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국 성립 70주년 ... 미국과 패권경쟁 나선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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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국 성립 70주년 ... 미국과 패권경쟁 나선 시진핑
  • 이상석 기자
  • 승인 2019.10.01 0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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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경제 대국이자 세계 최대 제조업국 부상
미국 버금가는 불평등 심화에 사회주의 강국꿈 무색
홍콩 민주화시위· 타이완과 갈등...일국양제 시험대
건국 70주년을 맞은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자 세계 최대 제조업국으로 올라섰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불평등 심화와 일국양제가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바이두
건국 70주년을 맞은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자 세계 최대 제조업국으로 올라섰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불평등 심화와 일국양제가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바이두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중국은 지난 1949년 10월 1일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중앙인민정부가 수립됐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 주석의 철권 통치 아래 경제적 암흑기를 거쳐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南巡講話)로 개혁·개방에 신호탄을 올린 뒤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정권을 잡으면서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자 세계 최대 제조업국으로 올라섰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2월 개혁·개방 40주년 연설에서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중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를 향해 질주중이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할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외교노선을 사실상 폐기한 셈이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꺾고 경제·군사적인 측면에서 패권국이 되겠다는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일본 제치고 G2 경제대국 부상

신중국 성립이후 지난 70년간 중국의 경제력은 일본마저 제치고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일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아시아 최빈국 신세였던 중국은 불과 70년 만인 2019년 국민총생산(GDP)이 13조6082억달러를 기록하며 1952년보다 452배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연평균 GDP 성장률은 8.1%로 고속 성장이 무엇인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개혁개방에 나선 1978년 중국의 GDP 세계 순위는 11위였으나 2010년 일본을 제치고 2위 경제 대국에 올랐다. 중국 GDP가 세계 경제 총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1.4%에서 2018년 15.9%로 증가했다.

경제 발전을 통해 중국은 빈곤 탈출에도 성공했다. 1978년 중국의 농촌 빈곤 인구는 7억7000만명으로 빈곤 발생률이 97.5%에 달했다. 2018년 말 농촌 빈곤 인구는 1660만명으로 빈곤 발생률이 1.7%로 급감했다.

경제 급성장에 따라 기반 시설도 확충돼 2018년 말 중국의 철도 총 길이는 1949년보다 5배 늘어난 13만2㎞를 기록했다. 도로 총 길이는 1949년의 500배인 485만㎞, 항공 노선은 1950년의 412배인 4945개 항로로 급증했다.

신중국 초기 취업 인구는 1억8000만명에 불과했지만 2018년 말 7억7000만명으로 늘며 경제 발전의 혜택을 입었다.

건국 초기 대다수의 노동자가 농업에 종사했지만 2018년 2차 산업(제조업) 및 3차 산업(서비스업)에 취업한 인구 비중이 70%를 넘어 서비스 주도형 취업 패턴이 정착됐다.

경제 발전과 함께 중국의 과학 기술 또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중국은 원자 폭탄과 수소 폭탄, 인공위성에서 중국판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인 '베이더우(北斗)' 시스템, 달 탐사, 대형 여객기와 항공모함 제작, 휴먼 인슐린 인공 합성, 세계 첫 체세포 복제 원숭이까지 성공했다.

2018년 중국의 연구개발(R&D) 인력 규모는 418만명으로 단연 세계 1위다.

미국과 패권전쟁에 나선 중국

마오쩌둥 시절 '죽(竹)의 장막' 속에서 은둔한 채 '자력갱생'을 외치던 중국이 새로운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뜻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앞세워 유라시아는 물론 세계로 뻗어 나가며 미국과 패권 경쟁에 나섰다.

중국 주도로 세계 교통·무역망을 연결하는 경제 구상인 일대일로는 시진핑 국가주석 시대를 대표하는 적극적 대외 전략이다.

시 주석은 2013년 9월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대일로 개념을 처음으로 공식 제기했다. 육지를 잇는 실크로드 경제 벨트(一帶)와 바닷길을 잇는 해상 실크로드(一路)를 합친 개념이다.

일대일로는 일본을 제치고 GDP 기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자국 중심으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전략적 구상으로 평가된다.  일대일로 참여국은 126개국, 29개 국제기구로 늘어났다.

미국과 정면 대결을 피하고 얼핏 보면 중립적인 경제 분야를 통해 세력 확장을 도모하는 것은 중국 특유의 전략적 전통과도 맥이 닿는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신형 대국 관계', '신형 국제관계' 등의 외교 개념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국제 질서를 주도하는 '대국'임을 자처하고 있다. 더는 중국이 가진 힘을 숨기지 않겠다는 노골적 선언이기도 하다.

중국은 막대한 해외 투자 능력과 방대한 자국 시장을 앞세워 빠르게 '일대일로 블록'을 키워나가며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흔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대일로를 계기로 미국이 중국의 '야심'에 위기감을 느끼고 본격적인 대중 압박 정책을 펼치고 나선 점은 중국에도 큰 도전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은 인도·태평양전략 전략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중국 견제에 나섰다.

국제사회에서는 작년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이래로 미국이 통상, 기술, 안보, 인권 등 전방위에 걸쳐 중국을 강력히 압박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팽창 전략과 미국의 억지 전략 사이에서 빚어지는 충돌의 일환이라고 보는 분석이다.

미국 버금가는 불평등 심화에 사회주의 강국 꿈 무색

중국은 분명히 사회주의 국가지만 빈부 격차는 웬만한 자본주의 국가보다 심해졌다. 불평등의 척도로 가장 널리 쓰이는 지니계수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높아졌다.

중국의 지니계수는 2008년 0.491로 정점에 올랐다가 2015년 0.462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 2018년 0.468까지 높아졌다.

빈부 격차가 커지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지난 몇 년간 더 심해진 부동산 거품이다. 미친듯한 주택 가격 상승의 혜택은 집을 소유한 상위층에 돌아갔다. 베이징, 상하이(上海) 같은 대도시 외에 다른 도시들도 주택 가격이 세계적 수준으로 뛰었다.

경제 안정을 위해 부동산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정부가 뒤늦게 집값을 잡기 위한 조치를 내놨지만,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은 지난해 사상 최고를 찍었다.

하늘을 찌르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중국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0년 전의 30%에서 지난해 말 92%로 폭등했다.

빈부격차의 또 다른 원인은 도시와 농촌의 넓은 간극이다. 2018년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는 거의 3배로 40년 전 개혁개방 시작 때보다 벌어졌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 주민의 1인당 평균 가처분 소득(중위소득)은 3만6413위안(약 614만원)이지만 농촌 지역은 1만3066위안에 그쳤다.

흔들리는 '하나의 중국'

중국이 줄곧 내세워온 '하나의 중국' 원칙도 위협받고 있다. 우선 중국이 1997년 영국으로부터 돌려받은 홍콩에서 시행해 온 '일국양제'가 큰 시험대에 올랐다.

홍콩에서 범죄자 본토 인도 법안 반대 시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중앙정부의 위신까지 땅에 떨어졌다. 점점 반(反)중국 성향이 짙어져 중국 국기가 불에 타거나 짓밟히는 일은 거의 매주 일어나고 있다.

홍콩에 대한 중국의 장악력이 세진 것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반감이 높아진 점이 이번 시위의 바탕에 깔렸다. 중국은 기존 제도를 유지할 수 있게 고도의 자치권을 약속했지만 홍콩에서는 탈중국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건드려선 안 되는 마지노선이라며 병력을 투입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놨지만 국제 금융허브인 홍콩의 위상과 세계인들의 이목을 의식해 본격적인 무력 사용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번 홍콩 시위로 타이완(臺灣)에서도 중국의 '일국양제'에 대한 반감이 높아졌다. 타이완에서도 일국양제나 중국 본토와 통일 필요성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아진 것이다.

재선 도전에 나선 차이잉원(蔡英文) 타이완 총통은 물론 친중국 성향의 국민당 대선 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마저도 일국양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7월 백서에서 "중국은 반드시 통일돼야 한다"면서 본토와 대만을 통일하기 위해 무력 사용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도 올 초 연설에서 타이완과 평화통일을 지향하지만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옵션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타이완을 국제무대에서 고립시키는 전략도 계속 편다. 그 결과 최근 태평양 섬나라인 솔로몬제도와 키리바시가 잇따라 타이완과 단교하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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