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 칼럼] 황교안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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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칼럼] 황교안의 딜레마?
  • 윤태곤 정치분석가(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승인 2019.07.05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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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오를때도 같이 오르더니 내릴 때도 같이 내리는 것이다.

황 대표의 이같은 지지율 등락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매우 흥미로운, 딜레마적 상황이 나타난다.

정치데뷔 무대나 다름없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때부터 황교안에게는 ‘확장성이 부족하다’ ‘너무 보수적이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대표 당선 이후 황교안은 그같은 지적은 아랑곳하지 않고 ‘강성 보수’ 포지션을 유지했다.

그의 입에선 ‘좌파’ ,‘독재’ 같은 단어가 심심찮게 나왔고 장외투쟁에 주력했다. 엄청난 비판에 직면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고 당과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황교안에 대한 정치전문가들 공통된 시각

이같은 황교안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세 가지 공통된 분석을 내놓았다. 첫째는 ‘어쨌든 생각보다는 잘 한다’는 것. 둘째는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확장성 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황교안이나 주위에서도 이같은 지적을 모를 리가 없었던 것이 지난 6월 6일 취임 100일을 즈음해 궤도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황교안×2040 미래찾기’라는 제목의 청년 대상 토크 콘서트도 열었다. 푸드 트럭에 올라타서 핫도그도 팔았다. 가족사‧대입 실패와 재수 경험‧연애스토리 등도 풀어냈다. 황교안 본인이  “30%대 콘크리트 지지세력 만을 갖고는 안 된다”며 “중도라고 하는 분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어가야 한다”고 자기 입으로 강조한 때가 이 시점이다.

‘2020경제대전환 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경제를 강조하기 시작했던 것이 이 시점이다.

집토끼 잡은 다음에 산토끼, ‘콘크리트’를 회복한 다음에 중도층 공략은 정치의 정석(定石)이다. 황교안의 이같은 행보는 누가 봐도 합리적인 것이었다.

또다시 실언...독특한 변명...지지율 하락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 숙명여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아들이 낮은 스펙도 대기업에 붙었다”고 말해 특혜 채용 논란에 휘말리더니 “스펙이 낮지 않다”고 정정했다. “올린 건 거짓말이지만 낮춘 건 거짓말이 아니다”는 독특한 자기 변명이 뒤따랐다.

자영업자들의 표심을 잡겠다며 꺼내든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화’ 주장도 큰 비난에 직면했고 임대아파트 주민들 앞에서 재산세 인상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때부터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좌파’ ‘독재’ 같은 이념적 공세에서 민생, 경제로 전환하자마자 스텝이 꼬인 것이다.  당황하는 모습도 역력해졌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잇딴 실언으로 지지율이 하락했다. 사진=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잇딴 실언으로 지지율이 하락했다. 사진= 연합뉴스

황교안에게 어색한 주제들 경제, 청년

이유가 뭘까?

반평생을 공안검사로 살았고 통합진보당 해산을 자신의 최고 치적으로 내세우는 황교안이 이념을 말하는 것은 사실 매우 자연스러워보인다. 찬반이 격하게 대립되는 발언과 행보지만 남이 써준 것을 읽는 느낌을 주진 않았다. 그런데 경제, 청년 이야기를 하면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다. 말이 길어질 수록 자꾸 실수가 나온다. 해명하다가 논란이 또 생긴다.

그렇다면 다시 ‘좌파’ ‘독재’를 반복해야 하나? 그렇게 하면 강경 우파의 리더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순 있을거다. 하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황교안의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실 황교안에 앞서 이런 딜레마에 직면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박근혜다.

박정희의 딸, 4대개혁법안 반대 장외투쟁을 이끈 강경보수 진영의 리더라는 이미지는 박근혜의 강점이었지만 결국은 아킬레스건이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실용주의자’ 이명박에게 후보 자리를 내준 근본 원인이었던 것.

하지만 박근혜는 MB정부 중반부터 복지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보였지만 3년을 반복하니 조금씩 익숙해졌다. 

황교안도 박근혜처럼 바뀔 수 있을까

남경필, 원희룡 등 소장파와 교감을 높이며 비대위원장이 돼서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고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등 개혁적 성향의 보수 인사들을 비대위원으로 내세웠다. 그 뒤는 모두 아는 바대로다.

‘박근혜가 바뀌었다’는 소리가 많이 나왔고 이런 과정을 통해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서 예상과 달리 과반의석을 획득했고 박근혜는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대통령에 취임하면서부터 이런 변화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지만)

그러면 황교안도 박근혜의 뒤를 따를 수 있을까? 두 가지 차이점을 극복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대통령 박근혜는 전혀 그렇지 못했지만 정치인 박근혜는 변화와 결단에 매우 능한 사람이었다.  황교안은 그런 역량을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박근혜는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고 기다려주는 콘트리트 지지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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