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 칼럼] 재벌과 진보 경제학자가 한 목소리 내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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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칼럼] 재벌과 진보 경제학자가 한 목소리 내는 까닭
  • 윤태곤 정치분석가(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승인 2019.09.26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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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경제, 인구문제 등 만성화된 문제 많아...정치권, 문제의식 '부재'
박용만 대한상의회장 "경제이슈 논의한 기억조차 않나"
진보 경제학자 "고용, 산업상황 등에 보수, 진보 주장조차 없다" 개탄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지난 7월 출생아는 2만5263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770명 줄었다. 통계청이 지난 25일 발표한 내용이다.  연속 최저 기록을 40개월째 기록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누적 기록을 보면 18만378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만8833명)보다 1만5046명 줄었다.

이대로라면 올해 전체 출생아 숫자가 30만명 아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7년 40만 선이 깨진 이후 2년 만에 30만 선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50만 선은 2002년에 무너졌었다. 

출생아 숫자가 아니라 절대 인구 숫자를 들여다보면 더 심각하다. 지난 7월 기준으론 2만5236명이 태어나고 2만3172명이 사망했다. 순증숫자가 2064명이다. 현재 인구가 5200만명이 채 안된다고 보면 제자리 걸음이다.

통계청은 9년 후인 2028년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그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숫자를 늘어놓았지만 별반 새롭거나 놀라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경제 등 거대담론 논의조차 없는 정치권

경제를 보자. 지난 25일 ADB(아시아개발은행)이 발표한 '아시아 경제 전망 수정 보고서'에 따르면 ADB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2.4%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다른 국내외 기관들도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략 2.0% 내외로 내다보고 있다. 이 역시 놀라운 이야기로 들리진 않는다.

최근 경제상황과 관련해 박용만 대한상의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개별적 문제에 대한 구체적 우려를 밝히면서 “경제 이슈를 놓고 제대로 논의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 바로 박 회장이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갑자기 불거지는 사건 사고로 분류할 수 있는 문제 그리고 고질적 문제의 악화 속도가 빨라지는 문제 등 수많은 문제들이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회장(왼쪽)은 최근 "경제이슈를 놓고 제대로 논의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며 최근 정치권이 정쟁만 일삼고 있는 상황을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박용만 대한상의회장(왼쪽)은 최근 "경제이슈를 놓고 제대로 논의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며 최근 정치권이 정쟁만 일삼고 있는 상황을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사태로 인한 '검찰개혁' 문제의식 그나마 다행

과거에도 문제는 많았다. 앞으로도 문제는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려니 하며 문제를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라지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문제의식이 사라지면 문제를 문제로 여기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아니 더 커지게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최근 조국 장관 논란으로 촉발된 검찰 개혁 문제는 차라리 다행이다. 애초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물론, 문제의식이 희박하던 사람들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결론이 어떻게 날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검찰은 최소한 지금보단 개혁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개혁이 좌초된다면 그 에너지는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 표출될 것이다.

하지만 검찰개혁 만큼, 그보다 더 중요한 진짜 문제에 대해선 너무 익숙해지고 있다. 젊은이들이 결혼 안(못)하고 애 안 낳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긴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당과 의회가 사퇴 통합에 기여하기는 커녕 있는 갈등은 심화시키고 없는 갈등은 만들어내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문제를 문제로 여겨야 한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경제학자도 박용만 회장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지방국립대 경제학과 교수인 그는 소득주도성장 특위 활동이나 진보적 노동, 학술단체 활동에 주로 참여하는 진보성향의 소장파 학자로 박 회장과는 상당히 궤가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문제 의식은 비슷했다. 이 교수는 “지금 고용이나 산업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면서 “그런데 보수적 주장과 진보적 주장이 강하게 부딪혀 갈등이 생기는 게 아니다. 그냥 주장이 없다. 그게 더 심각한 문제다”고 말했다.

박 회장과 이 교수 같은 사람들이 더 목소리를 높이고 모여야 한다.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지금도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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