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586 정치권을 향하는 청년들의 분노와 동일노동 동일임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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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586 정치권을 향하는 청년들의 분노와 동일노동 동일임금제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9.09.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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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들, 조국사태에 분노...문재인 정부 철학에 불신과 회의
586세대, 비정규직 해소 · 성평등 해결 떠넘겨...청년세대들 루저化
스웨덴식 '동일노동 동일임금 연대임금제' 도입해야...서로 연민하고 연대해야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원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원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 미국 성직자 제임스 클라크는 정치가(stateman)는 다음세대를 생각하고, 정치꾼(politician)은 다음선거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정국에서 누가 정치가인지, 누가 정치꾼인지 구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 9월 19일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해 국민 55%가 ‘잘못한 결정’이라는 리얼미터 여론조사(9월 3주차)가 나왔다. ‘잘못한 결정’이라는 부정평가(55.5%)가 ‘잘한 결정’이라는 긍정평가(35.3%)를 20.2%포인트 차로 앞섰다.
 
또한 그 여론조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40%대 초반으로 하락하여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혀서 충격을 주었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53%)가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43.8%)를 9.2%포인트 차로 앞섰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중도층, 서울과 경기·인천, 호남, 충청권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하락했다.
 
특히, 20~30대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해 조국 장관에 실망한 젊은층의 상실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30대 지지율은 60.3%에서 11.8%포인트 하락한 48.5%로 나타났고, 48.7%를 기록했던 20대 지지율도 5.0%포인트나 빠져 43.7%를 기록했다. 공정과 정의를 강조해 왔던 조 장관의 ‘내로남불’이 젊은층의 강한 반감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서울대에서, 고려대에서, 부산대에서 ‘조국반대’촛불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조국 사태에 대해 가장 분노하는 세대는 당연 청년세대다. 그들은 조국 장관의 딸과 같은 또래들이다. 누구는 교수 부모와 인맥을 잘 둬서 고등학교도, 대학도, 의전원도 그냥 들어가고 장학금도 척척 받으니 어찌 허탈하지 않겠는가.

조국 법무부장관의 임명을 반대하는 서울대학생 총학생회 시위. 사진=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장관의 임명을 반대하는 서울대학생 총학생회 시위. 사진= 연합뉴스

청년세대의 분노가 크다는 것을 알기에 문재인 대통령도 청년층 달래기에 나선 바 있다. 지난 9월 1일 문 대통령은 “그동안 입시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입시제도가 공평하지 못하고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면서 “특히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 깊은 상처가 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른 바 ‘제도 탓’을 통해서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조국 사태에 대해 개인적 차원의 문제를 ‘제도적’ 한계에 따라 발생한 불가피한 현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야당은 문 대통령의 ‘제도 탓’에 발끈하며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조 후보자와 일가의 죄를 제도 탓으로 떠넘기는 매우 비겁하고 교활한 발언”이라고 논평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느닷없이 대학입시 제도를 가져와 조 후보자 의혹과 국민의 공분에 이렇듯 ‘물타기’를 해야 하는 것인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조국 장관도 청년층을 달래기에 나섰다. 9월 11일 흙수저 청년들과 공식 대담을 했다. 이 대담에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사망자 김모군의 친구들, 코레일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대화에 참여한 청년들은, 조국장관이 이 만남을 면피용으로 사용하지 않길 바란다고 쓴소리를 하고 ‘공정·희망·정의의 사다리’를 재건할 것을 주문했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는 “부모의 자산과 소득에 따라 주어지는 기회가 달라지고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다르며 태어날 때부터 삶이 결정되는 출발선이 다른 이 사회에 청년들은 분노했다”며 “조 장관이 이 만남을 면피용으로 사용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국 장관은 대담에서 “저희 가족은 우리 사회에서 혜택받은 층에 속한다. 논란에 대해 합법, 불법을 떠나 많은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을 겸허히 인정한다”며 “청년들의 실망이나 분노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청년세대들은 지난 대선에서 반칙과 특권의 해소를 기대했기에 압도적으로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 하지만 이번 조국사태에 분노하면서 그 지지를 번복하고 있다. 그 지지철회의 배경은 무엇일까? 그 핵심에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과연 실현될 수 있을 지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의 분노 멈추게할 혁신 필요

청년들이 조국사태에 분노하는 만큼, 진영논리가 아닌 정의와 공정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국면전환을 위한 ‘제도 탓’을 하거나 눈가림을 위한 ‘면피용 대책’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진단과 처방을 통해 청년들의 분노를 멈추게 하는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선 왜 청년들이 분노하는 것인지, 왜 20대 남자들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것인지, 특히, 왜 20대 남성 상당수가 젠더 문제로 현 정권에 불만을 표출하는 지에 대해 적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즉, 20대 남자들이 “역차별 당하는 약자 정서”를 공유하면서 “여성혐오”와 “반페미니즘 정서’를 당연시 하는 특성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이런 정서들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처럼, 그들의 시각에서 왜 그런 정서를 공유하게 되었는 지 공감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여성혐오의 원인이 무엇일까? 여론조사에 나온 답변을 보면 어느 정도 추론할 수 있다. 그들은 ‘여성가족부 때문에’, ‘문재인정부 때문에’, ‘김치녀 때문에’, ‘공중도덕없는 무개념녀 때문에’, ‘페미니스트 때문에’, ‘군대 안가는 여성들이 군가산점 폐지 등 특혜만 요구하기 때문에’ 등을 여성혐오의 이유로 밝히고 있다. 

산업화로 1% 최상위계층이 형성되고, 민주화로 그 아래 차상위계층을 민주노총, 한국노총, 586 정치인들이 차지했다. 아들의 부정 취업 문제가 논란되기전 김성태 자유한국장 의원들이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고용세습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ㅡ
산업화로 1% 최상위계층이 형성되고, 민주화로 그 아래 차상위계층을 민주노총, 한국노총, 586 정치인들이 차지했다. 아들의 부정 취업 문제가 논란되기전 김성태 자유한국장 의원(왼쪽)등이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고용세습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ㅡ

 

586 부모세대, 왕노릇 특권 누리며 살았다? 

아마도 이들은 자신들이 부모세대 아버지보다 “약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즉, 부모세대 아버지들은 가부장주의의 혜택을 받은 강자로서, 안정적인 직장생활로 가족을 구성하여 가부장적인 남성성으로 “왕노릇 특권?”을 누리면서 살았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비정규직이 많아지는 시기에, 왜 가부장과 586 부모세대들이 자신들을 불리하게 하는 “성차별”과 “성불평등”을 이슈화해서 직장, 결혼, 가족, 가부장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게 하는 N포세대로 만들어 헬조선 루저로 살게 하느냐고 성토한다. 왜, 586 부모세대들은 누릴 것은 다 누리면서 여성들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성평등을 이슈화하여 자신들을 약자로 만드냐고 원망한다.
 
왜, 부모세대에서 풀지 못한 비정규직 해소와 성평등을 청년세대에게 전가하고 훈계하여 결국 20대 남자들에게 기득권 포기의 고통과 박탈감을 주느냐는 것이다. 불안한 이들의 처지에서 보면, 성평등을 주도하는 여성가족부와 문재인 정부 그리고 페미니스트가 미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헬조선 루저들이 느끼는 분노와 박탈감이 이 정도로 크다면, 수천년 동안 여성차별과 불평등속에서 살아온 여성들의 고통과 분노는 어땠을까를 역지사지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소득불평등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지혜를 가질 필요가 있다.

산업화는 재벌, 민주화는 노동계급 ·586 정치인 양산
 
민주화운동을 시작한지 30년이 넘었다. 하지만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한국은 드디어 “헬조선 신양반사회(수저계급사회)”를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그 속에서 일부 청년들은 헬조선 흙수저를 자조하며 ‘일베’가 되고, 또 일부 청년들은 ‘일베’와 미러링으로 맞서 싸우는 ‘워마드’가 되었다. 또 일부 청년들은 욜로족으로 살면서 비트코인에 빠졌다. 
 
2016년 IMF 보고서(아시아의 불평등 분석)는 아시아에서 소득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로 한국을 꼽았고, 그 원인으로 비정규직과 여성들의 임금차별을 지적했다. 이것은 IMF 위기속에서도 상위소득 1%와 차상위 소득 10%는 각각 3%, 13%가 상승하여 비정규직과 여성들을 착취하고 고통분담을 외면하였음을 보여준다.
 
IMF 보고서 결과는, 산업화의 과실은 상위소득 1%인 재벌과 부자들에게 그리고 민주화의 과실은 차상위 소득 10%인 조직된 상층노동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그리고 그들의 대변자인 586정치인에게 배타적으로 돌아갔음을 웅변한다는 점이다. 결국 성안의 재벌과 상층조직노동이 담합하여 성밖의 비정규직과 흙수저 청년들을 약탈하며 국민소득의 45%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헬조선 신양반사회 혁신해 청년문제 해결해야 

민주화를 바랬던 586들이 보다 자유롭고 보다 평등한 세상을 꿈꿨다면, 어찌 성안의 상위소득 1%와 차상위 소득 10%가 국민소득의 45%를 차지하면서 성밖의 비정규직과 청년들을 착취하는 헬조선 신양반사회(수저계급사회)를 만들어서 세습하려는 것을 보고만 있었겠는가?

그래서 청년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남녀대립 문제”도 “부모세대와 청년세대의 대립문제”도 아니다. “IMF 소득불평등구조에서 금수저에 의한 흙수저 착취문제”, 상위소득 1%와 차상위소득 10%의 담합에 의한 비정규직과 여성의 임금차별과 약탈로 보는 게 적실성이 크다.
 
그러나 약자인 흙수저들이 강자인 금수저에게 저항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저항할 수 없기에, “여혐과 남혐의 젠더차별대결”이나 “일베 대 워마드의 대결”로 변질되고 이른바, ‘르상티망’(열등감, 원한감정)의 정서로 표출되어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점이 딜레마다.
 
청년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는 금수저의 부모세대들인 상위소득 1%와 차상위 소득 10%인 ‘헬조선 기득권체제’가 문제이고, 이러한 체제가 혁신없이 유지되고 세습되는 원인이 바로 ‘상위소득 10% 기득권을 과다대표하는 586정치권’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그 해법은 스웨덴 사민당이 추진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했던 것처럼,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비슷한 일에 대해 비슷한 임금(정규직의 80% 수준까지 임금)을 주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연대임금제”를 제도화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연대임금제”를 위해 청년들이 남녀의 성별이나 일베와 워마드를 떠나서 헐벗은 동료시민으로서 서로 연민하고 연대해야 한다.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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