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의 이란 이란] 유가 인상 항의시위에 직면한 테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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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의 이란 이란] 유가 인상 항의시위에 직면한 테헤란
  • 김 혁 한국외대 이란어과 겸임교수
  • 승인 2019.11.2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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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민들, 전격 휘발유인상 조치에 항의 시위 벌여
'저항경제' 견뎌내왔지만, 경제제재로 민생고 '아우성'
로하니 대통령, 자제 촉구...미국, 이란 개혁파 입지 좁히고 있어
김혁 한국외대 겸임교수
김혁 한국외대 겸임교수

[김혁 한국외대 이란어과 겸임교수] 지난 15일 현지시간 자정을 기점으로 이란 정부가 휘발유 가격 인상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기존 리터당 1만 리얼(한화 약 100원)에서 1만5천 리얼(약 150원)으로 인상하고, 만일 한 달 소비량이 60리터를 초과하게 되면 리터당 3만 리얼(약 300원)로 구매하여야 한다.

휘발유가격 전격 인상...판매량 상한제도 실시

테헤란 시내에서 한시간 내 거리를 자동차로 출퇴근을 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한달에 150 리터 정도 소비를 고려하면 이번 휘발유 인상조치는 서민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2010년 휘발유 가격 인상조치 후 일반 소비자 물가도 동반 상승했던 전례가 있어 이번 조치는 서민들에게 더욱 큰 근심거리가 된다. 이번 유가 인상조치는 이란력(曆)으로 새해가 되는 올 3월말(이란력으로 새해는 3월 21일) 예상됐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행정부의 독단적인 이란 핵협정 탈퇴후 8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제재 부활조치가 시행되면서 이란 리얼화 화폐의 가치가 3.4배 급락했고 이에 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란의 원유수출이 11월 이후로 급격하게 제한됐다. 그러나 정부의 유가인상 조치는 단행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이란은 이란력 신년연휴가 끝나는 4월초 부가가치세(VAT), 유가인상을 포함한 정부의 공식적인 신규조치를 발표하는데 올해에는 예상과 다르게 전년대비 뚜렷한 인상안을 발표하지 못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의회의 반대와 민생고에 따른 민심 악화를 우려해 법안을 철회했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휘발유 판매량 상한제는 기존 2007~2015년에 줄곧 이어졌던 제도를 부활시킨 것이다. 핵협정이 타결되고 이란 원유수출 제재가 해제된 2016년후 4년만에 재시행된 셈이다.

특히 인상 조치 직전에 이란 석유부 장관이 "휘발유 가격 인상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발표하는 등 국민들의 사재기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 예고없이 전격적으로 시행되는 바람에시민들이 크게 당혹해 했다. 수도인 테헤란에 비해 경제상황이 어려운 지방 도시에서 항의 시위가 산발적으로 일어났으며 16일에는 수도인 테헤란에서도 발생하는 등 정국이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이란 테헤란에서 16일(현지시간) 정부의 휘발유값 인상 방침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 테헤란 AFP·연합뉴스
이란 테헤란에서 16일(현지시간) 정부의 휘발유값 인상 방침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 테헤란 AFP·연합뉴스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 '이례적'...정부, 인터넷 제한 조치 실시

지방도시에 비해 반정부 시위가 흔치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테헤란에서의 시위는 이례적 이었다. 테헤란에서 시위가 지속되자 정부는 16일밤 시위 확산의 주요수단이 되는 인터넷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제한 조치로 인해 구글, 야후 통합검색망 사이트 및 SNS 특히 이란 국민들의 주요 매신저 앱인 왓츠앱, 텔레그램 사용이 제한되면서 시위는 더 이상 확산되지 못하고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현재 한국 지·상사 주재원 및 유학생, 교민들도 한국에 있는 가족 및 지인들과 소통을 위해 사용해 왔었던 카카오톡 사용이 제한되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테헤란에서 외부로 통하는 인터넷 서비스는 차단된 상황인데, 이란 국내에 서버를 둔 .ir 홈페이지 및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시민들의 인터넷 제한으로 인한 극단적인 혼란상황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도 로컬 인터넷망까지 제한할 경우 이란의 주요도시에서 대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이란의 우버서비스로 불리는 snapp, tap30 및 각종 O2O 서비스 차질로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인터넷 차단조치와 더불어 로하니 대통령이 17일 생방송으로 휘발유 인상조치에 대한 배경 및 현재 정부가 직면한 경제난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설명하며 악화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특히 휘발유 판매량 상한제 시행은 현재의 소비량이 지속될 경우 내년초에는 자체 생산량을 초과해 휘발유를 수입해야 할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며 외화 유출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소비량을 조절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테헤란 등 이란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발생하자 미국측은 반정부 시위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그리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테헤란 등 이란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발생하자 미국측은 반정부 시위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그리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로하니 대통령, 강온 양면전으로 시위확산 방지 노력

로하니 대통령은 시위 대응과 관련,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평화적인 시위에 대해서는 인정하나, 일부 지방도시에서 관공서, 은행, 주유소를 습격하거나 공권력과 충돌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폭동’으로 규정하고 엄격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유가 인상으로 인한 시위가 인근국가인 이라크와 레바논에서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처럼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란 다수의 국민들은 1980년부터 8년간의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전쟁의 상처를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가족, 친척들을 전쟁을 통해 잃거나 자신이 부상을 당해 고통속에 살고 있는 세대이다. 그만큼 이란 국민들사이에는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희생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40년이상 서구의 제재를 견디며 내재화한 그들만의 자생력과 저항경제 정책으로 인해 주변 아랍국가들과는 ‘기초체력’에서 차별화되어 있어 이란경제가 쉽게 붕괴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이번 유가 인상으로 촉발된 시위는 경제제재로 인한 국민들의 내상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협정을 기존 행정부의 치명적인 실수라고 규정하고 일방적으로 핵협정을 탈퇴한 후에도 “이란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은 이란의 정권교체를 원하지 않으며 언제든 이란과 대화하고 협상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란과의 재협상 의지를 보인 것.

그러나 진실한 대화 위해서는 대화에 적절한 대화상대방를 고르는 것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구사하는 對이란 최대압박 정책은 오히려 적절한 대화상대방인 이란의 개혁파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개혁파 정부가 내부적으로 이란 경제난의 주범이라는 보수파의 비판을 받고 있으며, 국민들도 개혁파정부에 등을 돌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이란 국민의 평화적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현 이란 정부를 또다시 압박하며 시위를 부추기고 있어 미국의 태도가 아쉽기만 하다. 

● 김혁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 겸임교수 및 김앤파트너스 대표는 한국외대 이란어과, 이란 테헤란대학교 역사학과 대학원(이슬람 이전 고대사 전공)을 졸업했다. 2012~2016년까지 LG전자 이란법인 TV담당 주재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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