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워치]시위 진압 경찰, 외신통해 "폭력 명령 내린 '행정부'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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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워치]시위 진압 경찰, 외신통해 "폭력 명령 내린 '행정부' 비난"
  • 홍콩=이지영 통신원
  • 승인 2019.07.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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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 시민과 언론으로부터 외면
英BBC에 "우리도 강제진압 하고 싶지 않다"
지난 14일 쇼핑몰 지하서 출구봉쇄 후 강제진압
30여명 부상자 발생
홍콩시위가 경찰의 강제 진압으로 점점 폭력적으로 변질되고 있다. 시위 이슈는 송환법 반대에서 캐리람 행정부장관 사퇴로 진화하면서 매 주말 벌어지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홍콩시내 대형 쇼핑몰인 '샤틴' 내부에서 시위대와 홍콩 경찰이 맞붙어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진=김수(金水)홍콩시민 제보.
홍콩시위가 경찰의 강제 진압으로 점점 폭력적으로 변질되고 있다. 시위 이슈는 송환법 반대에서 캐리람 행정부장관 사퇴로 진화하면서 매 주말 벌어지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홍콩시내 대형 쇼핑몰인 '샤틴' 내부에서 시위대와 홍콩 경찰이 맞붙어 3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진=홍콩시민 제보.

[홍콩=이지영 통신원] 홍콩 시위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자 시위 진압 임무가 주어진 홍콩 자치 경찰 내부에 점점 동요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콩내 치안을 담당하는 행정부 산하 경찰들의 불만은 평화적인 시위를 하는 시민들을 향해 강제 진압을 명령한 행정부로 향하고 있다.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반대를 위해 지난 6월 초부터 시작해 주말마다 이어지고 있는 시위는 오는 21일에도 벌어질 예정이다. 캐리람 홍콩 행정수반의 송환법 철회 발표가 있었지만 이제 홍콩 시위 이슈는 람 장관과 강제진압 명령을 내린 경찰지휘부 전원의 사퇴와 문책으로 확장, 진화하고 있다. 

시위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피로감에 휩싸인 경찰들은 해외 언론과 인터뷰 등을 통해 시민들과 평화적 타협점을 찾지 못한채 시위 때마다 강제진압 명령을 내리고 있는 행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현재 홍콩 경찰은 명령에 따라 시위를 강제진압한 후 시민은 물론 현지 언론으로부터 거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홍콩경찰, 영국언론과 인터뷰 "정부 비판" 

영국 국영 방송사인 BBC는 최근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시위에서 진압작전에 가담했던 경찰관 진(陳)씨를 인터뷰했다.

진 경찰관은 이 인터뷰에서 “현재 홍콩 경찰은 시민과 행정부 사이에서 반 행정부 정서의 화풀이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무능한 정부가 정치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경찰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행정부에 대한 불만을 가감없이 밝혔다.

또 진 경찰관은 “이런 긴장 상황이 계속 된다면 경찰과 시위자 간의 물리적, 정서적 충돌은 불가피하다”며 “대규모 집회에서 폭력을 앞세운 강제진압이 계속될 경우 인명피해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시위진압을 통해 홍콩경찰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탓에 퇴근 후에는 친구들에게도 원망을 듣고 있다”면서 “뉴스에서 시위자들을 약자로 보도하고 있지만 경찰의 강제진압이 시작되는 순간 시위자들은 벽돌이나 우산으로 찌르고 달려든다면서 방패를 들고 있어도 한 순간 방심으로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언론들도  시위가 두달째로 접어들면서 경찰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경찰관들에게 더 이상 인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오는 21일 민주파 단체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 민진)은 또 다시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3일과 14일 주말에도 대형 시위는 계속됐다.  당시 시위자와 경찰 간 격렬한 충돌도 발생했다. 

지난 주말, 샤틴 쇼핑몰 대난투극 방불

지난 14일 홍콩시내 샤틴(沙田)에서 있었던 시위는 다른 반 송환법 시위와 달랐다. 14일 오후무렵 평화적인 시위가 끝난 후 경찰은 수 만 명의 시위자를 거리에서 포위했다. 이날 저녁 8시쯤 경찰은 먼저 시위자들에게 빨리 해산 해달라고 경고했다.

지난 14일 홍콩시내 대형 쇼핑몰과 연결된 지하철 승강장 입구에서 대치중인 시위대와 홍콩 경찰들. 사진=홍콩시민 김수(金水) 제보.
지난 14일 홍콩시내 대형 쇼핑몰과 연결된 지하철 승강장 입구에서 대치중인 시위대와 홍콩 경찰들. 사진=홍콩시민 제보.

수 많은 시위자들은 근처에 있는 대형 쇼핑몰인 뉴 타운 플라자 (New Town Plaza)로 들어가 지하철을 타려고 했지만 쇼핑물에 있는 지하철 입구는 경찰의 요구로 이미 봉쇄돼 있었다. 쇼핑몰에 운집한 시위자들은 어쩔 수 없이 쇼핑몰 내부에 갇혔고 지하철 입구를 속히 열어 줄 것을 소리 높여 요구했다. 

핼멧을 쓰고 경찰봉과 방패 등의 장비로 무장한 전투경찰들이 갑자기 뉴타운 플라자 내부로 투입되면서 시위자와 경찰 간 격렬한 몸싸움으로 번졌다. 관광객과 시민들이 즐겁게 쇼핑하던 뉴타운 플라자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쇼핑몰 2층과 3층에 있던 시위자들은 1층에 있는 경찰에게 물병이나 우산 등을 던졌으며 경찰들은 곤봉으로 시위자를 제압했다. 경찰과 시위자의 격렬한 충돌은 약 1시간 동안 난투극으로 번졌으며, 결국 시위자 18명, 경찰은 10명 등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한 경찰은 시위자에게 손을 물려 손가락이 잘렸다. 

홍콩의 언론들은 경찰의 쇼핑물 진압행동을 비판했다.  쇼핑객이 많은 쇼핑몰 안에서 경찰이 강력한 진압행동을 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 할 행동이며 무리한 진압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면 경찰은 꼭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홍콩 대형 쇼핑몰 실내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시민들과 진압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김수(金水)홍콩시민 제보.
지난 14일 홍콩 대형 쇼핑몰 실내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시민들과 진압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홍콩시민 제보.

경찰, 흑경(나쁜경찰)이라 불려 

반 송환법으로 인해 촉발된 데모 후 일반 시민이나 어론들은 경찰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12일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 가스와 물대포, 심지어 고무탄까지 사용하며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과 현장에 있던 취재기자들에게까지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  

그 후 시위학생들에게 경찰이 부당한 폭력 쓴다는 비판은 계속 되었다.  시위자와 일부 시민들은 경찰을 암흑가 조직처럼 함부로 잔인한 행위를 한다는 의미의 흑경 (黑警·나쁜 경찰)이라고 불렸다. 

경찰의 행동에 분노한 수많은 시위자들은 지난 달 21일과 26일 완차이(灣仔)에 있는 경찰본부를 포위하고 경찰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했다. 그리고 진압작전에 투입 되었던 경찰들의 개인정보를 (집 주소, 전화번호, 가족 관계 등) SNS로 공개하고 널리 퍼트렸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자 경찰이 폭력을 동원, 시위 진압에 나서면서 그동안 평화적 시위를 진행해 온 홍콩 시민들과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홍콩 언론은 경찰의 폭력진압이 인명피해를 확산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홍콩시내 샤틴 쇼핑몰 앞에서 바리케이트를 사이에 두고 대치중인 홍콩시민과 경찰 모습. 사진=김수(金水)홍콩시민 제보.
홍콩 시위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자 경찰이 폭력을 동원, 시위 진압에 나서면서 그동안 평화적 시위를 진행해 온 홍콩 시민들과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홍콩 언론은 경찰의 폭력진압이 인명피해를 확산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홍콩시내 샤틴 쇼핑몰 앞에서 바리케이트를 사이에 두고 대치중인 홍콩시민과 경찰 모습. 사진=홍콩시민 제보.

시위자와 정부 사이에 낀 홍콩경찰

시위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에게도 경찰의 인상은 좋지 않았다. 현장을 취재하던 한 기자가 자신의 신분을 분명히 밝혔지만 경찰은 기자를 마치 시위자를 다루듯 대하고 심지어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기도 했다. 

샤틴 뉴타운 플라자에서 격렬한 시위가 있었던 다음 날 경찰노동조합은 경찰총장 및 관리 당국에게 경찰들의 신병안전과 정신건강을 배려하고 위험한 시위현장으로의 파견을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은 경찰노동조합의 성명이 경찰 내부의 의견이 갈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경찰이 정부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주 시위에서 나타났듯 경찰은 점차 역부족인 것으로 보여진다. 오는 21일 예정된 시위에서 또 다시 경찰이 강제진압으로 시위대와 대형충돌이 벌어질것인지 시위를 앞 둔 홍콩 시민들은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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