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는데...그많은 현금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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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는데...그많은 현금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12.17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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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지폐 발행 늘었으나 시중 현금 유통은 줄어
각국 중앙은행, 현금 흐름 파악에 골머리
각국 중앙은행의 현금 발행량이 늘었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현금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각국 중앙은행의 현금 발행량이 늘었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현금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전례없는 속도로 돈을 찍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유통되는 현금의 규모는 미미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시중에 뿌려진 현금의 행방을 쫓고 있지만, 이렇다할 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분석 결과 2018년말 달러의 현금 유통량이 약 1조7000억달러(약 1980조원)로, 2013년 1조2000억달러(약 1398조원)에 비해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1달러짜리 지폐는 약 124억달러 규모로 유통됐으며, 100달러 지폐의 유통량은 1조300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FRB의 이코노미스트인 루스 저드슨이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말 달러의 약 60%, 약 9000억달러 가량을 미국 밖에서 보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달러짜리 지폐의 국외 보유분은 약 75%에 달한다. 

WSJ는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했던 것을 경험한 나라들의 경우 경제가 혼란스러울 때 미국 달러화가 대비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호주의 현금 발행도 크게 늘었다. 호주중앙은행(RBA)에 따르면, 호주의 경제규모 대비 지폐 발행 비율은 약 50년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다. 이는 국민 일인당 약 2000달러의 지폐를 보유하고 있다는 계산이 된다.

이에 필립 로우 RBA 총재는 "나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많은 지폐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RBA는 발행된 지폐 가운데 매일 사용되는 지폐는 4분의 1 수준에 머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탈세와 불법지급 등 지하경제에서는 최대 8%가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분실되는 지폐는 1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필립 로우 총재는 "호주는 물론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현금의 최대 용도는 장롱예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뉴질랜드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7년 기준 뉴질랜드의 신권 가운데 국외 유출분은 약 3분의 1에 이르는데, 4년전 6% 규모였음을 감안하면 대폭 늘어난 것이다. 뉴질랜드는 이 기간 관광업이 낙농업을 제치고 최대의 수출 산업으로 떠올랐는데, 이와 관련해 아시아 지역에서 외환거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뉴질랜드 연방은행이 경로를 확인한 현금은 전체의 약 25%에 그친다.

크리스챤 호크스비 뉴질랜드 연방은행 총재보좌관 겸 경제·시장·은행국장은 "다른 중앙은행 역시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며 "왜 현금 보유가 늘고 있는지, 현금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충분한 설명을 할 수가 없다"고 언급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현금 유통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들이 현금 유통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인플레이션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현금 유통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자칫 현금 과잉발행에 빠지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스위스의 중앙은행인 스위스 국립은행은 지폐의 소모도를 눈여겨보기도 했다. 장롱에 쌓아둔 지폐는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소모가 적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RBA는 화재로 파손된 지폐에서 장롱 예금 규모를 추정하는 이례적인 방법을 취하기도 했다. 화재로 손상된 지폐를 신권으로 교환하겠다고 신청한 금액을 토대로 방정식까지 만드는 등 공을 들였지만, 현실과 잘 맞아 떨어지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관리 담당자인 행크 에셀링크는 "모두들 현금을 모으고 있지 않다고 말하지만, 현금은 틀림없이 어딘가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에는 현금을 집 안에 보관해 두다가 분실하거나 훼손되는 사고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 9월 한 남자가 고장난 보일러 속에 50만유로(약 6억5000만원)의 현금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휴가를 떠난 사이 추운 날씨로 인해 친구가 보일러를 고치면서 현금이 모두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남자는 50만유로의 돈은 물론 이에 상응하는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며 친구를 고소했으나, 법원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다. 

호주 동부의 골드코스트의 한 공사 현장에서는 약 14만달러(1억6000만원)의 현금이 발견돼 경찰이 주인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WSJ는 봉투에 넣어둔 현금을 파쇄기에 넣고 갈아버리는 사고도 매우 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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