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주 52시간 도입' 증권사…"1년간 준비해 혼란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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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주 52시간 도입' 증권사…"1년간 준비해 혼란 최소화"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6.28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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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유연근무제·PC오프제 시행
1년간 미비점 보완...직원 근무 만족도 향상
IB·해외주식 부문 등 재량근무제 포함 요구
다음달부터 금융투자업계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다.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유연근무제, PC오프제 등 제도를 도입하며 새 근무제 시행을 준비해왔다. 사진=연합뉴스
다음달부터 금융투자업계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다.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유연근무제, PC오프제 등 제도를 도입하며 새 근무제 시행을 준비해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금융투자업계에 다음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의무 시행 대상인 대형 증권사는 물론 중소형 증권사까지 지난해부터 새 근무제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임직원 수가 300인 이상인 증권사는 총 22곳으로 3만2930명이 이들 증권사에 근무하고 있다. 당초 300인 이상 사업장은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시작했지만 금융업을 비롯한 21개 업종이 특례 업종으로 분류, 1년간 시행이 유예됐다.

주요 증권사들은 빠르면 1년 전부터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왔다. 증권사 대부분 하루 8시간씩 5일, 주 40시간 근무를 기본 원칙으로 세웠다. 

가장 일반적인 제도는 업무의 성격에 따라 근무시간을 배분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시차출퇴근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사업장 밖 간주근로제 등이 유연근무제에 해당한다. 

◆ 대형 증권사 대부분 유연근무제 시행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대형 증권사부터 주요 증권사들이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증권사마다 구체적인 시행 방식은 다르지만 주로 부서·개인별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근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근무’,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근무’ 등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시차출퇴근제’ 방식이 이용된다. 이외에도 연장 근무 시 이튿날 근무시간을 줄이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의 방식도 있다.

또 이들 증권사 대부분 퇴근 시간에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오프제(off)’를 운영 중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퇴근 시간 40분 전 ‘업무를 마무리 할 시간이 됐다’는 문구를 PC에 띄우기도 한다.

이밖에 내년부터 ‘주 52시간제’ 의무 시행 대상인 소형 증권사들 역시 미리부터 업계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한양증권은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시스템을 통해 ‘주 52시간제’를 앞두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RPA는 단순 반복업무를 전산화 해 스마트워크 시스템 구축,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시간으로 기사를 확인해야 하는 홍보팀의 경우 RPA시스템이 필요 기사를 홍보 담당자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메신저로 실시간 전송해준다.

◆ 1년 전부터 시행하면서 미비점 보완

이처럼 증권사들이 일찌감치 ‘주 52시간제’ 대비책을 세운 이유는 갑작스러운 근무시간 변경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 PC 오프제를 도입할 당시 첫달에는 ‘주 1회’ 적용, 두 번째 달에는 ‘주 2회’ 적용, 세 번째 달에는 전일 적용하는 방식으로 점차 횟수를 늘려나갔다.

한 중형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면서 부서·개인별로 미비점을 찾아 보완해왔다”며 “다음달부터 ‘주 52시간제’가 시작되더라도 업무에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주 52시간제’를 맞는 증권사 직원들은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를 확보할 수 있는 데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증권사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주 52시간제’를 위한 제도가 시작되기 전에는 본인의 업무를 마치더라도 제때에 퇴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일련의 변화들로 인해 정해진 근무시간을 지키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개인적인 휴식 시간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주 52시간제’를 시행 전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근무시간이 줄어든 데에 만족하고 있다”며 “업무 강도가 높은 증권사 특성상 이전에는 ‘칼퇴(정시퇴근)’가 어려웠는데 최근 들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퇴근시간을 지키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 인력 충원 없어 잔업에 대한 불만도

다만 ‘주 52시간제’를 앞두고 인력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즉 일정한 업무량을 소화해야 하는데 업무를 나눌 추가 인력 없이 근무시간만 짧아지면서 회사 밖이나 집에서 잔업을 처리해야 하는 일이 생겨나는 것이다. 

중형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은행(IB), 리서치, 해외주식 부문 등 전문성이 강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무들은 쉽게 인력을 충원할 수 없다”며 “이들 사이에서는 ‘업무량이 그대로인데 어떻게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나’라는 불만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근무시간에 주어진 업무를 마무리하기보다는 퇴근시간에만 맞춰 일하는 일탈자가 생겨나기도 한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주 52시간제’를 위해 여러 제도를 도입했지만 근무시간에 업무 집중하지 않은 채 점심시간, 퇴근시간만 지키는 직원들이 있다”며 “일이 미뤄지니 부서나 회사 차원에서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IB·해외주식 '재량근무 적용' 의견도

특히 IB부문과 해외주식 부문 등을 재량근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20일 증권사 애널리스트(금융투자분석),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투자자산운용) 등을 재량근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이들 업무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주 52시간제'를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IB 부문과 해외주식 부문은 제외됐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IB 부문이 무조건 ‘주 52시간제’를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유연근무제나 PC오프제 제도를 도입하는 등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외부 영업 활동이 많은 업무 특성상 현실적으로 정해진 근무시간만 일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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