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신동빈 회장...사장단에 전례 없는 '쓴소리' 까닭은
상태바
깐깐해진 신동빈 회장...사장단에 전례 없는 '쓴소리' 까닭은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1.16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반기 VCM, 무겁고 엄숙 분위기로 마무리
양대 사업 축 유통·화학, 뼈아픈 실적부진
"적당주의 버리고 위닝컬처 자리 잡아야"
롯데쇼핑, 조직·의사결정 슬림화…현장경영 강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년사에 이어 지난 15일 열린 ‘2020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 구 사장단회의)’에서도 뼈아픈 독설을 내뱉어 그룹 안팎의 분위기가 을씨년스럽다.

특히 신 회장은 이날 적당주의에 젖어들지 말고,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자는 이른바 ‘위닝 컬처(Winning Culture)’ DNA를 이식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16일 그룹 관계자들은 신 회장이 신년을 맞아 처음 열린 VCM에서 마무리 발언하는 30~40분 동안 분위기가 굉장히 무겁고 엄숙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전례 없을 정도로 강한 질책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오늘은 듣기 좋은 이야기를 드리지는 못할 것 같다”며 최근 롯데의 경영성과에 대한 성찰과 함께 변화에 대한 의지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성공 스토리와 위기 극복 사례, 관성적인 업무 등은 모두 버리고 우리 스스로 새로운 시장의 판을 짜는 게임 체인저 (Game Changer)’가 되자”면서 “저성장이 뉴 노멀이 된 지금,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 성장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그룹은 많은 사업 분야에서 업계 1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성장해왔지만, 오늘날도 그러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적당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변화를 위해서는 직원 간 소통이 자유로운 유연한 조직문화를 정립하고 직원들에게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심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데 아직까지 미흡한 점이 있는 것 같다”며 “모든 직원들이 ‘변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열정과 끈기로 도전해 나가는 위닝컬처가 조직 내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 회장의 쓴소리...그룹 양대 축, 유통·화학 실적부진 영향? 

신 회장이 이처럼 질타를 쏟아낸 이유는 그룹의 사업부문 중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BU(비지니스 유닛)의 실적 부진이 가장 컸다. 무엇보다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변화하지 못했다.

실제 유통BU의 핵심인 롯데쇼핑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56%나 줄어드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신 회장이 수년째 강조했던 오프라인과 온라인 통합 서비스인 ‘옵니채널’ 구축은 정말 추진 중인가 싶을 정도로 속도가 더뎠다. 지난해 4월 내놓은 7개 유통 계열사 통합 이커머스 서비스인 ‘롯데온’은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평가다.

더불어 화학BU의 대표겪인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9564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1조8670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등에 따라 수요량이 급격히 줄며 역대 최저 수준의 마진을 기록했고, 수입의존도가 가장 높은 중국은 대규모 증설로 롯데 뿐 아니라 국내 석유화학산업 전체를 위협한다.

올해도 이 같은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해 김교현 화학BU장(부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롯데, 어떤 변화 모색하나

현재 경제상황은 예측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신 회장 의견이다. 글로벌 경제 둔화를 비롯해 국가별 패권 다툼, 저출산, 양극화, 환경문제 등 모든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 역시 이러한 변화에 맞춰 ▲빠른 의사결정 구조 ▲유연한 조직문화 ▲반드시 목표·변화를 이뤄내겠다는 ‘위닝컬처’ 등을 주문했다. 2020년 정기인사에서 젊은 리더들을 전진 배치한 이유도 빠르게 대응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변화의 바람이 가장 빨리 감지된 곳은 롯데쇼핑이다. 강 부회장은 유통BU장 선임 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섰다. 골자는 조직 및 의사결정 슬림화, 현장경영 강화 등이다.

우선 본부인력 10%를 점포 등 현장에 전진 배치한다. 고객과의 지속적인 공감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조치다.

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조직 구조도 슬림화했다. 기존 ‘팀-부문-본부’ 체계를 ‘팀-본부’ ‘팀-부문’으로 축소했다. 마케팅본부와 디지털전략본부를 마케팅 부문, 디자인실, 엘롯데부문, 프리미엄몰부문, 디지털사업부문은 백화점 사업부장 직속으로 운영한다.

이밖에 헤드쿼터(HQ) 조직을 운영한다.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e커머스 등 5개 사업부 내 스태프 조직(기획전략본부·경영지원 부문·준법지원 부문·경영개선 부문)을 통합해 투자, 예산 등을 관리한다. 이는 자원(리소스) 효율화와 사업부 간 시너지 강화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인력도 기존보다 10%가량 줄인다.

다만 지역이나 점포, 상품본부, 마케팅, 이커머스 등의 조직과 권한은 백화점 사업부 내에 유지한다.

화학BU의 경우 올해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범용제품 중심의 롯데케미칼에 스페셜티(고부가) 제품을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다. 해외 사업의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국,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공략한다. 새로운 투자보다는 기존 투자건을 본격화하고 구체화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0년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기업이 언제까지 앞만 보고 달릴 순 없다”며 “올해는 뒤도 돌아보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등 통합 법인의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롯데케미칼은 통합 원년인 올해 기존 연구개발(R&D) 인력을 ‘스페셜티’(고부가) 분야 중심으로 전면 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에탄크래커(ECC·에탄분해설비)의 경우 설비효율화(revamping)을 통해 140만톤까지 확대하는 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투자의 경우 현재 부지공사 중인데, 업황이 하도 불황이다 보니 본격 투자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커머스의 침공과 저성장, 국가 간 무역분쟁, 규제강화 등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도 불구하고 우리 롯데 내부는 경각심이나 긴장감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의 롯데가 성공해왔던 스토리나 방식으로는 더는 살아남기 힘들다”며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머무르려는 생각에 대해 신 회장도 비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임직원들이라면 높은 목표를 잡고 무조건 달성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최근에는 눈치를 보면서 적당히 버티려한다거나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한 모습이 만연해진 듯 하다"면서 "이런 그룹내 문제를 간파한 신 회장이 적당주의·위닝컬처 등을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 같으면 대표이사를 과감히 교체한 점을 고려해 시간적 여유를 줬겠지만, 올해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 30~40분가량 마무리 발언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변화에 대한 계획은 갖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유통BU의 이커머스 부문의 경우 투자를 통해 인력을 선발하는 중이고, 상반기 중 온라인통합 서비스 ‘롯데온’을 정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수합병(M&A), 인재양성, 신성장동력 발굴 등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도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