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8년째 파업 수순…회사 "아직 심도 깊은 대화 못 해"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미중 무역분쟁에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경기 불황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과 현대자동차가 노조와 상생 경영에 '극과 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소모적 교섭보다는 단기간의 건설적인 대화로 두 손을 맞잡았으나 현대차 노사는 강대강 대립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노사 '맞손'…최태원 행복경영 연장선
3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노사는 건설적인 제안과 배려를 통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속전속결로 마무리했다.
지난 2월18일 상견례로 시작된 임금협상은 30분 만에 합의에 도달했고, 9일 뒤 진행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는 87.60%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타결했다.
이어진 단체협약에서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지난 2일 단체협약 갱신 첫 교섭을 시작한 이래 3주일 만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고, 25일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25일)에서 참여 조합원 77.56%가 찬성하면서 완전 타결됐다. 이후 29일 서울 서린동 SK빌딩에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이정묵 노동조합위원장 등이 참석해 '2019년도 단체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업황 불황 속에서 노사가 밀고 당기기 식의 소모적인 힘겨루기가 아닌 양보·배려를 통한 건설적인 대화 방식으로 만들어 낸 변화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에 매출 13조1036억원, 영업이익 4975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매출:12조8486억원·영업이익:3311억원) 대비 매출액은 2.0%, 영업이익은 50.3% 증가했으나 전년동기(매출:13조4380억원·영업이익:8516억원)와 비교하면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41.6% 감소했다.
2019년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5조9522억원, 영업이익은 8286억원이다. 전년(매출:25조6041억원·영업이익:1조5632억원)대비 매출은 1.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47% 감소했다.
역마진에 가까운 정제마진, 역내 화학제품 공급 증가와 글로벌 무역분쟁 등 최악의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단체협약 프레임 혁신을 발판 삼아 실적은 물론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동시 추구하는데 합의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단체협약 프레임 혁신이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사상 최단 기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낸 것은 노사가 함께 만들어 온 '신뢰'와 '상생' 그리고 '존중'과 '배려'의 문화가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묵 노조위원장은 "서로가 소통을 진정성 있게 하며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고 적정한 부분까지 서로 공감대를 형성했기에 소모전 없이 정말 빠른 시일내에 단협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투쟁을 통해 임금인상을 요구했던 과거 10년 임금을 분석한 결과 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분을 따라가지 못한 것을 보고 회사와 합리적인 수준에서 임단협에 임했다고 한다. 회사와의 과격한 투쟁은 사회적 비용 지출, 생산성 하락 등을 야기할 뿐 노사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노사가 임단협 방향성에 대해 서로가 공감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과물을 도출했다"면서 "예를 들어 임금 인상률이 낮으면 구성원 복리후생 등에 더 많은 대우를 해주는 등 노사 모두 효율적인 수준에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노사가 모두 서로를 향한 진정성과 양보·배려를 기본으로 소통했다"면서 "단체교섭 프레임 혁신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추구하는 '행복경영'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현대차 노사는 여전히 대립中…노조 8년 연속 파업 준비
반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마치 연례행사처럼 8년째 파업 돌입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30일 쟁위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끝에 70.54%의 찬성표를 이끌어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신청 결과에 따라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게 된다. 올해까지 파업이 진행된다면 현대차 노조는 2012년 이후 8년 연속 사측과 강대강 대립을 이어가게 된다.
하부영 현대차지부장은 "노조는 하후상박 연대임금과 통상임금, 정년연장, 불법파견·불법촉탁직 해결, 미래 고용안정 등 주요 핵심요구의 관철을 위해 쟁의권 확보를 했다"면서 "사측 최고경영진에게 지난 30년간의 구태의연한 교섭방식에서 벗어나 추석 전에 화끈하게 일괄 제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핵심 요구안에 대한 회사의 전향적인 태도와 일괄제시를 교섭 재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올해 현대차 노조는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임금 12만3626원(5.8%·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퇴직자 인원 충원 ▲정년 만 64세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파업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시점은 아니"라며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심도 깊은 대화로 교섭을 조속히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에 매출 26조9664억원, 영업이익 1조2377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매출:23조9870억원·영업이익:8249억원) 대비 매출은 12.4%, 영업이익은 50.1% 증가했고, 전년동기(매출:24조7118억원·영업이익:9508억원)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1%, 30.2% 증가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맞물려 현대차를 둘러싼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실제 올 2분기중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7.3% 감소했고 그 여파로 중국 현지공장은 생산라인을 축소하고 있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앞으로도 생산인력을 지속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실정이다.
팰리세이드 등 신차와 환율 상승에 대한 효과로 실적이 개선됐지만, 일시적인 실적일 뿐 업황이 좋아진 것은 아니라는 게 현대차를 비롯해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 노조는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파업을 연례행사처럼 진행하고 있는데 신차 효과로 인한 반짝 실적일 뿐 기본적으로 경제여건과 타이밍이 좋지 않다"면서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이 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노사가 힘을 합쳐 생산성 향상을 위해 분발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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