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發 리스크에 금융시장 ‘출렁’…국제유가 폭등‧금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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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發 리스크에 금융시장 ‘출렁’…국제유가 폭등‧금값↑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9.1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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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의 원유 설비에서 14일(현지시간) 무인기 공격으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사우디아라비아발(發) 위기에 출렁였다. 최근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10% 이상 급등,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을 나타냈다. 특히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8.05달러(14.7%) 급등한 62.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1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5시 10분 전날보다 배럴당 7.86달러(13.05%) 상승한 68.08달러에 거래됐다.

◆ 생산 정상화에 수개월 걸릴 수도

국제유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브카이크(Abqaiq) 원유 탈황‧정제 시설과 쿠라이스(Khurais) 유전이 예맨의 후티 반군의 무인기(드론) 테러 공격으로 가동을 멈춘 데 따라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번 사건으로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이자 글로벌 공급량의 5%에 해당하는 570만배럴 규모 원유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

원유 시장의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사우디를 비롯한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은 재고를 방출, 에너지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사우디의 경우 2억배럴로 추산되는 재고를 이용해 감산에 대응한다. 미국 또한 전략비축유(SPR)를 풀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외 IEA 회원국 역시 공격 여파가 장기화할 경우 전략비축유를 내놓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정확한 피해 규모와 설비‧유전 복구 절차가 공개되지 않아 시장을 불안케 하고 있다.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 측은 공격 직후 며칠 내 정상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체 시설을 복구하는 데에 최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미국‧사우디가 후티 반군의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고위 관료들은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며 이란을 비난했다. 이어 사우디군(軍) 역시 공격에 이란산 무기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적극 부인하고 있으나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불확실성 확대에 위험자산 회피현상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높아지자 달러·금·은 같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6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0.37(0.38%) 상승한 98.62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같은날 오후 1시 31분 전날보다 온스당 0.8% 오른 1511.50달러에 거래됐다. 은 또한 온스당 18.02달러로 전일 대비 2.6% 상승했다.

외환‧선물중개업체 오안다(OANDA)의 제프리 핼리 연구원은 “금‧은은 안전자산 선호심리와 이번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 인하에 수혜를 볼 것”이라며 “중동에서의 긴장감이 높아지거나 적대행위가 벌어진다면 온스당 1600달러선을 넘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5.18베이시스포인트(bp‧1bp=0.01%) 하락한 1.8468%를 기록, 전일 1.9%대에서 1.8%대로 떨어졌다. 2년물 금리 또한 3.24bp 내린 1.7655%였다.

◆ 글로벌증시 하락…경기 둔화 우려 부각

글로벌증시는 사우디 여파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며 동반 하락했다. 미국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2.70포인트(0.52%) 하락한 2만7076.8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9.43포인트(0.31%) 내린 2997.96에, 나스닥지수는 23.17포인트(0.28%) 떨어진 8153.54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17일 오후 2시 2분 현재 전일 대비 0.64포인트(0.03%) 오른 2062.86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시각 일본증시의 니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15.30(0.07%) 상승한 2만2203.59를 기록했다. 두 지수는 장 초반 하락했으나 오후 들어 상승 전환했다. 중국증시의 상해종합지수의 경우 오후 1시 23분(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38.92포인트(0.81%) 내린 2991.84를 기록 중이다.

특히 국제유가 급등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다시 부각된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유가가 계속해서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실물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로드리고 캐트릴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 외환연구원은 “미국‧영국이 이란을 비난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유가 상승은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있던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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