전 뉴욕시 시장을 반겨주는 이는 없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후보들은 과거 그의 성차별적 발언부터 시작해 인종차별적인 정책에 대한 비판까지 총 공세를 퍼부었다. 다른 후보들의 쉴 새 없는 공세에 그는 눈을 질끈 감거나 어깨를 으쓱하는 등 난감한 제스쳐를 수차례 보였다. 

그는 토론에 익숙하지도 않고, 달변가도 아니지만, 빠른 속도로 지지율을 높이고 있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다른 민주당 후보들의 집중 견제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어떤 인물이고, 어떤 정책을 내놓고 있을까. 

한 때 '월가의 황제'..성공한 기업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 시장은 2002년 1월부터 20013년 12월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뉴욕시 시장으로 역임했다. 하지만 그는 뉴욕시 시장보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블룸버그통신 미디어그룹의 수장으로 더 친숙하다. 그만큼 그가 기업인으로서 일궈낸 업적이 대단했고, '월가의 황제'라는 칭송도 따라붙게 된 것이다. 

블룸버그 후보는 존스 홉킨스 대학교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증권회사 살로만 브러더스에서 일을 하다 1981년 해고 당한다.

이 때 받은 퇴직금 1000만달러로 그는 블룸버그 LP를 설립하고 블룸버그 전용 단말기를 개발하게 된다. 당시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하던 미국 증권회사들에게 블룸버그 전용 단말기는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자신이 증권사에 근무하면서 '로이터', AP다우존스 등 종전 증권관련 정보 단말기들이 시장 참여자들이 반드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불편함을 많이 느꼈던데 착안했다.   

다양하고 새로운 디지털 금융정보를 컴퓨터 시스템으로 전달하게 함으로써 미국 월가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블룸버그 단말기는 1991년 뉴욕타임스에 제공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졌고, 이것이 오늘날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 

기업인으로 성공한 그는 엄청난 부도 거머쥐었다. 지난해 11월 포브스에 따르면, 그가 보유한 재산은 총 618억달러(약 74조원)로 세계 12위 부자다. 

일각에서는 그가 블룸버그LP의 성공으로 막대한 부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독한 열정 덕분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가 증권회사에서 근무할 당시 그의 사장은 '아침형 인간', 그의 부사장은 '저녁형 인간'이었는데, 그 두 사람의 심부름을 도맡아 하고 출퇴근을 같이 한 유일한 직원이 바로 블룸버그 전 뉴욕시 시장이었다는 일화도 있다.

그는 자신이 세운 회사의 직원들에게 똑같이 혹독하게 일을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기업가로서 성공을 누리게 되는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그 열정은 그를 정치권으로 이끌고 있다. 

블룸버그 후보는 2001년 민주당 탈당 후 공화당 당적으로 뉴욕 시장에 당선됐다. 2005년 재선에 성공하고 2007년 공화당을 탈당한 후 2009년 무소속으로 뉴욕시 3선 시장이 된다. 뉴욕시 시장 재임 시절 그는 연봉으로 단 1달러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또 9·11 테러 이후 뉴욕시 재건에 성공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얻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 시장이 1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에 참석했다. 사진=CNBC 생방송 캡쳐화면
마이클 블룸버그 미 민주당 대선경선후보가 1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에 참석했다. 사진=CNBC 생방송 캡쳐화면

'중도 성향'의 블룸버그..최근에는 '월가의 배신자'

블룸버그 전 뉴욕시 시장은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가 공화당과 민주당을 오간 것을 보더라도, 그의 성향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았음을 잘 보여준다.

다만 최근에는 그가 민주당 지지율 1위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좌측으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내놓은 공약들만 보더라도 그의 성향이 다소 왼쪽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당초 그는 친(親) 월가적 성향을 유지해왔다. 과거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에서 블룸버그는 "우리가 전화나 자동차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듯, 월가는 이제 블룸버그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고 표현할 정도로 월가 역시 그에 대해 환호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규제 방식을 바꾸겠다고 제안하자, 일부 외신들은 '월가가 블룸버그에 배신을 당했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던 그가 월가에 반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월가의 배신자'가 된 것이다. 

그는 먼저 볼커룰(Volcker rule)을 재정비하겠다고 제안했다. 볼커룰은 미국 금융기관의 위험투자와 대형화를 제한하는 금융기관 규제 방안이다. 2008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금융위기를 계기로 도입됐으나 이후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은 이를 완화했다.

이것을 블룸버그 전 뉴욕시 시장이 다시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와 함께 주식과 채권 등 모든 금융상품 거래에 대해 0.1%의 금융거래세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재무부 금융조사국의 예산을 확대해 은행권의 위험 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도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도 국책 모기지 은행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합병하는 방안, 소비자 금융 보호국 강화 등도 제안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이런 많은 제안들은 금융 규제에 대한 블룸버그의 종전 입장을 뒤집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선거캠프는 이를 부인하며, "(예를 들어 볼커룰에 대한) 그의 새로운 계획은 일반 트레이더가 아닌 투기적인 거래와 막대한 손익, 결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밖에도 블룸버그 전 뉴욕시 시장은 "총기폭력을 완전히 끝내겠다"며 총기 규제에 대한 공약도 발표했다. 흑인 빈곤층에 700억달러(약 81조원)를 투자하겠다며, 흑인 지지자들을 공략하기도 했다. 

환경 대책과 관련해서는 2030년까지 미국내 수송 탄소배출량을 50% 절감하고, 2035년부터 미국 내 신차는 오직 전기차만 허용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블룸버그통신을 매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당선 이후에도 자신의 소유 회사인 트럼프 그룹을 유지해 비판을 받은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는 "블룸버그통신의 모회사 블룸버그LP를 매각한 후 신탁 회사에 백지위임할 것"이라며 "매각대금은 블룸버그 자선재단에 기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차별적 발언에 대한 비판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 시장이 해명하자, 다른 후보들이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고 있다. 사진=CNBC 방송 캡쳐화면
여성차별적 발언에 대한 비판에 블룸버그 후보가 해명하자, 다른 후보들이 발언권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CNBC 방송 캡쳐화면

성차별 발언·인종차별적 정책·나이 등은 약점 

블룸버그 전 뉴욕시 시장에게 과거 그가 내뱉은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발언, 뉴욕시 시장 재임 당시 인종차별적인 태도 등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도 이같은 부분은 다른 후보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됐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여성에 대해 '뚱뚱한 넓적이', '말 얼굴의 레즈비언'이라고 칭하는 억만장자가 있다"며 "트럼프가 아니라 블룸버그를 말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블룸버그 LP에 근무하던 일부 여성 직원들은 블룸버그 후보가 성희롱과 모욕적인 문화를 조성했고, 자신들이 차별을 당했다는 이유로 여러 건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워런 후보는 "세금 환급 사실을 숨기고, 여성을 비하하고, 인종차별 정책을 지지하는 후보가 있다면 민주당은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뉴욕시 시장 재임 당시 내놓은 '신체 불심검문(Stop and Frisk) 강화 정책' 역시 공격의 대상이었다. 신체 불심검문 정책은 치안 대책의 일환으로, 경찰이 행인을 불러세워 소지품을 검사하는 행위다.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사람들이 신체 불심검문에 당하는 횟수가 백인보다 훨씬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인종차별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나왔다. 2013년에는 소수 인종 권리를 침해했다는 위헌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조 바이든 전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블룸버그의 신체 불심검문 정책으로 500만명의 흑인 청년이 고통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역시 "블룸버그는 자신이 중도임을 강조하지만, 신체 불심검문 정책으로 흑인과 라티노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후보는 최근 그의 신체 불심검문 정책에 대한 생각이 틀렸고, 잘못됐다고 사과한 바 있으나, 다른 후보들은 여전히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후보중 가장 고령인 나이도 그에겐 약점이다. 블룸버그와 샌더스 후보는 78세이고, 바이든 후보는 77세, 워런은 70세, 부티지지는 38세다.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은 73세다.

한편 미 공영라디어 NPR과 PBS뉴스아워가 지난 13~16일(현지시각) 민주당 성향 유권자 527명을 대상으로 실시, 1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샌더스 상원의원이 31%로 1위를 차지했으며, 블룸버그 전 시장이 19%로 2위에 올랐다. 

다소 늦게 경선에 뛰어든 블룸버그 전 시장은 내달 3일 14개주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수퍼화요일'부터 경선에 본격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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