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오해와 진실..."부정적 가설, 지나친 기우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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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오해와 진실..."부정적 가설, 지나친 기우일 수도"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8.21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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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하락=기존 집값 상승 공식 성립안돼"
"공급물량· 아파트 품질 영향 크지 않을 것"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실시한다는 정부 방침을 두고 각종 전망과 추측이 나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실시한다는 정부 방침을 두고 각종 전망과 추측이 나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지난 14일 입법예고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21일 현재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안을 두고 여러 '가정'과 '설(說)'들이 난무하고 있다. 입법예고 기간은 40일로 통상적인 입법예고 기간인 60일보다 짧다.  

'집값 안정'을 최우선 선결 과제로 내세운 정부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분양가 상한제를 관철 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래서인지 집값 안정에 도움이 안된다는 부정론부터 투기세력을 차단하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한다는 긍정론까지 다양한 전망과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 확대 방안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살펴봤다.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로 확대 적용되면 분양가는 확실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로 확대 적용되면 분양가는 확실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분양가 확실히 떨어진다?...'진실'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민간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는 확실히 내려간다. 법 자체가 분양가를 내리도록 강제하고 있다. 

기존 분양가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사실상 임의로 정했다. 비록 서울 등 일부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기는 했지만, 주변시세를 참고하는 수준이다. 신규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비교 대상인 주변의 아파트가 분양한 지 1년이 넘었을 경우 평균 분양가의 105%를 넘으면 안된다는 식의 통제를 받았을 뿐이다. 사실상 HUG는 조합이 정한 분양가를 주변 시세를 참조해 '깎는' 수준이었다.  

분양가 상한제는 다르다. 분양가를 산정할 때부터 분양가심사위원가 개입한다. 분양가 상한제 아래에서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한 금액을 기본으로 한다. 이 금액을 62개 평가 항목으로 나눠 지방자치단체 산한 분양가심의위원회가 적정 분양가를 따진다. 분양가가 내려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국토부가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적용되면 시세의 70~80%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질 거라고 자신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 역시 분양가가 내려간다는데 대부분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적용되면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이견이 상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적용되면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이견이 상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 아파트 공급 물량 줄어든다?...'중립'

균형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단순하면서도 시장경제를 가장 대표하는 논리 중 하나다. 가격이 내려가면 공급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적용되면 낮아진 분양가 탓에 재건축·재개발사업의 이익이 감소한다. 때문에 사업을 포기하거나 분양(공급) 시점을 늦추는 조합이 늘어난다. 시행사인 건설사 역시 낮은 수익률에 참여를 망설이게 된다는 게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 거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견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분양가를 낮추면 자연스럽게 공급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면서 "수요가 있는 지역에 적정량을 공급하는 공급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A씨는 "현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뜻을 굽힐 의사가 없다면 재산상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번 정권에서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데 많은 조합원이 동감하고 있다"면서 "다소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다음 정권에서 하면 된다"고 말했다. A씨가 속한 조합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이전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 시점 등을 고려 중이었다.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유지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시행 주체인 조합에게 중요한 건 정책적 변화가 아닌 사업 진척이며 건설사 역시 어찌됐건 사업을 수주하고 매출을 발생시켜야 하기에 작은 이윤만 있더라도 공급을 무리하게 줄일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적용된다고 해서 이윤이 줄어들 뿐 손해를 보면서 사업을 하는 건 아니다"면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고 해서 신규 물량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역시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됐던 지난 2007년 당시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 통계를 근거로 제시했다. 상한제 시행 직전 해인 2006년 3만4000호였던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2007년 5만호로 급증했다가 2008년 2만1900호, 2009년 2만6600호로 줄어든 뒤 2010년 5만1400호로 다시 늘어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8~2009년 감소했던 인허가 물량이 2010년부터 회복했다"면서 "2008~2009년 인허가가 감소했던 건 2007년의 유례없는 인허가 물량 급증(5만호)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7년 1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 발표되고 4월 개정안이 공포된 뒤 9월 시행하는 과정에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이른바 '밀어내기' 인허가 물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국토부는 "당시 통계를 보면 상한제가 시행된 2008년 서울 정비사업 인허가 물량은 1만8900호로 상한제 시행 직전인 2006년 1만5400호보다 3500호 많았다"면서 "2008~2009년 인허가 감소는 상한제 규제보다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으로 기존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을 두고 업계와 국토부 간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으로 기존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을 두고 업계와 국토부 간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존 아파트 가격 오른다?...'중립'

건설 업계나 부동산 투자 전문가들은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신규 공급 물량이 줄어들면 기존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사업성 부족으로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고→그나마 공급된 아파트도 전매제한 조치로 매물이 잠기게 되면→신축 아파트 품귀와 쏠림 현상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114가 집계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8월 셋째주(12~16일) 이들 아파트의 매매가 상승률은 0.02%로 둘째주(5~9일)의 0.09% 대비 0.07%포인트 떨어졌다. 첫째주(7월29~2일) 상승률 0.14%와 비교하면 오름세가 확연히 꺾인 모양새다. 반면 준공 5년 이하의 신축 아파트는 셋째주 0.05% 올라 둘째주와 비교해 0.0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7월에 준공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신대림신동아파밀리에2차는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발표 직후인 13일 전용면적 84㎡ 매물이 역대 최고가인 7억6800만원에 거래됐다. 약 한 달 전에 나온 비슷한 물건이 7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보다 3800만원 오른 금액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분양시장의 특징 중 하나가 '새 아파트 선호'와 실수요자가 움직인다는 것"이라면서 "안 사도 그만인 투자 수요와 달리 학교 배정 등 문제로 이사를 해야 하는 실수요층은 돈이 부족해 사지 못하더라도 전세로라도 이사를 해야하는 상황인 만큼 낮은 분양가가 아파트 전체 시세를 낮추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기존 아파트 가격이 내려간다는 의견도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한국 사회의 주택가격의 기준 역할을 한다"면서 "강남 아파트 가격이 결정되고 그 다음 마포와 용산, 성동 그 다음은 서울 전역 또 그다음은 수도권과 전국 이렇게 순차적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강남 아파트 가격을 일정한 선 밑으로 제어하면 다른 아파트 가격 역시 그 위로 형성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소장은 "거래량 역시 재건축 매매가 기존 아파트 매매보다 월등히 많다"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재건축 거래가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결국 '강남 재건축 가격을 상한선 아래로 낮추면→강남 주변 아파트 가격 역시 떨어지고→서울 핵심지역 아파트 가격도 하락하며→수도권 및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내려간다'는 설명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주택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업계 등과 달리 국토부는 양질의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주택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업계 등과 달리 국토부는 양질의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분양가 상한제 주택 품질 떨어진다?...'중립'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이 주택 품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업계는 시공품질 저하를 우려하는 반면 국토부는 품질 저하는 없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민간택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면 사업성 악화를 우려한 조합이 사업 추진을 중단 내지는 보류하는 사례가 늘어 주택공급이 급감할 것"이라면서 "건축비 통제를 강화하면 건설사들의 주택 관련 기술개발이 줄고 결국 주거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축가산비 상한선을 통제하면 과거처럼 개성없는 성냥갑 단지만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사업도 지역 내 특화 설계를 반영한 고품질 주택을 공급하는 것인데 분양가 상한제는 이런 목표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건축가산비는 고급 자재를 사용하고 높은 시공기술이 요구되는 특화 설계를 채택할 경우 일반적으로 높게 책정된다. 주택 고급화 수요로 최근 이런 경향이 강남·북권 재건축·재개발 단지로 확산하고 있다. 

업계의 우려와 달리 국토부는 현재 기본형 건축비를 기초로 한 분양가는 과거 획일적인 분양가 규제 때와 달리 최신 기술과 자재를 적용한 적정 품질의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봤다. 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도 기본형 건축비 이외 가산비를 통해 추가적인 품질 향상 비용도 인정하기 때문에 품질 저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들어 주택성능등급 가산비, 친환경 기술 비용, 인텔리전트 설비 비용, 초고층주택 가산비 등이 추가로 분양가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현재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고 있는 공공택지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품질의 아파트가 공급돼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7월 세종시에서 분양된 '세종 하늘채 센트레빌'은 1순위 평균 65.32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앞서 지난 4월 위례 새도시에 공급된 '송파 위례 리슈빌 퍼스트클래스'는 70.16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서울 강남의 대치·논현·서초 등 주요 민간택지에도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아파트가 공급된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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