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통신] 마스크값 15배 폭등한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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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통신] 마스크값 15배 폭등한 인도네시아
  • 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
  • 승인 2020.02.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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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확진자 0명으로 발표..조코 위도도 대통령, 부처노력 치하
코로나-19 대처에도 '중국 견제 외교' 과시하기도
시민들 위기감 크지 않은데도 마스크 사재기 상인들 '기승'
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
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감염증이 아직도 창궐하는 동안 인도네시아는 아직 확진자 '제로'인데 일부 현지 신문에선 밑도끝도 없이 열대기후가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 19)를 막아주는 것 아니냐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비슷한 기후인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도 확진자가 여럿 나온 상태인데 말이다.

확신자 제로(0) 발표 믿어도 될까

인도네시아 전체인구의 5% 정도인 약 1천만 명 이상의 화교들이 중국 본토와 활발히 물적 인적 왕래를 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중국기업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쩌면 사실 방역체계에 모종의 문제가 있어 확진자가 단순히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거나 다른 병명으로 분류되어 수면에 떠오르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발동시킨다.

그런 의구심이 실제로 신문지면에 활자화된 바 있지만 정부당국은 그때마다 관련부처 장관이 나서 국내에 확진자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도 지난 2월 11일 보고르 대통령궁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도네시아에 상륙하지 못하도록 선제적으로 조치한 정부부처들의 노력을 치하했다.

사실 방역에 실패했다면 일본처럼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하고 있을 텐데 아직 그런 아수라장이 벌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지난 일부 감염자가 발생했던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와 달리 이번만큼은 인도네시아가 실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청정지역인지도 모른다.

빠사르 쁘라무카의 한 의료용품 상점. 마스크를 전면에 진열해 놓고 있다. 사진= 배동선 통신원
자카르타 동쪽에 위치한 빠사르 쁘라무카의 한 의료용품 상점. 마스크를 전면에 진열해 놓고 있다. 사진= 배동선 통신원

우한에 머물던 印尼 국민, 나투나 섬에 임시체류시켜

인도네시아는 한국보다 이틀 늦은 2월 2일 자국 바틱에어(Batik Air) 항공기를 보내 우한과 후베이성의 인도네시아 국민들을 데려온 바 있다. 당시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던 그들은 먼저 싱가포르 바로 밑인 수마트라 바탐섬에 내려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은 후 공군 군용기로 갈아타고 나투나 섬의 임시체류시설로 이동했다.

그렇게 격리된 238명은 지난 15일, 바이러스 잠복기를 감안한 14일간의 관찰기간을 끝내고 5세부터 64세까지를 아우르는 남성 80명, 여성 158명 모두 건강하게 각자의 집으로 떠났다. 그들에겐 보사부에서 발급한 건강증명서도 지급되었다.

깔리만탄 섬 서북 해상, 서말레이시아(말레이 반도)와 동말레이시아(깔리만탄 국경 북쪽의 보르네오) 사이에 위치한 나투나 섬과 인근해역은 남중국해 끝자락에 위치한다. 이곳에 대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자 인도네시아는 강력히 반발하면서 2017년 그 해역을 ‘북나투나해’라고 새로 명명했고 지난 1월 8일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그곳이 인도네시아 영토임을 재차 못박은 바 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새삼 그 지역을 우한에서 돌아온 인니교민들의 임시 거처로 결정하면서 방역을 빌미로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를 정치적, 외교적으로 적절히 사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이 별도의 논평을 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1월 22일 라이언에어 편으로 우한을 출발해 발리를 여행하고 1월 28일 가루다항공 편으로 상하이를 향한 한 중국인이 8일 후인 2월 5일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사실이 지난 주 인도네시아에 보도되면서 발리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덮쳐 2월 초까지 1천여 마리의 돼지들이 폐사한 발리는 이로 인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욱 어수선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자카르타 시민들, 코로나-19 위기감 안느끼는 듯

하지만 자카르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위기감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주말이면 엄청난 사람들이 몰리는 몰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200여명의 한인교인들이 모이는 남부 자카르타의 한 한인교회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4명 정도였는데 그나마 교인들과 늘 악수를 나누던 장로님들은 손을 내밀지 않았고 그 대신 교회 곳곳에 손세정제가 비치되어 있었다. 동포사회는 인도네시아 평균에 비해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진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카르타 시내에서 마스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모든 약국에서 마스크가 동났고 일부 유명 약품체인점에선 회원들에 한해 하루에 두 장씩만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동부 자카르타 쁘라무까 도로(Jalan Pramuka)에 있는 의료용품 도매시장 빠사르 쁘라무까(Pasar Pamuka)에선 어렵지 않게 대량으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를 맞아 이곳 모든 가게들이 마스크를 전면에 쌓아 놓았다.

가격은 가장 일반적인 부직포 세 겹 마스크 50개들이 한 박스가 30만 루피아(약 2만6천원), 방진용 N95 마스크 20개 들이 한 박스가 150만 루피아(약 13만원)다. 이번 사태 이전의 원래 가격은 각각 2만 루피아(1700원)과 20만 루피아(1만7천원)이었으므로 최대 15배 폭등한 상태다. 현재 도매시장의 마스크가격은 일반 통신판매 주문가격과 차이가 없다.

차익을 노리고 중국과 싱가포르로 보낼 마스크를 사려고 달려온 많은 구매자들과 그들도 선뜻 살 수 없는 수준으로 가격을 높여 놓은 상인들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철두철미함은 바이러스처럼 국경을 초월한다. 

빠사르 쁘라무카 입구에 마스크 박스를 펼쳐 놓고 호객하고 있는 상인들. 사진= 배동선 통신원
빠사르 쁘라무카 입구에 마스크 박스를 펼쳐 놓고 호객하고 있는 상인들. 사진= 배동선 통신원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청정지역 지위는 여러 면에서 아슬아슬해 보인다. 혹시라도 확진자가 발생하면 오늘까지의 이런 풍경은 일순간에 바뀔 것이 틀림없다.

● 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은 1995년 당시 (주)한화 무역부문 주재원으로 인도네시아에 입성했다. 2016년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소설부문 수상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인도네시아 통신원을 지냈고, 재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 편찬위원회 공동 총괄편찬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가 있고, 한국외대 양승윤 명예교수와 함께 <막스 하벨라르>를 공동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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