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정상 회동에 다시 오르는 ‘경협주’…상승세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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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정상 회동에 다시 오르는 ‘경협주’…상승세 이어질까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7.0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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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현대엘리베이터 등 강세...'깜짝' 북‧미 정상회담에 투자심리 개선
구체적인 합의 없어 상승세 지속 여부는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남‧북‧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자 남북경협주(株)가 미소를 되찾았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이후 별다른 호재가 없었으나 이번 만남으로 선물을 받은 셈이다. 다만 북‧미 간 구체적인 합의가 나오지 않아 상승세를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시 40분 현재 현대건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200원(2.23%) 오른 5만4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6.28%), 현대로템(4.28%) 또한 강세다.

◆ 예상치 못한 북‧미 정상회담…투자심리 자극

남북경협주는 이날 장 초반부터 상승 곡선을 그렸다. 전일 예상치 못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덕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차석하던 중 트위터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글을 본다면 비무장지대(DMZ)에서 그를 만나 악수하며 인사할 것”이라고 올리며 김 위원장에게 만남을 제안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고 방한(訪韓)할 예정이었다.

이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화답, 북‧미 정상은 이튿날 판문점에서 만나 남측 ‘자유의 집’에서 약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함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측에 다녀오던 중 문재인 대통령까지 합류해 정전선언 66년 만에 남‧북‧미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이기도 했다.

◆ 이전 정상회담 때와 비교하면 상승 여력 충분

특히 이번 북‧미 정상회담으로 비핵화 프로세스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회담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취재진에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로 2~3주간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르면 이달 중순께 양국 간 비핵화 실무 협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비핵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남북경협주가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며 “특히 가격과 양, 재료 측면에서 북한 개방 관련주에 대한 모멘텀(상승 동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남북경협주 133개 종목 누적 평균 주가 수익률이 5.7%에 불과하다는 게 문 연구원의 설명이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과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수익률은 최고 55%, 35%까지 올랐다. 그간 시장에서 북‧미 간 대화 재개를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던 만큼 상승 여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미 정상의 '깜짝 회동' 이후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기술적 반등에 그칠 수도”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남북경협주의 강세가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실제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즉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극적으로 연출됐을 뿐 양국이 대화 재개 이상의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가장 우려되는 건 비핵화 프로세스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에 대한 북‧미 간의 의견 차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앞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북한은 UN 대북제재 중 5개 항목을 해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미국이 거절한 바 있다. 향후 실무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실제 비핵화 프로세스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과의 관계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자신의 입지와 여론 변화에 따라 언제 어떻게 입장을 선회할지 예측할 수 없어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 반등하더라도 눈높이 낮춰야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 비핵화 프로세스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북 제재 완화,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점차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남북경협주의 상승세는 기술적 반등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남북경협주는 ‘하노이 회담’의 ‘노 딜(no-deal)’ 충격만 반영하고 있어 이번 정상회담으로 실낱같은 희망이 되살아나면서 단기적인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며 “반등의 눈높이는 이전 제1‧2차 북‧미 정상회담 시점보다 낮춰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또한 “북한 관련주의 강한 반등 시도가 예상된다”면서도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 명확한 선을 긋고 있고 북‧미 관계에 대해선 속도보다 질을 강조하고 있어 양국 간 관계 개선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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