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채권단, 울며 겨자 먹어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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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채권단, 울며 겨자 먹어야 할 판
  • 조희제
  • 승인 2015.08.2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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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가도 합의못해...당초 제시한 금액에 훨씬 못미쳐

금호산업의 새주인 찾기에 나선 채권단이 자칫 울며 겨자먹기를 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 금호산업 주인찾기는 채권단이 매각가도 합의하지 못하는 등 여전히 진행형이다. 사진은 금호그룹 본사. /연합뉴스

22개 채권단이 연일 모여 금호산업 매각가를 놓고 주판알을 열심히 굴렸지만 뽀족한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옛 주인에게 돌려주자니 손실이 만만치 않고 그렇다고 새로운 주인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진퇴양난의 입장에 몰린 채권단이 손실을 감내한 채 울면서 옛주인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회장에게 인수를 타진하자니 속이 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 푼이라도 더 많이 회수하려는 금호산업의 채권단은 연일 긴급회의를 열어 금호산업 매각가를 논의중이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 인수를 놓고 꽃놀이패를 쥔 박삼구 회장./연합뉴스

채권단은 다음주초에 다시 모여 매각가에 대한 최종 조율을 거쳐 박삼구 회장에게 채권단이 보유한 주식중 50%+1주를 인수할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박삼구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통해 채권단이 보유한 전체지분(57.6%)이 아니라 경영권을 쥘 수 있는 최소지분(50%+1주)만 사들일 수 있다.

채권단은 매각가 후보금액으로 제시된 7,935억원보다는 낮은 금액에서 매각가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금액은 주당가격으로 환산하면 1주당 4만5,485원이다.

7,935억원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지난 25일 취합한 채권단 의견을 토대로 산출한 금액이다.

이 가격은 박삼구 회장이 제시한 6,503억원(주당 3만7,564원)과 여전히 1,400여억원 차이가 난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을 다시 시장에 내놓고 재입찰을 벌여도 이 가격에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그 이하로 매각가를 설정한다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이 지난 4월 단독입찰시 제시한 가격은 주당 3만902원(6,007억원)에 불과했다.

매각가를 낮춰야한다고 주장하는 은행권은 “박회장과 가격차이를 좁히지 못해 제3자 입찰로 넘어가서 또다시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박회장에게 다시 우선매수권이 주어지는데 지금보다 훨씬 불리한 상황에서 협상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중국경기 침체 불안등 글로벌 악재가 쏟아지는 현재 박회장과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무적투자자(F1)들은 은행권의 입장과 달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손실보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 지분 8.5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의 관계자는 “1조원에 팔려야 원금만 회수하는 셈”이라고 볼멘 소리를 했다.

미래에셋은 2006년 금호산업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6,100억원을 투자했다. 미래에셋은 투자금중 일부만 회수했고 2,700억원을 주당 11만원에 출자전환해 채권단의 제시가격 5만9,000원도 이 가격의 절반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월말 채권단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받아낼 매각가격으로 주당 5만9,000원을 책정했다. 이는 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평가된 가격(주당 3만1,000원)에 9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으로 현재 금호산업의 주가보다 3.6배정도로 높다.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에서 제시한 가격으로 최소지분을 매입하려면 1조200억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박회장은 8월 중순 6,500여억원의 인수가를 제시했는데 이는 채권단 희망가격의 63%에 불과한 수준이다.

박삼구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데다 호남민심까지 얻으며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입장이다.

박회장이 느긋하게 채권단의 결정을 지켜보며 꽃놀이패를 하고 있는 양상이라는게 재계와 금융권 관계자의 관전평이다.

반면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이 제시하는 매각가를 받아들일지 초조하게 기다려야 한는 입장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에 개입하기를 꺼리는 금융당국, 헐값매각이라는 비난과 매각무산에 따른 책임을 떠안지 않으려는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매각가조차 합의하지 못하는 채권단. 이 틈새에서 금호산업의 새주인 찾기는 여전히 덜컹거리며 종착점을 알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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