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트렌드] ‘좋아요’ 누르기 경쟁...카페인 우울증의 SNS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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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트렌드] ‘좋아요’ 누르기 경쟁...카페인 우울증의 SNS세상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10.31 20: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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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해 보일까봐' 편집한 포스팅, 타인들의 상대적 박탈감 자극하기도
'좋아요' 누른 것, 자신의 포스팅이 '좋아요' 얻기 위한 사전 포석일뿐
타인의 반응에 집착하는 시간 대신 .나의 자존감 높이는 시간'으로 만들자
인스타그램에 편집된 사진을 올리는 이용자를 꼬집은 사진. 사진=boredpanda
인스타그램에 편집된 사진을 올리는 이용자를 꼬집은 사진. 사진=boredpanda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신조어 중에 '카페인 우울증'이 있다. 섭취하는 카페인과는 상관없다.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첫 글자만을 딴 신조어다.SNS에 올라오는 타인의 포스팅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느껴 기분이 우울해지는 ‘증상’이라고 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씨가 ‘친절해 보일까봐’ 신경을 썼다면 우리는 ‘불행해 보일까봐’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

100% 팩트로 보이지만 사실은 팩트를 잘 편집한 것을 올려 타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열등감을 자극한다. 전문가들은 행복해 보이려는 심리의 배경엔 경쟁 심리가 깔려있다고 한다. 타인의 시선에 더 행복하게 보이고 더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심리라는 것.

물론 대부분의 SNS 이용자들은 SNS의 순기능을 믿기에 지금 이 시간에도 자동으로 로그인하고 하루 종일 온라인 상태를 유지한다. 

최근엔 포털 대신 SNS로 뉴스를 보고 여론을 파악하기도 하며 다양한 이벤트 소식을 접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목적으로 SNS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소식을 알리고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래서 나의 포스팅이 돋보이려면 친구가 필요하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아니라 나의 포스팅에 ‘좋아요’를 눌러줄 수 있는 친구 말이다.

 

잘 편집된 이미지를 올리는 인스타그램 유저를 꼬집는 이미지.사진=boredpanda
잘 편집된 이미지를 올리는 인스타그램 유저를 꼬집는 이미지.사진=boredpanda

◆기브 앤 테이크, 철저한 호혜 (互惠) 주의

“당신의 글에 '재밌어요' 표정을 지었습니다”, “회원님의 댓글에 공감했습니다”, “회원님의 게시글을 좋아합니다”, “회원님의 사진을 좋아합니다”

잠시 기분이 좋아지는 알림이다. 누군가가 나와 공감한다는 뜻이니 말이다. 상대의 뉴스피드에 들어가 본다. 그의 포스팅에 ‘좋아요’를 꾹 누른다.

사실 글은 다 읽지 않았다. 댓글이라도 한 줄 달려면 내용을 꼼꼼히 읽어야만 할텐데, 나는 바쁘니까. 사진만 올리는 포스팅이 그래서 편하기도 하다.

나의 포스팅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친구는 달리 보인다. 평소 나의 포스팅을 관심있게 지켜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가 '좋아요'를 누른 것은 자신의 포스팅 역시 '좋아요'를 얻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대표적인 SNS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매일 포스팅이 넘쳐난다. 이미 지나간 포스팅은 의미없다. 새로운 소식을 올려야 한다.

주로 올라오는 것은 그림엽서 같은 사진들을 첨부한 여행기(旅行記), 분위기 근사한 곳에서의 식사, 자녀들의 근황, 때로는 반려동물의 근황, 모처럼의 출장 보고.

포스팅을 읽고 난 뒤 '좋아요'를 누르는 건 기본, '좋겠다', '부럽다'며 길지않은 댓글로 선심을 써본다.

'좋아요'를 누르기 전에 가치 판단이 우선되야할까? 아니면 나의 세계관과 철학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할까? 단지 기계적으로 누르는 '좋아요'일 뿐인데 우리는 왜 갈망하는가?  나의 일상을, 기분을, 오늘 먹은 끼니를 올렸을 뿐인데.

래퍼 도끼와 그가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는 슈퍼 카들. SNS를 통해 정보도 얻고 네트워크도 만들지만  타인의 삶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일은 없어야 할것이다.사진=도끼 인스타그램
래퍼 도끼와 그가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는 슈퍼 카들. SNS를 통해 정보도 얻고 네트워크도 만들지만 타인의 삶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일은 없어야 할것이다.사진=도끼 인스타그램

사람들은 나를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나의 사생활을 드러내면서 반응을 얻고 싶은 것이다. 인정받거나 반응을 기대한 것이 아니라고? 설마.

그런 의도가 아니라 단지 기록을 위한 것이라면 자물쇠와 열쇠가 달린 일기장에 쓰던지 개인 블로그에 비공개로 올리던지 SNS의 '나만 보기' 기능을 쓰면 될텐데도?

가끔은 정보나 팁을 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맛집이라 소문나서 가보니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맛이 기대 이하라던가, 새로나온 휴대폰을 개통했는데 기존에 쓰던 것보다 그다지 좋은지 모르겠다던가, 출장을 가면서 이번엔 K항공사 비즈니스 클래스를 탔는데 라운지가 어떻고 기내식이 어떻고. 다소 민망한지 '회사는 왜 이렇게 나를 부려먹기만 하냐'며 내일이라도 당장 사직서를 던질듯이 불평 한 줄을 덧붙인다. 

하지만 과연 '정보'를 주고 싶은 걸까 '자랑'을 하고 싶은걸까? 이에 반응은 두 부류로 나뉜다.

'정보'라 생각되는 사람은 나도 해볼만한 능력이 되는 경우.

'자랑'이라 생각되는 사람은 백날 가야 나는 해볼만한 능력이 안되는 경우.

하지만 자랑이라 생각되더라도 우리는 '좋아요'를 누른다. 나의 포스팅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따 00미식회에 나온 맛집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이번엔 제대로 포스팅해야지. 딸이 사준 명품 지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슬쩍 같이 나오게 찍어야지.’  
‘다음 주 미국에 일주일 출장가는 걸 모처럼 올려야겠다. 맨날 술마시는거나 올리는 한심한 것들이랑 나는 다르니까.”
‘미술관 가서 찍은 사진이 하나같이 이게 뭐야. 문화생활 하는 걸 올리려고했더니.’

내가 충분히 '좋아요' 마일리지를 쌓았으니 이번엔 내가 받을 차례. '좋아요'만 눌러주면 땡큐다.

SNS에 나타나는 이러한 '쇼윈도 인생'이 얼마나 나를 반영하는 것일까. 과연 '좋아요'가 나의 자존감을 채워줄 수 있을까.

 

SNS는 시간 낭비일까? 타인의 반응에 집착하며 버리는 나의 소중한 시간을 이젠 나의 자존감을 올리기 위해 써보는건 어떨까. 사진=pixabay
SNS는 시간 낭비일까? 타인의 반응에 집착하며 버리는 나의 소중한 시간을 이젠 나의 자존감을 올리기 위해 써보는건 어떨까. 사진=pixabay

◆자존감은 스스로 채워 나가는 것

자존심, 자신감 등의 어휘가 중요한 시대가 있었다. “난 자존심이 센 사람이야"는 곧 “아무도 날 넘보지 말라"는 뜻이었다. 상대적으로 자기애가 강한, 하지만 타인과의 소통에 인색한 사람들이었다. 

자존심만을 내세우면서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자만에 빠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클 때 한국 사회는 건강해질 수 없다. 나 아니면 안되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의 아드레날린 과다 분출은 주변 사람들을 괴롭힌다.  그들은 타인의 인정을 요구하고 타인으로부터 우러름 받는 것을 과시한다.

과연 타인의 관심과 주변의 추켜세움으로 나의 자존감이 높아질까? 타인이 무심코 눌러주는 '좋아요'에 일희 일비하면서 과연 나의 삶의 질은 나아질까?

그래서 최근엔 '자존감'이 더 많이 언급된다. 자존감은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비교의 대상은 이제 필요없다. 스스로 존중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낮은 자존감을 높이는 3단계 방법을 제시한다. 

첫번째, 자신을 용서하기.  실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저지르는 행동이다. 자신을 용서하고 다시는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두번째,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지면 힘들고 어려운 상황도 부딪쳐 볼 수 있다. 실패하더라도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번째, 자신을 격려하기.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더라도 항상 자신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를 격려하고 칭찬하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겨 다시 도전해 볼 수 있다. 

'좋아요'의 홍수 속에 화기애애한 SNS 세상. SNS는 잘 쓰면 득이고 못 쓰면 독이다. 타인들과의 소통을 적당히 즐기며 자신의 가치와 기준을 지켜나갈 때 '카페인 우울증'은 사라질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축구선수 웨인 루니가 SNS로 곤욕을 치르자 퍼거슨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트위터, 그건 정말 시간 낭비다 (Twitter is 'a waste of time').”

시간 낭비까진 아니더라도 타인의 반응에 집착하며 버리는 나의 소중한 시간을 이젠 나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알차게 써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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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2019-11-19 20:00:14
너무 잘 읽었습니다. 도입부터 결론까지,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과 적절한 비유가 지루할 틈 없어 재밌었습니다. 약 3년 전부터 SNS를 끊고, 블로그를 비공개로 전환했더니 큰 스트레스 하나가 사라진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