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부터 한화까지'...증권사, 베트남으로 몰려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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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부터 한화까지'...증권사, 베트남으로 몰려가는 이유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12.06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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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성장 잠재력…GDP 성장률 7% 육박
한화證, ‘파인트리 증권’ 공식 출범
키움증권, 베트남 시장 진출 추진 중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국내 대형 증권사가 주도했던 ‘베트남 러시’가 중형 증권사로 확산하고 있다. 베트남이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강점 덕분에 기업들의 자본시장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고 이에 발맞춰 정부의 지원 정책도 활발하다. 당분간 베트남 시장을 선점하려는 국내 증권사의 투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4일 베트남 법인인 파인트리 증권을 공식 출범했다. 8개월 전 현지 온라인 증권사 HFT증권을 인수한 뒤 조직을 재정비하고 회사명을 바꾸며 사업 확대를 위한 발판을 닦았다.

◆ 키움증권, 7번째 베트남 진출 증권사 유력

국내 중형 증권사(자기자본 기준)가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세운 건 한화투자증권이 처음이다. 앞서 미래에셋대우가 2007년 12월 베트남 최초 외국계 증권사인 ‘미래에셋베트남’을 설립, 국내 증권사의 베트남 진출에 닻을 올렸다.

NH투자증권은 2009년 합작 법인 형태로 베트남 CBV증권 지분(49%)을 인수한 뒤 지난해 2월 지분율을 100%까지 늘려 현지 법인 ‘NHSV’를 출범했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2010년 12월 베트남 EPS증권을 인수해 KIS베트남을 만들었다. KB증권은 2017년 11월 마리타임증권을 사들여 지난해 1월 ‘KBSV’를, 신한금융투자는 2015년 7월 남안증권을 인수해 2016년 2월 ‘신한금융투자베트남’을 세웠다.

한화투자증권을 시작으로 대형 증권사‧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에 이은 중형 증권사의 베트남행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유력한 다음 후보는 국내에서 ‘브로커리지 강자’로 통하는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 역시 베트남 현지 증권사를 지분을 인수해 진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베트남 진출을 준비 중이며 구체적인 방식을 논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 성장률‧인구 등 성장 잠재력 주목

국내 증권사가 베트남으로 향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 성장성이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많은 인구, 낮은 평균 연령 등이 성장 잠재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베트남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1%에 달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베트남 경제성장률을 각각 6.5%로 내다봤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제시된 아세안(ASEAN) 국가 중 제일 높은 수준이다.

올해 베트남 인구는 9600만명으로 머지않아 1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인이 적고 젊은이가 많은 ‘종형 인구 구조’를 갖고 있어 평균 연령은 30세 안팎에 불과하다. 올초 한국 평균 연령이 42세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경제 활동 인구 비중이 큰 ‘젊은 국가’인 셈이다. 경제 성장과 함께 국민들의 소득 수준도 점차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점도 경제 발전에 ‘청신호’다. 베트남 투자계획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베트남에 유입된 FDI 규모는 약 21조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2% 증가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경제 특성상 미‧중 무역분쟁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 베트남 현지 법인 실적 개선 추세 

경제성장 만큼 자본시장 성장 속도도 빠르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 베트남 기업들이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면서 호찌민‧하노이‧업컴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수는 2015년 928개에서 지난해 1552개로 대폭 증가했다. 주식시장(VN지수‧HNX지수‧UPCoM지수) 시가총액 또한 같은 기간 71조원에서 191조원으로 불었다.

베트남 금융당국에서도 자본시장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2017년 9월에는 외국인의 증권 투자 한도 제한을 완화했고 지난해 8월 파생상품 시장을 개설한 바 있다. 호찌민거래소와 하노이거래소를 합병한 통합증권거래소 설립도 추진 중이다.

이에 힘입어 국내 증권사들의 현지 법인 실적도 개선되는 추세다. 미래에셋베트남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 140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97억원)보다 44.3%나 늘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3억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당기순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또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을 각각 48억원, 40억원, 20억원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4.6%, 81.8%, 263.6% 증가했다.

양호한 경제 성장성과 커지는 자본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국내 증권사의 베트남 진출은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베트남 시장 내에서 국내 증권사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먼저 베트남에 자리 잡은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현지 법인에 ‘실탄’을 투입하며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9월 미래에셋베트남에 대한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NHSV 출범 당시 300억원 규모를, 한국투자증권 또한 같은해 2월 KIS베트남에 380억원 규모를 유상증자한 바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에 거쳐 KBSV에 660억원 규모를 추가로 증자했다.

베트남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경제 성장이 보장된 베트남은 자본력을 갖춘 국내 증권사에게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현지 법인을 인수하면서 베트남에 진출했더라도 외국계 증권사로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어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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