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日외무에 "최악 상황 경고"...日 화이트리스트 배제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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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日외무에 "최악 상황 경고"...日 화이트리스트 배제 카운트다운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08.01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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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2일 각의서 韓 화이트리스트 제외시 양국 관계 더 악화”
고노, 韓 화이트국 배제 관련 언급 자제
日 유노가미 소장 " 화이트국배제 강행시 아베 총리, 석고대죄해야"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양자회담을 하기 위해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양자회담을 하기 위해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1일 오전 태국 방콕에서 회담을 가졌다. 양측은 외형적으론 서로간 입장차를 확인한채  돌아섰다.

이에 일본 정부는 각의(우리의 국무회의)가 예정된 2일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예정대로 배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일본 정부가 2일 각의에서  미국의 중재 안건 등을 감안해 화이트리스트국가 조정을 연기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공존하고 있다. 

이날 양국 외무장관 회담이 냉랭한 분위기 속에 마친 후 최종 남은 변수가 있다면, 미국의 중재역할이다. 양국 외무장관 회담에 앞선 지난 달 31일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한국에 대해선 (한국측이 주장하는)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압류조치 해제 ▲일본은 화이트리스트국에서 한국배제 연기 등을 사실상 중재안으로 내놓은 바 있다.  

청와대도 같은시각 '긴박한 움직임' 

한일 양국 외무장관 회담이 시작된 직후인 이날 오전 10시30분 문재인 대통령은 관계부처 장관들을 소집 상황점검회의를 갖고 양국간 외무장관 회담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았다.  
약 2시간 15분간 계속된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국에서 (한국이)배제됐을 때 취할 수 있는 단계별 시나이오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마지막까지 외교적으로 원만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부 핵심인사는 “여러 가능성을 놓고 많은 의견이 오고 갔으나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에 대한 가능성만 놓고 입장을 내놓을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느냐”며 “내일(2일) 상황이 발생하면 이에 합당한 정부의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 "외교적인 해법 찾자"  

강 장관은 이날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외교 당국 간에는 어차피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며 “이를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주지시켰다”고 강조했다. 이는 간접적으로나마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국가 배제를 연기해달라는 요구이자, 한·일 양국의 ‘외교적 해법 모색을 위한 휴전’으로 풀이된다.

강 장관은 이와 함께 표면상으로는 미국의 개입보단 한·일 양국의 외교적 해법 우선을 고노 외무상에게 주지시켰다. 

강 장관은 이날 회담을 마친 후 미국이 한일 갈등을 중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들과 관련해 “중재 이전에 통상적으로 문제가 있는 국가 간에는 협의를 통해서 해결을 찾아야 한다”면서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얘기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한국이 미국의 중재에 기댄다는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미국이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분쟁에 끼어드는 것을 불편해하는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노 외상 "韓, 화이트리스트국 배제 밝히진 않아" 

일본의 고노 외무상도 회담 직후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다.  고노 외무상은 이날 양자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2일 일본 각의에서)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일본이 오는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포함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가능성을 상정해 놓고 이에 대한 복수의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경우 한국 정부가 내놓을 대응 카드 중 하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카드다. 이날 양국 외무장관 회담에선 지소미아에 대한 논의도  다뤄졌다.

강 장관은 회담 직후 “내일 (일본)각의 결정이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의 수출규제가 안보상의 이유로 취해진 것이었는데 우리도 여러 가지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2일 결정될 경우 지소미아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일 양국은 지난 2016년 11월 지소미아를 체결한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과 관련해 총 48건의 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韓 외교부 "화이트리스트국 배제시...물러서지 않을 것" 

만약 GSOMIA가 중단될 경우 일본은 한국이 보유한 북한의 군사기밀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게 된다.

이에 대해  국제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표면적 이유는 한국이 일본에 안보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물자를 해외에 반출한다는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한국 입장에선 일본이 이런 의심을 하고 있으면서 한일 양국이 서로 자국의 안보를 위한 비밀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믿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양국의 외무장관 입장 표명이 있은 후 기자들을 만나 “(강 장관이) 기존 수출 규제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특히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를 보류·중단해줄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경우 관계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입장은 일본내 지식인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공정 전문가인 유노가미 다카시 미세가공연구소 소장은 이날 우리나라의 교통방송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국가에서 배제하는 조치 등 대(對)한 수출규제를 강화한다면 일본의 반도체 소재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면서 "이후 벌어질 문제에 대해 아베 총리는 일본인 앞에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 놓기도 했다.   

한편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의 양자회담은 이날 오전 8시 45분(현지시간·한국시간 오전 10시 55분)부터 55분간 진행됐다.

양국 장관은 회담 초반 사진을 촬영할 때까지 굳은 표정으로 일상적인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오전 8시 55분부터는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통역만 배석한 채 회담이 이어졌다.

양국 장관이 만나는 모습은 초반에 사진 촬영을 위해 취재진에 공개됐는데, 이때 양측은 굳은 표정으로 일상적인 대화도 나누지 않아 냉랭한 기류가 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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