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튀니지] 라마단 기간에 하는 식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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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튀니지] 라마단 기간에 하는 식사들
  • 김수린 튀니지 통신원
  • 승인 2019.06.0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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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린 튀니지 통신원] 지난 번 글에서 라마단을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는 라마단 기간동안 먹는 '이프타르(إفطار)'와 '수후르(سحور)', 그리고 '이드(عيد)'에 관해 설명해 볼까 합니다.

라마단에서 이프타르는 해가 진 후에 먹는 첫 번째 식사를 말합니다. 약 한달 정도 라마단이 계속되는 동안 이프타르의 시각도 바뀝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해가 지는 시각도 늦춰지기 때문입니다. 이프타르는 일몰 시각을 따라갑니다.

올해 라마단이 시작된 5월 6일 이프타르 시각은 오후 7시 13분입니다. 그러나 라마단이 끝나는 6월 4일에는 오후 7시 35분으로 한참 늦춰집니다.  
 
이프타르는 각계각층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식사를 제공함으로써 약자를 배려하는 라마단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이 때를 활용해 정치 및 홍보 활동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들의 문화를 잘 이해하는 버거킹이나 쇼핑센터는 라마단 이프타르를 통해 세일 마케팅을 하는 것이죠.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신기한 문화인 이프타르를 접하기 위해, 예약한 레스토랑를 찾았습니다. 저녁 7시부터 음식이 나와 있었지만 튀니지 사람들은 다들 친구와 지인을 맞이하며 기다리고 있었죠. 시간이 되자 코란 방송이 울려퍼졌습니다.

약 5분 동안 계속되던 방송이 끝나자 레스토랑 주인이 갑자기 향초 같은 것을 들고 자리를 돌아다니며 향을 뿌렸습니다. 민트보다 강한 냄새가 순식간에 식당 전체에 퍼졌죠. 사실 밥을 먹는데 그닥 유쾌한 향은 아닙니다. 식욕을 단숨에 감퇴시켜버리는 냄새였지만 의미를 물어보니 '사람들의 몸에서 독소를 빼고 좋은 일만 있게 하라'는 축원을 담고 있다고 하네요. 

라마단 기간중에 금식을 마치고 하는 첫 식사 '이프타르'. 가정에서 준비하는 식단에는 스프, 채소와 단백질이 많은 요리를 주로 먹는다. 사진= 김수린 통신원
라마단 기간중에 금식을 마치고 하는 첫 식사 '이프타르'. 가정에서 준비하는 식단에는 스프, 채소와 단백질이 많은 요리를 주로 먹는다. 사진= 김수린 통신원

이프타르 음식 구성을 보면 슈르바(토마토 스프 같은 것) · 쿠스쿠스(튀니지의 전통 음식) ·할와위야트(튀니지의 단 후식)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첫 식사이다 보니 체할 것을 염려해 처음에 따뜻한 스프로 속을 달래며 두 시간 정도 여유있게 천천히 식사를 합니다. 건강에 좋은 초록 채소들이랑 단백질을 챙겨먹고 고칼로리 음식이나 패스트푸드 음식은 피합니다.

라마단 기간중 이프타르 모습은 제가 알던 튀니지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밥을 다 먹자 사람들이 노래를 틀고 춤을 추기도 합니다. 참 색다르고 신기한 문화 풍습으로 비쳐졌습니다. 튀니지 사람들의 표정에서 이 문화를 즐기는 마음도 읽었습니다. 

라마단 때에는 물가가 오른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실감할 때가 많습니다. 평소에는 샤와르마나 간단한 샐러드를 4~5디나(한화 2000원)으로 팔던 식당들이 이프타르 코스 메뉴를 32디나(약 1만3000원)의 가격으로 파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이프타르 말고도 다음날 금식을 시작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는 수후르(سحور)가 있습니다. 수후르는 새벽 3시경에 먹는데, 역시 이프타르와 마찬가지로 먹는 시간은 일몰에 따라 유동적입니다.

새벽 기도 전에 먹는 음식이다 보니 가볍게 푸딩이나 요거트, 튀니지 선식 같은 비시샤(بسيسة)등으로 구성됩니다. 요거트는 갈증을 막아주는 역할로 요긴하게 쓰이고 곡물을 간 음식인 비시샤는 허기를 느끼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대부분의 음식은 몸이 갈증을 느끼지 않도록 싱겁고 가벼운 음식들입니다. 수후르는 낮 동안의 금식으로 몸이 약해지거나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식사인데, 이 곳 사람들은 '신의 축복'이라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옛날에는 메사하라(مسحري)라고 일컫는 사람이 일출 전에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수후르를 먹으라며 코란이나 노래로 사람들을 깨웠다고 합니다. 이 풍습은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드 알피트르(عيد الفطر)가 있는데,  '금식을 끝내는 축제'라는 의미입니다. 간단히 줄여 이드(عيد)라고도 합니다. 이드는 ‘축제’, 피트르는 ‘끝났다’라는 뜻입니다. '라마단 금식 기간이 끝났으니 다 같이 기쁨을 나눈다'는 의미겠지요. 

라마단이 끝나는 이드 행사때 사원에 모인 튀니지 사람들. 사진= 김수린 통신원
라마단이 끝나는 이드 행사때 사원에 모인 튀니지 사람들. 사진= 김수린 통신원

이드는 라마단이 끝나는 날 사원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성대한 음식으로 축하하는 축제입니다. 라마단이 히즈라력 9월이라면 이드는 히즈라력 10월 샤왈(شوّال)일부터 약 사흘 간 열립니다. 

서기 624년부터 시작되어왔기에 이드는 이슬람교의 가장 오래된 전통 축제이자, 전 세계 12억 이슬람 신자들이 다 지키는 큰 축제입니다. 이드 알피트르 오전에 치르는 예배를 ‘이드 예배’라 고 하는데, 보통 ‘이드가’(عید گاہ‎)라 불리는 시외나 근교의 특별한 모스크에서 열립니다.

이것은 이슬람의 선지자 무함마드가 이드 기도를 시외에서 시행한데서 유래했습니다. 일반적인 모스크에서 이드 예배를 올리는 것보다 이드가에서 예배드리는 것을 더 크게 여깁니다. 이드 날 이드가에는 다양하고 많은 신도들이 함께 모여 자연스럽게 유대감을 다집니다.

그리고 또한 축하 음식으로 단 음식을 많이 먹는데요. 이드를 또다른 이름인 ‘설탕 축제’로 부르는 이유입니다. 나라마다 종류는 가지각색이지만 대부분 단 음식이라는 게 흥미로운 점입니다. 튀니지에서는 프랑스 음식이지만 변형된 푸딩과 말린 대추야자가 주 메뉴입니다.
 
막연하게 라마단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글을 쓰면서 이슬람 신자들이 이런 의미로 라마단을 행하는구나를 보다 자세히 알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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