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는 시중은행인데"...카카오뱅크만 거치면 ‘히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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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는 시중은행인데"...카카오뱅크만 거치면 ‘히트 상품’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12.11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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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주 적금' 이어 ‘잔돈 저축’ 저금통 출시
그래픽=카카오뱅크

# 회사원 유민지(25‧가명)씨는 지난 10일 카카오뱅크의 잔돈 저축 서비스인 ‘저금통’이 출시되자마자 가입했다. ‘26주 적금’ 가입을 계기로 카카오뱅크 충성 고객이 됐다. 카카오뱅크 전에 이용하던 시중은행의 잔돈 저축 서비스와 단기 적금 상품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반문했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카카오뱅크의 잔돈 저축 서비스 ‘저금통’이 2030세대 ‘짠테크(짠돌이와 재테크 합성어)’를 공략하고 있다. 소액을 자동으로 저축해주는 서비스는 시중은행에도 있었지만 저금통만큼 주목을 받진 못했다. 저금통이 ‘26주 적금’과 ‘모임통장’처럼 카카오뱅크를 거쳐 ‘히트 상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서울오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잔돈 저축 서비스인 저금통을 출시했다. 저금통을 개설하면 매일 자정을 기준으로 소비자가 선택한 카카오뱅크 입출금 계좌의 1000원 미만 잔액(1원~999원)이 저금통으로 자동 이체된다. 저금통에 쌓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10만원이다. 연 2.0% 금리가 일할 적용된다.

◆ 기존 잔돈 저축 서비스에 편의성‧재미 더해

잔돈 저축 서비스를 카카오뱅크가 처음 내놓은 건 아니다. 시중은행에서는 ‘짠테크(짠돌이와 재테크 합성어)’를 위한 잔돈 저축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IBK기업은행 ‘IBK평생설계저금통’ ▲KDB산업은행 ‘데일리플러스 자유적금’ ▲모바일금융 어플리케이션 토스의 1000원 미만 잔돈 저축 서비스 등은 카드 결제 시 일정 금액 이하의 잔돈을 저축할 수 있도록 했다.

저금통은 기존 잔돈 저축 서비스에 카카오뱅크의 강점인 편의성과 재미 요소가 더해졌다. 카카오뱅크 계좌만 있다면 앱 내 ‘저금통 만들기’에서 인증비밀번호만 입력해 저금통을 개설할 수 있다. 별도로 저축액‧저축횟수 등을 정할 필요가 없다.

저축액은 정확한 금액이 아닌 ▲자판기 커피 ▲떡볶이 ▲제주도 항공권 등으로 표현된다. 실물 저금통 저축액을 확인할 수 없는 것처럼 한 달에 한번(매월 5일)만 ‘엿보기’ 기능을 통해 저축액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카카오뱅크 측의 설명이다.

김기성 카카오뱅크 저금통 태스크포스(TF)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소액 저축 금융상품의 부담스러운 금액과 번거로운 과정의 단점을 개선했다”며 “그간 카카오뱅크가 해온 것처럼 기존 금융상품을 재해석한 대표적인 상품”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저금통 현황 이미지.
카카오뱅크 저금통 현황 이미지.

소액 저축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를 겨냥해 기존 잔돈 저축 서비스를 탈바꿈시킨 셈이다. 저금통 출시 직후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현재 자판기 커피나 막대사탕, PC방 1시간 등 자신의 저금통 현황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 재테크 카페에서는 오는 23일까지 한시적으로 제공되는 개설 축하금 ‘인증’이 이어졌다.

◆ 기존 금융상품 조금 바꿨을 뿐인데...‘히트 상품’

카카오뱅크는 저금통처럼 기존 금융상품 마케팅 방식을 바꿔 신규 고객을 끌어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6월 출시한 ‘26주 적금’이다. 26주 적금은 최초 가입 금액만큼 매주 납입 금액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가입 시 ▲10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1만원 중 하나를 선택하면 매주 그 금액만큼 증액해 적금으로 넣는다.

26주 적금과 비슷한 시중은행 적금상품으로는 ▲신한은행 ‘쏠 플레이 적금(매월 1만~50만원 이하 6개월 단기 적금) ▲KB국민은행 ‘KB리브와 함께 매일매일 적금(매월 30만원 이내 6개월 단기 적금) ▲KEB하나은행 ‘오늘은 얼마니?’(6개월 혹은 12개월~36개월 간 매일 1000원~5만원 적금) ▲위비 짠테크 적금(52주간 매일 혹은 매주 저축액을 늘리는 방식) 등이 있다.

이 가운데서도 26주 적금은 특히 젊은 층 고객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비대면에 익숙한 2030세대들은 공인인증서 없는 간편한 가입절차에 끌렸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펀 세이빙(fun saving)’ 전략도 통했다. 시중은행 적금통장에는 납입금액만 찍히지만 26주 적금에서는 납입할 때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이 하나씩 늘어난다. ‘공유하기’ 기능을 통해 SNS을 통해 지인들에게 캐릭터들을 자랑할 수도 있다. 2030세대 사이에서 적금을 인증하는 유행도 26주 적금부터 시작됐다. 지난 9월 기준 26주 적금 누적 계좌 수는 380만개를 돌파했다.

그래픽=카카오뱅크 홈페이지.
그래픽=카카오뱅크 홈페이지.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모임통장’도 마찬가지다. 이미 시중은행에서도 2000년대 초반부터 여럿이 낸 회비를 관리하는 통장‧앱을 내놓았으나 모임통장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진 못했다. 지난달 말 기준 모임통장 이용자는 480만명 이상으로 출시 1년 만에 5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모임통장 잔액은 1조2831억원억원으로 카카오뱅크 수신액의 5% 가량이다. 모임통장은 26주 적금과 함께 카카오뱅크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모임통장 역시 편의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뱅크 계좌가 없어도 회원가입만 하면 회비를 납부할 수 있다. 모임 회원들은 실시간으로 모임통장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모임 대표자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이용해 재미있게 회비 납부를 요청할 수도 있다.

◆ “고객 관리 비용만 늘어날 수도” 우려

카카오뱅크와 달리 시중은행이 단기 적금, 회비 통장을 비롯해 잔돈 저축 금융상품 마케팅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로는 ‘2030세대’와 ‘소액’이라는 점이 꼽힌다. 주 고객이 고소득자‧고액자산가가 아닌 데다 수신 규모가 적어 단기적으로는 은행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또 2000만명~3000만명 고객이 있는 은행으로서는 신규 고객 범위도 제한적이다. 카카오뱅크 계좌 개설 고객은 절반인 1000만명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초기 많은 소비자를 끌어와야 하지만 이미 고객을 확보한 은행들은 다른 상황”이라며 “돈을 벌 수 있는 고객은 따로 있는데 소액 저축 서비스 등으로 관리 비용만 큰 고객들이 늘어날 수 있어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펼치기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상품마다 큰 관심을 받고 신규 소비자를 꾸준히 유입시키는 건 장기적으로 카카오뱅크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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