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괴테의 작품에서 생태주의적 인식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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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괴테의 작품에서 생태주의적 인식을 읽다
  •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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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김용민 연세대 독문과 교수...괴테 대표작들 통해 '생태주의' 사상 살펴
괴테 작품세계에 일관된 근대 기술문명, 자연파괴에 대한 비판과 성찰
생태주의자 괴테.문학동네 펴냄.
생태주의자 괴테.문학동네 펴냄.

 

[오피니언뉴스=강대호 북칼럼니스트] 사람들은 책을 어떨 때 읽을까. 주로 새로운 지식과 지혜를 접하고 싶다거나 머리를 쉬게 하고 싶을 때 읽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지식이나 지혜를 위해서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혹은 자연과학 책을 읽고, 쉬고 싶을 때는 문학 작품을 읽는다.

문학 작품을 고를 때 부담 없이 쭉쭉 읽히는 책을 찾기도 하지만 고전 문학에 도전하기도 한다. 어릴 때, 문고본이나 축약본으로 읽었을 때 느끼지 못한 감동과 성찰을 얻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단한 구성과 무거운 문장이 주는 묘한 즐거움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서양 고전 문학은 당시 역사와 문물 그리고 사상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다양한 지식을 접할 수도 있다.

난 인상 깊은 작품을 읽으면 해설서나 평전도 찾아본다. 전문 학자의 관점에서 펴낸 해설서를 읽고 그 작품을 다시 읽고픈 생각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그 순서, 작품을 읽고 해설서를 읽는 순서가 아닌, 먼저 해설서를 읽고 작품이 읽고 싶어진 작가가 있다. 독일의 유명한 작가 ‘괴테’이다.

그런 마음이 들게 한 책은 김용민 교수가 쓴 ‘생태주의자 괴테’다. 저자는 현재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있다. ‘생태주의자 괴테’는 현대 독일문학과 ‘생태문학’을 연구하는 저자가 괴테의 작품을 생태 관점에서 해석한 책이다.

캄파냐의 괴테. 티슈바인 작.(1786-1787)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
캄파냐의 괴테. 티슈바인 작.(1786-1787)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

 

괴테의 대표작들을 따라가며 생태주의 사상을 살펴보다

이 책은 괴테의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만을 문고판으로 읽은 내게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책은 다섯 부분으로 나뉘었고 앞의 네 장에서 각각 선택한 괴테의 작품으로 그의 사상을 엿본다. 마지막 장에서는 괴테의 문학을 생태문학 관점에서 본 저자의 해석을 담았다.

첫 장은 ‘젊은 베르터의 고뇌’ 해석을 통해서 괴테 문학이 다루는 기본 사상을 설명한다. 먼저 ‘베르테르’라고 알려진 주인공 이름이 사실은 일본식 발음이라는 걸 지적하며 ‘베르터’로 바로 잡는다. 또한, 비극적 사랑 이야기로 알려졌지만 근대로 넘어가는 당시 시대상을 비판한 시대소설로도 볼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베르터는 근대정신과는 반대되는 입장을 표방한다. 발전론과 낙관론을 부정하고 발전과 진보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의 소박하고 온전한 삶을 찬양한다. 그렇기에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계몽을 넘어서 반계몽으로 이어진다.” (35쪽)

 

둘째 장은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통해 시민사회와 자본주의를 비판한 괴테의 사상적 기반을 조명한다. 괴테는 이 작품을 약 20여 년간 썼다고 한다. 그만큼 다양한 주제와 사상이 녹아들어 있다고. 당시 새롭게 대두하는 자본주의적 실상을 다루기 위해 서로 대비되는 인물을 등장시켜서 기존의 가치와 새롭게 떠오르던 가치를 비교하며 비판했고, 특히 괴테의 ‘공존의 원리’가 잘 표현된 작품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괴테가 말하는 ‘공존의 원리’란 타자를 자신의 기준에 맞추거나 자신과 다른 이질적 존재라고 배제하지 않고 각자의 ‘고유성을 지닌’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05~106쪽)

 

셋째 장에서는 ‘친화력’이라는 작품을 소개한다. 사실 처음 들어본 작품인데 저자는 “가장 뛰어나고 가장 수수께끼 같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 작품에 나온 여성들의 주체적 사고와 행동 그리고 삶의 모습이 저자는 ‘생태페미니즘’과도 닿아 있다고 해석한다.

 

“생태페미니즘은 남성중심주의가 낳은 이분법적 사고를 비판하고 생물적 다양성과 문화적 다양성, 그리고 모든 존재의 상호 연관성 및 조화로운 공존을 모든 생명의 기반이자 행복의 원천으로 본다.” (123쪽)

 

넷째 장은 유명한 ‘파우스트’를 다룬다. 저자는 이 작품을 “구원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몰락의 이야기’에 가깝다”고 본다. 파우스트가 꿈꾸던 세계가 유토피아라기보다는 부정적 유토피아에 가깝다는 거다. 주인공 파우스트가 “오늘날 우리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면교사”라는 것.

또한, 저자는 파우스트로 대변되는 “근대적 인간의 태도는 오늘날 생태계 위기를 불러일으킨 근본 원인”이라고도 지적하며 괴테의 비판 의식을 강조한다.

 

“파우스트와는 달리 괴테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며, 따라서 인간은 사회적 존재일 뿐 아니라 ‘자연적인 종합존재’로서 전체와의 조화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자연관을 지니고 있었다.” (197쪽)

 

마지막으로 저자는 괴테의 문학을 정리하며 생태주의적 면모를 강조한다. 저자는 괴테의 근대 비판이 사라져가는 옛 시대를 복원하고자 하는 복고주의적 태도가 아니라, 좋은 옛것을 다시 취하고 이를 새것과 결합하여 바람직한 세상을 만들려는 미래지향적 노력의 소산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괴테가 생태주의적 사고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평생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여 전인적 교양을 쌓았기 때문이고, 자연과 세상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변화하는 시대를 열린 정신으로 통찰했기 때문이라고도 평가한다.

 

괴테하우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 있는 괴테(1749~1832)의 생가. 사진=위키피디아
괴테하우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 있는 괴테(1749~1832)의 생가. 사진=위키피디아

생태주의 관점에서 다시 읽은 괴테

해설서나 평전을 읽다 보면 원작을 읽었을 때와는 다른 것들을 볼 수 있다. 그 작품을 쓸 당시 작가의 상황이나 심리, 등장인물에 대한 여러 해석, 그리고 작품에 녹여진 작가의 사상 등을 볼 수 있다. 독자에게 전문가의 시각을 엿보게도 하고 문학을 보는 눈도 뜨게 도와주는 것.

‘생태주의자 괴테’를 읽고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워낙 두껍기도 하고 어렵다고 소문이 난 괴테의 작품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 것. 물론 괴테의 작품을 제대로 읽지 않았으니까 착각일 거다. 그래서 더 읽고 싶어졌다.

생태학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선택한 책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가 담겼고 동경하는 작가까지 다룬다니 선택할 때 고민하지 않았다. 생태학은 인간이 포함된 생태계가 오래도록 살아남기 위한 비밀을 탐구하는 과학이다. 그 과정의 성찰과 경고를 문학으로 표현한 게 생태문학이고. 현대문학에서 생태와 생태문학이 가지는 가치를 깨달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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