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트렌드] 전기와 와이파이를 찾아...'디지털 노마드'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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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트렌드] 전기와 와이파이를 찾아...'디지털 노마드' 체험기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07.1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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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회학자 자크 아탈리 '21세기 사전'에서 최초로 '디지털 노마드' 언급
'카공족', '코피스족' 등 '디지털 노마드'가 가장 선호하는 장소는 카페
지금 유목민으로 누리는 것은 다른 유목민과 공유하는 것...소통과 배려 필요
사진=
다양한 디바이스를 장착한 디지털 노마드. 사진=unsplsh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노마드(nomad)'는 유목민이란 뜻이다. 중앙아시아, 몽골 등 건조한 평야 지대에서 가축을 방목하기 위해 좋은 목초지를 찾아 이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최근 등장한 또 다른 유목민이 있다. 디지털 기기를 하나 이상 지니고 일정 장소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을 하거나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이들을 '디지털 노마드'라 부른다.

인터넷과 정보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라면 시ㆍ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 노트북 컴퓨터나 태블릿 PC, 휴대폰 등 다양한 디지털 디바이스를 '장착'한  이들은 지구 전체가 작업실이고 스터디룸이고 미팅룸이다.

예전의 유목민은 척박한 환경에서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삶을 받아들였지만 디지털 노마드는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거주와 일터를 선택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노마드가 가장 선호하는 곳,  그들이 생각하는 가장 효율적인 곳은 어디일까.각기 장단점이 있는 세 곳을 직접 체험해 봤다.

 

커피 한 잔에 전기와 와이파이를 맘껏…프랜차이즈 카페

평일 오전 7시면 문을 여는 스타벅스.

국내 커피 전문점 최초로 매장 내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도입했고 공용 테이블과 1인용 테이블 등에 전기를 쓸 수 있는 콘센트가 갖춰져 있는 곳.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전기를 원 없이 쓰기는 어렵지만 이 곳은 자리만 확보되면 커피 한 잔 값으로 전기와 와이파이를 맘껏 쓸 수 있다.

디지털 노마드족 인구가 급성장하게 된 계기가 바로 카페의 무료 와이파이와 콘센트 덕분이라고도 한다. 최근엔 국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카페들도 리모델링을 통해 1인용 테이블과 널찍한 공용 테이블, 콘센트를 갖추고 있다. 초창기 스타벅스의 라이벌이었던 '커피빈'은 와이파이와 콘센트 없는 카페를 고수하다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게도 뒤쳐졌다는 분석도 있다.

사진 위=콘센트와 USB 단자가 갖춰진 스타벅스 공용 테이블, 아래=콘센트와 공용테이블을 갖춘 뚜레쥬르 베이커리 카페.사진=김이나 에디터
사진 위=콘센트와 USB 단자가 갖춰진 스타벅스 공용 테이블, 아래=콘센트와 공용테이블을 갖춘 뚜레쥬르 베이커리 카페.사진=김이나 에디터

'카공족' (카페+공부,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과 '코피스족' (coffee+office, 카페에서 주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 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디지털 노마드가 가장 선호하는 장소가 카페. 그러나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곳. 사람도 만나고 책도 읽고 업무 관련 미팅도 하고 간혹 면접도 하고 투자 설명회, 입시설명회도 벌어진다. 자연히 소음이 증가하면서 공부나 업무에 방해(?)가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고성방가만 아니라면 오히려 이런 소음이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백색 소음'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낮추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특히 스타벅스는 디지털 노마드가 가장 선호하는 카페로 세련된 원목 인테리어와 은은한 LED 조명 외에도  ▲직영점이라 오래 앉아 있어도 사장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 무료 와이파이와 콘센트가 다른 카페에 비해 많이 갖춰져 있다 ▲ 재즈, 클래식 등 자체적으로 선별한 BGM이 듣기 편안하다 ▲ 역세권,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찾기 쉽다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 직영으로 운영하다 보니 출점 거리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최근 신조어 중에 ‘스세권'이란 말이 있다. 스타벅스가 있는 곳에 임대도 잘 되고 상권이 잘 형성된다고 한다.  자신의 건물 1층에 스타벅스를 유치하려는 건물주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쾌적하지만 지나치게 정숙한 스터디 카페

최근에 부쩍 늘어난 스터디 카페가 궁금했다. 같은 건물에 독서실도 있었는데 에디터가 간 곳은 최근 오픈한 무인 스터디 카페.

입구에서 키오스크 (무인 결제 시스템) 를 통해 간단한 회원가입을 하고 사용할 시간을 정하고 결제 후 좌석을 정한다. 좌석은 다양하다. 1인용 데스크, 창가나 벽 쪽으로 칸막이 없는 데스크도 있다. 칸막이가 없지만 1인이 쓰기에 좁지 않다. 각 테이블 마다 콘센트가 갖춰져 있다.

 

분당구 스터디 카페 D-PLACE. 무료 음료, 프린터, 스탠드,담요 등 제공. 사진=디플레이스 SNS,김이나 에디터
분당구 스터디 카페 D-PLACE. 무료 음료, 프린터, 스탠드,담요 등 제공. 사진=디플레이스 SNS,김이나 에디터

아메리카노 외 다양한 음료수, 간단한 스낵, 출력ㆍ복사ㆍ스캔이 가능한 복합기, 스탠드, 독서대, 담요 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정숙이 유지되야 한다는 것. 마우스나  키보드 소리도 유의해야 한다. (무선 마우스 제공)

단기간 시험 준비를 하거나 집중을 요하는 PPT 작업, 인터넷 강의 시청 등에는 적합하나 노트북 문서 작성이나 다양한 업무, 긴급한 통화라도 해야한다면 다소 불편할 수도. 이용료는 대략 1시간에 2000~2500원 정도.

'토즈 스터디센터'는 스터디 센터 혹은 워크 센터로 운영하며 역시 무료 음료 제공, 공용 프린터, 팩스, 스캐너 등을 갖추고 있다. 오픈 형은 기본 1시간에 2,500원 (9시~18시,1만5천원), 1인실은 2시간에 8천원 혹은 9~18시 이용시 2만원이다. 

라운지 형태의 공용 테이블은 적당한 소음도 용인하는 분위기. 룸이 갖춰져 있어 미팅을 하거나 세미나, 프레젠테이션 등 공동작업을 하기에 적당하다. 시내 도심에 지점이 많아서 접근성이 좋다.

 

 공공장소가 부여하는 책임과 한계…공립 도서관

비교적 지은지 오래되지 않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도서관.

무료에 공공 와이파이. 시간 제한이 없다. 다양한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장소. 그러다 보니 이용에 제한이 많이 따른다.

책을 읽으러 가는 사람, 빌리러 가는 사람 외에도 자료 열람을 위해,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행사를 보기 위해 간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성남시 분당구 판교 도서관. 노트북 사용 가능 장소가 협소하고 소음에 주의해야 한다. 사진=성남시 블로그.
성남시 분당구 판교 도서관. 노트북 사용 가능 장소가 협소하고 소음에 주의해야 한다. 사진=성남시 블로그.

공공기관은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상호 존중이 필요하기 마련. 

일반 열람실 내 노트북 전용실을 갖추고 있으나 사용 제한이 따른다. 다른 이용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무선 마우스 및 터치패드 사용을 권고하고 있고, 문서 작성 시엔 별도의 공간 (전자정보실 및 기타 노트북 사용 가능 장소)을 사용하길 권한다.

백색소음은 어느 정도 용인 되지만 공공도서관의 수가 많지 않고, 최초 회원 가입 시 거주 증명이 필요하며 입ㆍ출입시 회원 카드를 소지해야 한다.  

 

◆나만의 '게르(ger)'를 찾다...디지털 노마드가 지켜야 할 것

결국 에디터가 택한 나만의 '게르(몽골인의 이동식 천막집)'는 카페다.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편안하다. 이용 시간이 자유롭고, 접근성이 좋으며, 적당한 백색소음은 안정감을 준다. 

실제로 숨막힐 듯 조용한 스터디카페나 도서관 보다 카페를 선호하는 노마드가 늘어가는 추세.

그러나 디지털 노마드가 모든 곳에서 환영 받는 것은 아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지나치게 누리는 것에 대한 반감이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생수 한 병만 구입해서 텀블러에 인스턴트 커피를 타서 마시거나 커피 한 잔을 주문한 뒤 중간에 점심을 먹고 오거나 하는 사례들이 올라온다.

카공족이든 코피스 족이든 당신이 디지털 노마드라면 ▲ 음료수 한 잔을 주문했다면 최대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두 시간. 시간이 연장해야 한다면 스낵이나 베이커리 등을 추가할 것 ▲ 공용 테이블이나 1~2인용 테이블에 앉을 것 ▲ 되도록이면 오전 일찍, 오후 늦게 혹은 밤에 이용할 것 ▲되도록이면 중간에 자리를 뜨지 말고 나갈 땐 깔끔히 정리할 것.

집 앞 스타벅스. 오전 일찍 가면 마주치는 나이 지긋한 여성이 있다. 그는 사실 디지털 노마드는 아니다. 스마트폰은 가지고 있지만 그가 사용하는 것들은 손글씨로 채워진 노트 두어 권과 영어 원서들.

그 앞에 두 잔의 커피 머그가 놓여 있다. 한 잔을 두 시간용이라 치면 아마 두 시간 이상을 머물렀던가 보다. 나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하게 해 준 곳에 대한 감사의 표시. 품격이 느껴진다.

유목민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은 누리자. 대신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은 다른 유목민과 공유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소통과 배려. 바로 디지털 노마드가 지켜야 할 절대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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