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시장 1차 지각 변동…추가 M&A·OTT, 2차 재편 이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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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시장 1차 지각 변동…추가 M&A·OTT, 2차 재편 이끌까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1.21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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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SKB-T브로드 인수합병 조건부 허가
LG유플러스-헬로비전까지 1위 KT 추격...
추가 M&A 가능성도 보여
KT 내부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사안"
유료방송시장의 정체 돌파구로 OTT 부상
글로벌 OTT의 상륙·신규 토종 OTT 출범에 관심커져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합병을 조건부로 최종 허가했다. 앞서 이뤄진 LG유플러스-LG헬로비전(전 CJ헬로)의 합병까지 묶어 유료방송시장의 일차적인 재편이 마무리됐다.

그리고 업계에선 두 번째 시장 재편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딜라이브, 현대HCN 등 다른 케이블TV의 인수 합병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으며, 새로운 해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상륙에 국내 업체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가늠하고 있다.

21일 과기정통부는 심사위원회 심사결과 및 방송통신위원회 사전동의 의견을 종합해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에 조건을 부과해 최종 허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양사의 합병 작업은 8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합병법인 출병은 오는 4월 예정이다.

과기부는 합병법인에 대해 ▲IPTV 부당 전환금지 등 공정경쟁 ▲우월적 지위 남용 방지 위해 IPTV와 케이블 별도 협상 ▲시청자 권익보호 ▲ 고용 안정 등을 통해 IPTV 사업자의 SO 합병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동시에 ▲지역채널 투자 ▲콘텐츠 투자 ▲농·어촌 지역 커버리지 확대 ▲상생 협력 등에 관한 조건을 부과해 미디어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이번 M&A가 급변하는 유료방송 시장에 대응하고, 미디어 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추진된 만큼 향후 이용자 편익 증진을 위한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겠다"며 "IPTV와 케이블TV를 비롯한 미디어 업계 상생 발전에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 유료방송시장 지각변동, 1위 KT는 침착

이번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와 앞선 LG유플러스-LG헬로비전의 합병으로 KT의 독주체제였던 유료방송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현재 1위인 KT(KT 21.44% + KT 스카이라이프 9.87%)의 점유율은 31.31%다.(2019년 상반기, 과학정통부 발표 기준) 3위였던 LG유플러스(12.44%)는 LG헬로비전(12.28%)와 합병하며 24.72%를 달성하며 2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2위였던 SK브로드밴드(14.70%)는 티브로드(9.33%)를 인수하며 24.03%로 3위가 됐다. 

가입자 수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유료방송시장에서 1위를 독주했던 KT는 이번 두 건의 인수합병으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더욱이 업계에서는 추가 M&A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어 KT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받는 케이블TV 업체는 약 202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으며 6.09%의 점유율을 보유한 딜라이브다. KT가 인수하면 다시 1위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나 SK브로드밴드가 인수한다면 KT와 1위 다툼을 치열하게 벌일 수 있다. 또다른 M&A 대상 업체로는 CMB(4.73%), 현대HCN(4.07%) 등이 거론된다.

그동안 KT는 경쟁사들의 '몸집 불리기'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동일계열에서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유료방송 합산규제' 때문이다.

합산규제는 지난해 6월 일몰 됐지만 하반기 KT의 딜라이브 인수 논의가 나오자 재도입이 거론되며 중단되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서 재도입 여부를 논의 중이긴 하지만 언제 결정 날 지는 미지수다. 4월 총선 이후 21대 국회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외부에서 심각하게 바라고 있지만 정작 KT 내부적으로는 침착한 분위기다. 딜라이브나 다른 케이블TV업체 인수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향후 사업성을 바라보고 천천히 접근할 사안"이라며 "KT가 당면한 과제들 중 그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기에 급하게 신경쓰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KT는 지난해 11월 OTT '시즌'을 론칭했다. 사진제공=KT
KT는 지난해 11월 OTT '시즌'을 론칭했다. 사진제공=KT

◆ 정체 맞은 유료방송시장, 돌파구는 OT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고, KT는 아직 1등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IPTV 3사가 풀어야 할 숙제는 그대로다. 정체기에 접어든 유료방송시장 성장세를 돌파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내 유료방송사 가입자 증가율은 매년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2016년부터 지난 3년간 전년비 증가율은 6.3%, 5.9%, 3.6%로 낮아지고 있다. IPTV 가입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2017년 기점으로 가입자 수가 줄어드는 케이블TV 업계가 이런 추세를 만들어내고 있다.

반면 OTT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1085억원의 규모였던 시장은 2020년 올해 7801억원(추정치)으로 약 7배 가량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OTT는 정체를 맞은 IPTV 시장의 돌파구로 거론되고 있다.

KT는 자사 OTT '시즌'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는 글로벌 공룡 OTT업체인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모회사 SK텔레콤이 '웨이브'를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차후 협력 관계를 기대케 한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 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유료방송을 끊고 OTT로 갈아타는 '코드 커팅'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 컨설팅회사 오붐(Ovum)의 미디어 분석가 토니 군나르손은 "향후 몇 년 동안 유료방송 가입자는 조금씩 감소하고 OTT 가입자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며 "2021년 둘의 숫자는 비슷해지고 2022년에는 OTT의 가입자 수가 유료방송을 넘어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코드 커팅' 현상까지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통신사가 IPTV를 서비스하고 있다보니 각종 연계 혜택이 많고, 해외에 비해 유료방송 비용 자체가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료방송 채널 수가 더 적은 상품으로 바꾸고 OTT도 가입하는 '코드 셰이빙'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글로벌 '콘텐츠 공룡' OTT의 국내 상륙과 새로운 토종 OTT의 출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 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 박정호 SKT 사장은 지난해 디즈니플러스 측과의 만남을 인정했다. 사진=디즈니플러스 유튜브
글로벌 콘텐츠 기업 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 박정호 SKT 사장은 지난해 디즈니플러스 측과의 만남을 인정했다. 사진=디즈니플러스 유튜브

해외 OTT로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몰고 있는 '마블 시리즈'와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유한 디즈니플러스, '왕좌의 게임'과 '체르노빌'을 만들고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드라마화를 발표한 HBO맥스 등이 거론된다.

특히 디즈니플러스의 경우 SK텔레콤과 손을 잡을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말 "디즈니플러스를 만나 재미있는 것을 가져왔다. 그러나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글로벌 1위 OTT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와 제휴를 맺고 진출한 상태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의 독점 콘텐츠 공급 덕분에 매 분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초에는 '킹덤 시즌2'가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토종 OTT도 출범을 준비중이다. 국내 거대 콘텐츠 기업인 CJ ENM과 JTBC의 연합군도 통합 OTT 출시를 예고했다. 이로 인해 양사의 콘텐츠가 현재 서비스 중인 KT의 '시즌', SK텔레콤의 '웨이브'에서 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콘텐츠 제작 업체 관계자는 "해외 콘텐츠 못지 않게 한국의 콘텐츠도 세계에서 인기가 있는 만큼 누구와 누가 손을 잡았다고 해서 일방적인 우세를 보일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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