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유엔총회에서 DMZ 국제평화지대 조성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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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유엔총회에서 DMZ 국제평화지대 조성 제안
  • 이상석 기자
  • 승인 2019.09.25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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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군비통제·신뢰구축 활동 중심지 활용
북한과 공동 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전쟁불용·안전보장·공동번영 3대 원칙 토대 바탕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DMZ 국제평화지대 조성을 제안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분단 상징인 DMZ를 국제평화지대로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분단상징인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중인 문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오후  '빈곤퇴치·양질의 교육·기후행동·포용성을 위한 다자주의 노력'을 주제로 유엔총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74차 유엔총회의 일반토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DMZ 국제평화지대 조성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개성을 연결하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해 남북·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번영을 설계할 공간으로 바꿔내고 DMZ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생태·문화와 관련한 기구 등이 자리 잡아 평화연구·평화유지(PKO)·군비통제·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DMZ의 평화지대화는 작년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담겼다.

이 선언에서 남북은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군사긴장·충돌의  근원인 상대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당장 다음 달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확성기방송·전단살포를 비롯 모든 적대 행위  중지과 수단을 철폐해 비무장지대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들어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이 이미 합의하고 일부 진행한 'DMZ 평화지대화'를 국제사회에 재차 꺼낸 것은 남북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유엔을 필두로 국제사회가 DMZ에 들어와 평화지대화를 추진한다면 북한의 안전 보장에 도움이 되고 평화프로세스에 속도를 낼 이라는 기대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이와관련 문 대통령은 4·27 회담 직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DMZ 평화지대화 과정을 유엔이 참관하고 이행을 검증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남북 간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DMZ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DMZ에는 약 38만 발의 대인지뢰 매설돼 한국군 단독 제거에 15년이 걸린다"며 "'유엔지뢰행동조직' 등 국제사회와 협력은 지뢰제거의 투명성·안정성을 보장할 뿐 아니라 DMZ를 단숨에 국제적 협력지대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한다면 국제사회도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국제 평화지대 구축은 북한 안전을  제도적·현실적으로 보장하는 동시에 한국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허리인 DMZ가 평화지대로 바뀌면 한반도는 대륙·해양을 아우르며 평화·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며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비전도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난 1년 반, 대화·협상으로 한반도는 의미를 갖는 성과를 보여줬다"며  "분단상징이던 판문점은 권총 한 자루 없는 비무장 구역이 됐고 남북은 함께 DMZ 내 초소를 철거해 대결의 상징 DMZ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드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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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DMZ 평화지대화 제안의 바탕에는 △ 전쟁불용 △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이라는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3대 원칙을 세웠다고 밝혔다.

전쟁불용의 원칙과 관련, 문 대통령은 "한국은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 상태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 비극이 생겨서 안 된다"며 "이를 위해 우리는 인류역사상 가장 긴 정전을 끝내고 완전한 종전을 이뤄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상호 안전보장 원칙에 대해 "한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며 북한도 한국 안전을 보장하길 원한다"며 "서로 안전이 보장될 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적어도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국제사회도 한반도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공동번영 원칙과 관련, 문 대통령은 "단지 분쟁이 없는 게 아니라 서로 포용성을 강화하고 의존도를 높이고 공동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게 진정한 평화"라며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경제는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하고 동아시아와 세계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급변한 한반도 정세를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결단이 한반도의 상황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동력이 됐다"며 "지금 한반도는 총성 몇발에 정세가 요동치던 과거와 분명하게 달라졌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장은 여전히 건재하고 남북미는  비핵화·평화뿐 아니라 그 이후 경제협력까지 바라보고 있다"며 "한국은 평화가  경제협력으로 이어지고 경제협력이 다시 평화를 굳건하게 하는 평화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또 "한반도 평화는 여전히 지속하는 과제이며 세계평화와 한반도 평화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한국은 북한과 대화를 계속해나가며 유엔 회원국들의 협력 속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길을 찾아내고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역 평화 및 안정 문제와 관련, "동아시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후 침략과 식민지배의 아픔을 딛고 상호 긴밀히 교류하며 경제분업·협업으로 세계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뤄왔다"며 "자유무역의 공정한 경쟁질서가 기반"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 위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가치를 굳게 지키며 협력할 때 우리는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과거사를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 문제를 수출 규제로 표출하며 과잉 대응하는 일본을 겨냥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이웃 국가들을 동반자라 생각하며 함께 협력하여 한반도와동아시아, 나아가 아시아 전체로 '사람 중심, 상생번영의 공동체'를 확장하고자  한다"며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가 그  초석을 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한국은 국제사회와 연대하면서 평화·인권·지속가능 개발이라는 유엔 목표를 실현하는데 책임·역할을 다하고 유엔의 궁극적 이상인 국제 평화·안보가 한반도에서 구현되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며 "국제사회의 지지·협력으로 '칼이 쟁기로 바뀌는' 기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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