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접근’ 은행주, 자사주 소각으로 볕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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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접근’ 은행주, 자사주 소각으로 볕들까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12.09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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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12일 10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신한금융, 오렌지라이프 인수 후 자사주 소각
금융지주사‧은행 주주환원 정책 움직임 기대
사진=KB금융지주
사진=KB금융지주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KB금융 주가가 오르막길을 걷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저평가 국면에서 주주환원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KB금융뿐 아니라 다른 금융지주사‧은행들도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커지면서 은행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은 오후 2시 30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1000원(2.13%) 오른 4만8000원에 거래 중이다. 신한지주(0.9%), 하나금융지주(2.37%) 등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 자사주 매입 효과에 의문…새로운 주주환원 정책 도입

주가를 끌어올린 건 지난 6일 자사주 소각 소식이었다. 이날 KB금융은 자사주 230만3617주(발행주식 수 대비 0.55%‧1000억원 규모)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소각 예정일은 오는 12일이다. 금융지주사 중 자사주를 소각하는 건 KB금융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KB금융이 ‘자사주 소각’이라는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시작하면서 밸류에이션 상승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증권사들은 KB금융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DB금융투자는 기존 5만8000원에서 6만3000원으로, 하나금융투자는 기존 5만7000원에서 6만1500원으로 높여 잡았다. 메리츠종금증권 또한 적정주가를 기존 5만3000원에서 5만8000원으로 올렸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이 보유한 자사주(2847만7202주) 대비 소각 규모가 적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자사주 소각을 시작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결정은 금융지주사의 자사주 매입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 속에 나왔다. KB금융 역시 2016년 2월 금융지주사 가운데 처음으로 3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까지 세 차례에 걸처 1억1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사들인 바 있다.

자료=하나금융투자

그러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방어를 위한 단기적인 수급 호재나 인수합병(M&A)을 위한 지분 확보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즉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크지 않았다. KB금융은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KB금융이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추가적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향후 자사주 처분 계획이 발표된다면 밸류에이션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 금융지주사‧은행 주주환원 정책 기대감↑…투자심리 회복

일각에선 자사주 매입 때처럼 KB금융을 시작으로 금융지주사‧은행이 잇달아 주주환원 정책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본력을 지닌 금융지주사의 경우 자사주 매입‧소각을, 지방은행은 자사주 매입을 고려할 수 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업종에서 배당 외 주주환원 정책이 추가된 데 따라 다른 금융지주사‧은행 또한 자사주를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사들이면서 자사주를 소각할 가능성도 있다”며 “KB금융의 자사주 소각은 은행업종의 자본관리 정책과 주주가치 제고에 있어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자료=DB금융투자
자료=DB금융투자

앞서 신한지주는 지난달 14일 자회사인 오렌지라이프 잔여 지분을 주식 교환을 통해 취득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오렌지라이프가 보유한 자사주(98만780주) 이상, 주식 교환을 위해 새로 발행되는 신한지주 신주(823만2906주) 이내에서 자사주 소각이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또 하나금융지주가 자사주 소각에 동참할지도 관심사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6월  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선 바 있다.

주주환원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은행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도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업종은 연말 배당락 이후 주가 흐름이 부진한 데다 내년 이익 감소 가능성이 높아 보수적 투자를 권유해왔다”며 “그러나 처음으로 이뤄진 자사주 소각 결정을 반영해 투자판단을 긍정적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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