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 초대형 IB 진출 '눈앞'…그룹 ‘One IB’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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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투자, 초대형 IB 진출 '눈앞'…그룹 ‘One IB’ 이끈다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2.0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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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5000억원 유상증자 결정하며 지정조건 충족
이르면 1분기 중 초대형 IB 신청...조직 개편도 마쳐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하나금융투자가 국내 여섯 번째 초대형 투자은행(IB)에 도전한다. 하나금융그룹은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실탄을 마련했다. 하나금융의 원 투자은행(One IB) 전략에서 하나금융투자의 ‘행동대장’ 역할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이르면 다음달 말 초대형 IB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초대형 IB 진입으로 증권업계 내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흥시장 진출 등 글로벌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의 경우 관련 조직‧인력을 확보한 뒤 신청할 방침이다.

◆ 초대형 IB 기반 확보…IB 부문 실적 대폭 개선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3일 이사회에서 하나금융투자에 대해 4997억3000만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다음달 26일이다. 지난해 9월말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4298억원으로 올 1분기 이익까지 반영할 경우 다음달 말 초대형 IB 조건(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의 초대형 IB 진출은 하나금융이 2018년 하나금융투자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한 이후 2년 만이다. 하나금융은 3년 간 1조7000억원을 수혈해 그룹 내 초대형 IB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나금융투자는 2018년 유상증자 이후 지난해 7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자기자본 3조원 이상) 지정을 계기로 초대형 IB로서의 기반을 다져왔다. 지난해 하나금융투자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495억원으로 2018년(1974억원)보다 77.1%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799억원을 기록, 2018년(1516억원)과 비교하면 84.6% 불었다.

사업부문 가운데 인수주선‧자문수수료가 55.0% 증가하는 등 IB 부문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3분기 누적 IB 부문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140억원, 1620억원으로 2018년 연간 수준(영업이익 1677억원‧당기순이익 116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IB 부문은 크게 채권발행시장(DCM), 주식발행시장(ECM), 인수합병(M&A), 대체투자 사업 등을 영위한다. 자기자본 규모가 클수록 대형 딜(deal)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진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자기자본 확대를 통해 IB 부문 성장을 꾀할 수 있었다.

하나금융투자가 두각을 나타내는 사업은 부동산금융과 해외 대체투자다. 지난해 추진한 관련 주요 딜로는 ▲파리 CBX 타워(약 5200억원) ▲미국 뉴욕 피어17(약 3000억원) ▲체코 프라하 MPP 오피스빌딩 등 인수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소재 오피스 리모델링 투자 등이 있다.

초대형 IB 도약을 위한 조직 개편도 마쳤다. 기존 IB그룹을 IB1그룹과 IB2그룹으로 분리, 규모를 확대했다. IB1그룹은 하나금융과의 ‘One IB’ 전략을 전담하고 IB2그룹은 대체투자 등 하나금융투자만의 IB 경쟁력 확보에 주력한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지난해 증시 침체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정체됐지만 강화된 IB 부문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형 IB 딜 등에 참여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며 “장외파생상품(OTC) 발행에도 적극적으로 임해 세일즈앤트레이딩(Sales&Trading)부문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 초대형 IB 진출로 하나금융 ‘One IB’ 전략에 기여

하나금융투자가 하나금융의 비(非)은행 강화 전략에 주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지도 주목받고 있다. 앞서 하나금융은 2025년까지 그룹 전체 순이익 가운데 비은행 부문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나금융은 특히 ‘One IB’ 전략의 일환으로 하나금융투자 초대형 IB 진출에 힘을 싣고 있다. 하나은행의 자본력과 하나금융투자의 IB 부문 영업 능력을 결합해 시너지를 추구, 그룹의 IB 부문을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 당시 박지환 하나금융투자 IB1그룹장 및 기업금융본부장이 하나금융 IB부문장, 하나은행 글로벌기업금융(CIB)그룹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또 은행 IB 부문은 이미 서울 영등포구 하나금융투자 본사에 자리 잡고 있다. 차이니즈월 규제로 같은 공간을 사용하진 못하지만 물리적 거리를 최대한 좁힌 셈이다. 신한금융과 KB금융 역시 은행‧증권사 등 주요 계열사의 협업을 통해 그룹 차원에서 IB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IB 부문 경쟁력을 바탕으로 그룹 순이익에 20% 이상 기여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2006년 11월부터 2008년 2월까지 하나금융투자(옛 하나대투증권)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어 IB부문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은행은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데다 신용등급이 높아 해외 IB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며 “은행이 객관적인 지표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 증권사는 딜을 발굴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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