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산업 3배인 10조 8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전 세계 억만장자 2100여명이 세계 인구의 60%에 해당하는 46억명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20일 발표한 '돌봄노동에 관심을 가질 시간 : 무급 저임금 가사노동과 세계적 불평등 위기' 보고서에서 전 세계 빈곤층 여성이 매일 125억시간 무급 돌봄노동 가치는 테크산업 규모의 3배인 10조 8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옥스팜은 전 세계 인구의 약 60%인 46억명이 소유한 부(8조 2000억 달러)가 2153명의 억만장자(자산 10억 달러 이상)의 전체 재산(8조 7000억 달러)보다 적다고 밝혔다.
전 세계 상위 1%는 69억명이 보유한 재산보다 2배 많은 부를 소유한 가운데 억만장자는 2008년 1125명에서 2019년 2153명으로 10년여만에 47% 증가했다.
억만장자 중 3분의 1은 유산 상속으로 현재의 부를 갖게 된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10년간 억만장자들이 가진 재산의 연평균 수익률은 7.4%에 달했다.
부자들의 높은 수익률 원인 중 하나는 정부의 과세 실패라고 옥스팜은 지적했다. 전 세계 세금 중 4%만이 부에 대한 과세에서 나오고 전 세계 '슈퍼 리치'는 최대 30%에 달하는 조세 채무를 회피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극도로 낮은 법인세는 슈퍼리치들이 자신들이 대주주인 기업에서 이윤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준다. 2011∼2017년 주요 7개국(G7)의 평균임금은 3% 상승했지만, 주주 배당금은 31% 급증했다.
전체 무급 돌봄노동 가운데 4분의 3은 여성이 담당하고 있다. 전 세계 여성 중 무급 돌봄노동 때문에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경우는 42%였다. 이런 사례에 해당하는 남성은 6%에 불과했다.
보육노동, 가사도우미 같은 전체 유급 돌봄노동의 3분의 2는 여성이 차지하고 있지만, 저임금, 불규칙한 근무, 신체·정서적 피해가 우려되는 일자리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가사도우미 중 10%만 다른 근로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일반 노동법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다. 가사도우미의 과반수는 법률에 보장된 근로시간 제한 혜택을 못 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강제노동에 처한 340만명의 가사도우미가 매년 10억달러 정도를 강탈당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무급·유급 돌봄노동에 대한 수요는 인구증가와 고령화로 인해 향후 10년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돌봄 노동자가 필요한 사람이 2030년에 23억명에 달할 보고서는 예측했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50% 이상 더 많은 재산을 소유하는 등 성별 간 부의 불평등도 적지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2명의 남성은 아프리카 전체 여성보다 더 많은 부를 보유하고 있다.
경제 피라미드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빈곤층 여성(15세 이상)은 매일 125억시간 동안 '무급 돌봄노동'을 제공한다.
돌봄노동은 아동·노인 돌보기, 요리, 청소와 같은 일상 가사를 포함한다. 이들의 돌봄노동 가치는 10조8천억달러로 추산된다. 전 세계 테크 산업 규모의 3배다.
여성의 무급 돌봄 노동은 평가 절하된다. 옥스팜 인도 대표(CEO)인 아미타브 베하르는 "여성과 소녀들의 무급 돌봄노동이 경제와 기업, 사회의 바퀴를 움직이는 숨겨진 엔진"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가장 부유한 1%의 재산에 향후 10년간 0.5%의 추가 세금을 부과하면 교육, 건강, 노인 돌봄 등의 분야에서 1억 1700만개의 새로운 돌봄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필요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각국 정부는 빈곤층에 대한 세금을 높이고 공공지출을 줄이며 교육·의료 민영화 등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금융기구의 조언을 따른다고 보고서는 비판했다.
여성과 소녀들의 업무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수자원, 전기, 보육, 건강 관리 등 중요 공공 서비스와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주문했다.
보고서는 성차별적 경제시스템 개선을 위한 정부 정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돌봄 노동자의 권리를 실현하고 이들의 노동으로부터 가장 이득을 얻는 부유한 엘리트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 국가 돌봄 체계에 대한 투자 △ 극단적 부를 끝내기 위한 제도상 허점 보완 △ 가사노동자의 권리 보호 및 유급 돌봄 근로자들의 생활임금 보장 법제화 △ 돌봄 노동자의 의사결정 과정 참여 보장 △ 돌봄노동을 여성의 책임이라고 보는 규범과 신념에 도전 △ 비즈니스 관련 정책 및 관행에서 돌봄의 가치 인정 등 6가지 조치를 제안했다.
베하르 옥스팜 인도 대표는 "정부가 불평등 위기를 끝내기 위해 행동을 해야 할 때"라면서 "기업과 부유한 개인들에게 공평한 세금을 부과하고 서비스·인프라 투자와 여성의 돌봄 노동을 개선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옥스팜은 크레디트스위스의 '2019년 세계 부 보고서'(2019년 10월 발간)와 포브스의 '2019년 억만장자 순위'(2019년 3월 발간), 국제노동기구(ILO)의 '미래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돌봄 노동 및 돌봄직업'(2018년 6월 발간) 등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옥스팜은 매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맞춰 부의 불평등 보고서를 공개한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21∼24일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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