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총재, '연내 기준금리 1.25%까지 인하' 우회적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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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이주열 총재, '연내 기준금리 1.25%까지 인하' 우회적 시사
  • 임정빈 기자
  • 승인 2019.08.30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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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기침체 공포 커지지만...필요시 대응여력 충분"
“통화정책 완화기조 유지…공급량 예단은 어려워”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경제지표 확인 후 정책 방향 결정
자영업자 대출 우량차주 비중 높아…건전성 양호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임정빈 기자] 한국은행이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위험 요인과 경제지표를 확인하면서 앞으로 통화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세계 경기침체 시그널을 나열하면서 이에 대한 필요시 대응 여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금리 조정 폭은 당분간 현행대로 최소 0.25%포인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금리 인하가 연내 이뤄질 경우 그 폭은 최소 0.25%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여 올 연말 기준금리가 1.25%까지 내려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놨다.    

다음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기준금리를 7월에 내리면서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고 대외여건이 나빠졌다는 점을 반영했다. 8월 미중 무역분쟁, 한일 갈등이 더 나빠졌다. 금융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연 1.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보는데 합리적인가.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대폭 늘려 편성했다. 정책공조 차원에서 한은도 완화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올 들어 미중 무역분쟁 타결이 안되고 점차 악화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그에 따라 많은 나라들이 소위 자국 우선 원칙에 따라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했고 글로벌 무역이 위축됐다. 다른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브렉시트 움직임, 유로존 국가에서의 포퓰리즘 정책, 일부 신흥국의 금융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해서 소위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 R(Recession·침체)공포라고 하는 것이 부쩍 늘어난 것이 현재 상황이다. 

많은 나라들이 경기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속속 금리를 내리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국내 시장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높아졌다.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에 여러 어려움이 있고, 완화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완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대외 리스크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국내 실물경제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종합적으로 보고 지표 확인을 하면서 정책을 펴겠다. 

정부가 내년 재정지출을 큰 폭으로 잡은 예산안을 발표를 했다. 경기가 어렵다 보니까 통화정책 완화를 유지하고 있고, 정부도 확장적으로 운용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현재도 재정, 통화정책은 어떻게 보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내년 세수증가율을 0%대로 전망했다. 세수증가는 명목성장률과 비례하는 만큼 내년 한국경제 성장이 더 나빠졌다는 신호로 보인다.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한 상황인가. 원·달러 환율이 2016년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통화정책 결정시 환율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보나. 

▶미중 무역분쟁이 타결되지 않고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대외여건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현재로서는 대외여건 변화가 성장이나 물가 흐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워 지켜보겠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기준금리에서 환율변동이 직접적인 고려요인은 아니다. 개방경제의 경우 환율은 국내 금리뿐만 아니라 대외여건 변화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금리정책은 환율변동 자체보다 국내 금융,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져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그 과정에서 금융외환시장 상황변화에도 유의하며 운용하겠다. 

-대내외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실효하한 금리이하로 내리는 것이 가능한가.

▶한국은 정책금리 실효하한이 기축통화국보다는 높다.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이 낮아져 있는 점을 감안해 보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과거에 비해 정책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경제상황에 따라 필요시 대응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여력은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 

실효하한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통화정책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을 실효하한으로 볼지 신흥국에서 자본유출을 촉발하는 선을 실효하한으로 볼지에 따라 추정치가 다르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실효하한 밑으로 금리를 내리는 것은 당연히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실효하한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실효하한금리: 통화정책에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저수준의 금리를 의미. 현재 시장에선 실효하한 금리의 수준을 0.75~1.00%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효하한 금리는 어느 정도인가. 또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인가. 

▶실효하한은 사실상 한 수준으로 확정지어서 말할 수 없다. 통화정책을 하다 보면 모든 정책이 그렇겠지만 기대효과와 비용이 다 있다.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면 비용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뭐 하나가 걸림돌이라고 말할 순 없고 기대효과와 비용이 있기 때문에 같이 놓고 종합적으로 정책을 운영하겠다.

-일본 수출규제 관련 심리지표들이 하락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 것으로 보나.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됐는데 통화완화정책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은.

▶(한일) 갈등은 분명히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다. 엊그제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결정 내려졌고 실제 이것이 어떻게 영향을 줄지 예상하기 어렵다. 

직접 영향을 받는 품목 수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현장에서 규제의 시행이 어떤 강도로 이루어질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판단하기 어렵다. 

금융 쪽에서는 한국에 와 있는 일본 금융기관의 자금운용이나 일본계 외화자금의 유출 행태에는 아직 큰 변화가 없다. 외환부분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까지 뚜렷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자영업자 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 규제 강화 영향으로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세도 점차 둔화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대출을 뜯어보면 소위 우량차주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고소득, 고신용 우량차주 비중이 자영업자 대출의 75%임을 감안해보면 전반적으로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이 비교적 양호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업황이 부진한 일부 업종이 있다. 음식과 숙박업, 도소매 같은 업황이 부진한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어서 그 점을 유의하고 있다.

-일부 중앙은행은 정책여력이 많지 않을 때 정책금리 조정폭을 줄이기도 한다. 마이크로스텝 금리조정에 어떤 입장인가. 필요시 25bp(1bp=0.01%) 이상 금리조정도 가능한가. 

▶한국은행도 2000년대 들어 금리중심 통화정책을 펼치며 조정폭을 25bp로 해왔다. 25bp로 한 배경은 그 정도의 조정이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에 큰 충격주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최소단위로 인식해 왔기 때문이다.

금리 조정폭을 25bp보다 작게 할 경우에는 조정에 따른 충격은 줄일 수 있지만 실물경제에 의도한 만큼 유의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현재로서는 조정폭을 25bp로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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