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학 선배’ 박현주와 어떤 '케미'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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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학 선배’ 박현주와 어떤 '케미' 보여줄까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11.13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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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 정 회장에게 과감한 배팅 조언
미래에셋, 아시아나항공 재무관련 다양한 노하우 전수할 듯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사진제공=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사진제공=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 기자회견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손을 잡은 까닭에 대해 “우리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재정 상태지만, 지금까지 여러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해온 인사이트(통찰력)를 받고 싶어서 같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래에셋그룹은 재무적투자자(IF)로 참여한 만큼 아시아나항공 경영에 직접적으로는 참여할 수 없다. 대신 초프리미엄 수준의 호텔·리조트·골프장 등의 인프라는 항공 산업에 첫 발을 들인 HDC그룹에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아시아나항공의 이자비용을 낮추는 금융기법 노하우도 자문할 수 있다.

◆‘M&A 미다스 손’ 박현주, 야심가 정몽규에 ‘과감한 배팅’ 조언

박현주 회장은 지난 1997년 미래에셋캐피탈 설립을 시작으로 ▲2004년 세종투자신탁운용·SK투자신탁운용 ▲2005년 SK생명 ▲2015년 KDB대우증권·산은자산운용 ▲2017년 영국계 PCA생명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키며 미래에셋을 국내 1등 금융투자그룹 키워냈다.

특히 지난 2015년 12월 KDB대우증권 매각 본입찰 당시 2조4000억원 가격을 배팅해 2조원대 초반을 제시한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인수에 성공했다. 이 M&A를 거치면서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 1위(9조900억원) 증권사로 도약했다.

박 회장은 KDB대우증권 인수 경험을 살려 “원하는 기업을 얻고 싶을 땐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며 “세월이 흐른 뒤 수천억원의 인수가 차이가 무의미해진다”고 정 회장에게 조언했다.

실제 HDC현대산업 컨소시엄은 인수 가격으로 2조4000억∼2조5000억원 수준을 제시, 경쟁자인 애경그룹 컨소시엄과 KCGI 컨소시엄의 인수가(약 1조5000억∼1조7000억원)를 압도했다. 이는 정 회장이 전날 강조한 ‘박 회장의 인사이트’를 엿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HDC그룹과 미래에셋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위해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CEO(최고경영자)의 영향력이 한몫했다.

박 회장(78학번)은 정 회장(80학번)과 고려대 경영대학 선후배 사이로 오랫동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부동산114를 HDC현대산업개발을 매각하며 손발을 맞춘 바 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왼쪽)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사진제공=HDC그룹, 미래에셋그룹
정몽규 HDC그룹 회장(왼쪽)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사진제공=HDC그룹, 미래에셋그룹

◆HDC그룹, 미래에셋그룹 금융기법 노하우 자문 기대

금융업계에서는 박 회장과 정 회장이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과 관련해 BBB-(안정적)까지 떨어진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C그룹이 이자비용을 줄이는 등의 금융기법 노하우를 미래에셋그룹 측에 자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최대주주 교체로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 리스크 등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현대산업개발과 지주회사 HDC 모두 A+(안정적)의 신용등급을 확보하고 있고, 미래에셋대우라는 ‘후광효과’도 볼 수 있다.

재무구조 악화도 순차적으로 해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올 상반기 창출한 현금(EBITDA, 상각 전 영업이익)은 4295억원이다. 이 가운데 31%(1310억원)는 이자비용으로 지출했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는 2조원 이상이라고 밝혔으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조2000억원가량으로 전망한다. 산업은행의 전환사채(CB) 상환 5000억원 제외한 1조7000억원 가량 현금이 아시아나항공에 유입되는 셈이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기준 부채는 9조5989억원, 부채비율은 660%에 육박한다. 총차입 규모는 5조9147억원, 보유현금 등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5조4938억원을 기록했다. 만약 신주 인수금이 들어오면 부채비율은 일시적으로 200% 중반대로 하락하게 된다.

여기에 시장성 차입금 상환 및 리파이낸싱, 운용리스의 조건 변경 등이 이뤄지면 차입금 규모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연간 이자비용 경감 등이 이뤄지고, EBITDA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순이익은 더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신평사가 우려하는 3가지 ▲재무구조 ▲대외 리스크(유가·환율·금리 등) ▲대주주 및 계열사에 대한 지원 중 2가지는 사실상 해결되는 것이다.

이밖에 CI, 상표권 사용료 등의 각종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아시아나는 지난 4월 금호산업과 상표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사용기한은 내년 4월 30일까지이며, 올해 상표사용액은 총 143억6700만원이다.

◆미래에셋·HDC 보유 호텔 및 레저시설, 아시아나와 연계 가능한 서비스는

항공기 이용객 서비스 향상을 통한 영업실적 개선도 기대감이 높다. 박 회장이 ‘호텔‧관광‧레저’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국내‧외 자본 1조원 이상을 투자해 경도해양관광단지를 6성급 리조트 호텔, 콘도, 페어웨이 빌라, 테마파크, 워터파크, 마리나, 해상케이블카 등을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회사 측 목표처럼 ‘세계 수준 아시아 최고 리조트’가 완성될 경우 아시아나항공, 여행사 등과 연계해 다양한 여행상품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항공 마일리지를 활용한 항공권·숙박·현지투어 패키지가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이밖에도 호주 시드니 포시즌스호텔, 미국 하와이 페어몬트오키드호텔·하얏트리젠시와이키키,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 중국 안방보험이 보유하던 미국 거점 소재 5성급 호텔 등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예상치 못한 결항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필요할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호텔 및 부대시설 이용 서비스를 제공, 아시아나항공의 질(Quality)를 끌어올릴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아울러 HDC그룹 역시 호텔과 면세점, 쇼핑몰 등 관광 관련 인프라를 갖고 있어 미래에셋그룹과 투자·운영·정보·상품개발 등을 폭넓은 교류가 가능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는 포시즌과 하얏트 등 국내외 초프리미엄 호텔 브랜드를 운영한 경험이 있어 아시아나항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계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항공업에 대한 운영 노하우가 없다는 건 약점”이라며 “비수익 노선 조정 등 운용 효율성을 통한 단기 수익성 개선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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