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망 계약 가이드라인'...ISP 對 CP 큰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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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뗀 '망 계약 가이드라인'...ISP 對 CP 큰 간극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2.06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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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해외CP 무임승차 막으려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제정키로
ISP 측 "취지는 공감, 보강 더 필요해"
CP측 "국내 기업 역차별 우려...제정 자체를 반대"
"망 사용료 계약 기준 모호해 벌어진 사태" 목소리도
방통위의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두고 ISP와 CP간의 입장 차이가 크다. 사진=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두고 ISP와 CP간의 입장 차이가 크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넷플릭스·구글 등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의 망 무임 승차를 방지하기 위한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 잠정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의 입장차이가 메워지지 않았다.

ISP는 이 가이드라인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조금 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CP들은 강제력이 없는 만큼 해외 기업들에겐 적용되지 않은 채, 오히려 국내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을 불러온다며 아예 반대하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지난 5일 제정방안 공청회를 열고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이 초안은 ▲콘텐츠사업자가 트래픽 경로 변경으로 이용자 불편이 발생할 경우 사전 고지 ▲인터넷망 이용 대가 인상 요구시 사유 제시 ▲콘텐츠사업자의 이용자 피해 발생 방지 등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 가이드라인을 만든 이유는?

KT·SKB·LG유플러스 등 ISP는 네이버·카카오·아프리카TV 등 국내CP 와 넷플릭스·구글·페이스북 등 해외 CP와 계약을 맺고 망 사용료를 받는다. 대가는 트래픽, 콘텐츠, 망 구성 등 여러 제반사항을 고려해 결정되며, 일반적으로는 공개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건 해외CP들의 망 사용료다. 이들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기준'을 내세우며 국내 ISP와의 협상을 질질 끌거나 아예 무시한다.

대표적으로는 지난달 SKB가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에 대한 협상을 중재해달라며 방통위에 재정신청한 일이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대신 한국 내 SKB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캐시서버를 무상 설치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캐시서버는 한 번 읽은 데이터를 다시 저장하는 곳이다. 같은 데이터를 다시 요청할 때 빠르게 응답할 수 있고 트랙픽을 줄이는 데 요긴하다. 이에 대해 SKB는 "캐시서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구글은 '모르쇠'로 일관 중이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구글은 망서비스 제공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망사용료만 따로 떼서 얘기하기 어렵다"면서 "망 사용료와 관련해 전 세계적 관행을 보면 구글이 관여된 국가의 99.9%가 비공식적인 합의로 무정산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적인 '글로벌 표준'에 비춰봤을 때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트래픽 비중 중 70% 정도가 국외CP들의 몫이다. 특히 구글의 유튜브는 홀로 국내 무선 인터넷 트래픽의 40%를, 동영상 트래픽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이처럼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해외CP들이 적절한 망 사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가이드라인에서 제4조 이용계약원칙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 사업자의 거래상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는다 ▲계약 규모, 내용 등이 유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을 비차별적으로 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8조에는 불공정행위 유형이 담겼고, 10조에는 ISP의 의무가, 11조에는 CP의 의무가 명시돼 이용자 보호 조항을 구체화했다.

반상권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그간 국내외 사업자 간 망 이용계약 과정에서 한쪽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제3자인 이용자가 피해를 보는 문제가 있었다"며 가이드라인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은 각계 의견수렴 및 논의과정을 거쳐 연내 확정된다.

방통위는 5일 공청회를 열고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후 논의과정을 거쳐 연내 확정한다. 사진=연합뉴스
방통위는 5일 공청회를 열고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후 논의과정을 거쳐 연내 확정한다. 사진=연합뉴스

◆ 가이드라인 사이에 두고 ISP·CP의 동상이몽

이번 가이드라인을 두고 ISP와 CP는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세부적인 이유에서 확연히 다른 온도차이를 보이고 있다.

ISP는 가이드라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보완해야할 점이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망 사용료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과 함께 망 속도가 저하될 정도로 트래픽이 발생하면 해당 CP의 전송속도를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상필 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인터넷 망에 무임승차하면서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CP가 전송 지연이나 장애를 유발하면 ISP가 트래픽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페이스북은 2016년 말~2017년 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접속경로를 임의변경해 이용자 불편을 초래했다. 당시 페이스북이 국내 ISP와의 망 사용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반면, 국내 CP들은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가이드라인을 반대하고 있다. 강제성이 없는 만큼 해외 CP들에게 구속력을 발휘할 수 없는 반면, 국내CP는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역차별' 문제다. 또 CP의 협상력을 제한하고, 이용자 불편 발생시 책임 귀속의 주체를 CP로 예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고, 국내 사업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로 자리매김 할 갈라파고스적 가이드라인 제정절차를 중단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가이드라인 제정을 중단하라면서 "공정성과 역차별 해소를 위해선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조항과 투명성 등 망 중립성 원칙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법제화해야 한다"며 "ISP와 CP간의 불공정행위 발생시 '공정거래법'을 통해서 사후적으로 엄벌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개로 불공정 계약 여부에 앞서 망 사용료가 공개되지 않아 기준조차 모호하기 때문에 불거진 사태라고 주장하는 입장도 있다.

한 중소 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기준도 모르고 다른 CP의 계약 상황도 모르니 자사가 맺은 계약이 공정한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 때문에 가이드라인이 와닿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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