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규 칼럼] '조국 사태'에 가려진 것들...검찰, 무엇을 두려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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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규 칼럼] '조국 사태'에 가려진 것들...검찰, 무엇을 두려워하나
  •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변호사
  • 승인 2019.10.0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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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 변호사.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 변호사.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변호사]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지 이틀이 지난달 29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 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 놓았다.

얼핏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처럼 보이지만, ‘국회에서 법률로 정한다면 따르겠지만, 청와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에는 따르지 못하겠다’는 속뜻이 담겨있다. 야당이 검찰을 응원하고 있는 것을 믿고 국회로 공을 넘기겠다는 의중이다.

조국 장관이 무엇을 하려고 하였기에 검찰이 이토록 반발하는 것일까. 조국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에 가려져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일련의 사태를 바라봄에 있어서는 이 부분을 가장 먼저 짚어야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조국 장관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공판부 강화’다. 일선 검찰청은 여러 개의 부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형사재판에 출석하여 증거를 제출하고 의견을 진술하는 일’을 하는 것이 공판부다.

한마디로 ‘재판을 진행하는 검사’가 공판부 검사라고 보면 된다. 이는 형사법에 대한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오로지 검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검찰의 사무 중 대단히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그러나 그동안 ‘공판부’는 전형적인 ‘쉬어가는 부서’로 인식돼 왔고, 고등법원 재판을 담당하는 ‘고등검찰청 공판검사’는 대표적인 ‘좌천성 보직’으로 받아들여졌다. 검사는 수사를 잘 해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보니, 수사실적을 쌓기 어려운 공판부는 어느새 뒷전이 되어버린 것이다.

공판부가 찬밥신세가 되어버린 탓에 공판부 검사 1인당 맡게 되는 사건의 수는 과다해졌다. 결국 공판부 검사가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고 처리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게 되어 있고, 이는 형사재판이 엉터리로 진행되는 원흉이 되었다.

대부분의 사건에서 공판부 검사는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가 만든 두꺼운 사건기록을 그저 법원에 던져주기만 할 뿐, 어떤 증거를 바탕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결론에 도달한 것인지에 대한 논증을 전혀 하지 않는다. 판사와 변호인은 검사가 결론에 이르게 된 논증과정을 ‘추측’해서 판단할 뿐이다. 

판사 스스로 검사의 논증을 ‘추측’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자연히 판결은 검사에게 편향될 수 밖에 없다. 재판을 받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검사는 자료만 제출하고 법정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판사가 유죄판결을 내려버리는 상황’ 자체에서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결국 공판부 강화는 ‘형사재판의 충실화’를 위한 첫걸음이다. 형사재판의 충실화를 통해 사법불신을 해소할 수 있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공판부의 강화는 필연적으로 검찰의 수사기능 축소를 동반한다. 검찰이 수사위주의 조직에서 기소와 공판 위주의 조직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수사권을 빼앗긴 검찰은 지금과 같은 권력을 누릴 수 없다. 이에 검찰이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것이다.

이는 그간 누려온 권한을 내려놓기 싫다는 욕심에 불과한 것이고, 아무런 명분도 없다. 검찰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국 장관 일가의 비리를 공격하며 시선 돌리기에 주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부메랑이 되어 검찰을 공격할 것이다. 조국 장관 사태를 바라본 국민들은 조국 장관에 대한 입장은 서로 다를지라도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막강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조직의 존재는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

조국 장관이 법무부장관의 적임자인지는 모르겠다. 그가 중도에 사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누가 되었든 검찰개혁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버렸다는 점은 너무나 분명해 졌다.

●류인규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시월의 대표변호사로 재직중이며, 대학원에서 경제법을 전공하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형사전문변호사로 공인받아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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