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향방...무엇을 정상화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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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향방...무엇을 정상화해야하나
  • 문주용 기자
  • 승인 2019.05.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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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익추구' 경영관행 혁파, 한진의 `정상화' 목표돼야
오너일가 경영권 장악시도, `사익추구` 구태 재연...비판받아야
주주간 견제와 시장친화적 `주주이익 경영` 기회 삼아야

[오피니언뉴스=문주용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의 향배를 놓고 보도와 루머가 무성하다. 정작 '사익추구'의 극단적 모습을 보였던 한진그룹의 정상화에 대한 성찰은 전무하다. 한진그룹의 가장 큰 문제는 오너일가의 '사익추구'였다. 이런 행태를 근본 차단할 방법이 논의중심에서 빠졌다.    

한진 경영권의 분쟁을 지켜보는 관전자들은 조씨 일가의 `사익추구`행태를 비난하다가 이제는 사실상 편들고 있는 인상이다. 그릇된 전제를 쉽게 받아들인 탓이다.   

첫번째 그릇된 전체는, 조양호 전회장의 상속지분이 일가중 한사람에게 모아져야 한다는 전제다. 왜 모아져야 하나.

한진그룹이 경영권 안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 누구에게 이로운지 의문이다. 오너일가의 안정적 경영권을 위한 길이 한진그룹에 좋은 일이라고 말할 수 없다. 재계의 기대일 지 모르나, 한진그룹의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 한진그룹은 오너일가의 독단적 행동때문에 소액주주들도, 종업원들도 막대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음을 벌써 잊어먹고 있다.    

두번째 그릇된 전체는, 지분을 갖고 있거나 갖게될 대주주 가족중 일부가 대표이사의 권한에 제동거는 것이 당연하다는 시각이다. 집안싸움이 재밌으니까. 이사회에 들어가 있지 않은 주주가 대표이사 경영권에 대해 `감내라, 대추내라` 할 수 있나. 자신의 영형략을 지키고자 하는 목적 뿐인 일인데 문제제기가 없다. 

세번째 그릇된 전제는,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오너 가족이 가지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우리 학계와 언론계는 이제껏 오너 경영의 문제점을 수도없이 지적해왔고 전문경영인 체제의 필요성까지 얘기하더니, 오너가 사망하고 새 오너가 들어설 때면 '오너일가 중 누구?' 라는 시각으로 논의를 좁혀버린다. 심지어 공정거래위원회조차 그룹총수를 동일인으로 지정하는데 있어 "가족중 누구냐"는 식으로 접근했다. 관리의 편리함 때문인듯. 

이런 시각은 '사익 추구'를 해온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사고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게 있다면, 오너 일가는 '돈' 때문에 싸우는 것이고, 언론과 주변부는 '집안싸움 훔쳐보는 재미' 정도일까.  

한진그룹 조양호 전회장의 유족들이 경영권 상속을 놓고 대립중이다.
한진그룹 조양호 전회장의 유족들이 경영권 상속을 놓고 대립중이다. 사진=연합뉴스

 

◆ 지분 모으다 다친 기업들을 보라

무수히 많은 재벌 오너가족내 경영권 싸움을 봐왔겠지만 10년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싸움의 결말은 `누가 다 차지했다` 였다.
 
대기업체의 한 고위 임원은 "삼성그룹이 지금 검찰 수사를 받는 사태의 동기는 `아들 한사람에게 지분을 다 몰아주기 위해서'이지 않았나"며 "그러다보니 상속인 아래 임원들이 모여 인수전략을 짜고, 억지로 지분을 한사람에 모으고 나머지 일가를 제외시키려 한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LG그룹은 그 반대다. `장자 상속` 원칙을 지키면서도 지분을 한곳에 몰지 않고, 경영 참여도 제한했다. 구본무 전회장이 구광모 현회장에게 총수직을 물려줄 때도 선대회장의 지분만 상속하는 식이었고,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의 지분을 뺏지도, 2대주주 지위에서 몰아내지도 않았다. 주주로서만 남도록 했다. 구 부회장인들 그룹 공식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었겠는가. 이런 대물림조차 계속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창업주들 지분이 흩어져있는 모습은 흔하디흔하다. 월마트도 그렇다. 굳이 원한다면 외부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이사회에 입성, 이사로서 전문경영인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면 될 뿐이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전회장의 지분이 법정상속비율대로 상속된다면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7.84%에 대해 이명희 전 일우재단이사장이 5.94%를 받고, 조원태‧현아‧현민 3남매는 각 3.96%를 받게 된다. 현재 보유 중인 지분까지 합치면 조원태(6.30%) 조현아(6.27%), 조현민(6.26%), 이명희(5.94%)가 된다. 이 상태에서 경영권 혼란이 생길 것이라는 건데, 이는 대표이사인 조원태 회장이 하기에 달린 문제다.. 

오너일가중 유일하게 한진칼의 등기이사로 들어가있는 조원태 회장이 등기이사직을 잃지 않으려면 합리적인 '주주이익 최대화` 경영전략을 펼치면 될 일이다. 

과거 선대회장때 일어났던 비효율적인 경영과 사익추구를 혁파하고, 무수익자산을 매각하고, 종업원의 만족을 높여 수익성 제고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 성과를 보임으로써 이사회내 다른 등기이사들의 지지를 얻어내고, 내년 주총에서 연임하면 된다. 신망을 얻으면 일반 주주들, 기관투자자들 모두 그의 경영권을 지켜줄 것이다. 그런 경영을 하지 않는다면. 이사회에서 쫓겨나는 것이 정상이다.

제대로 된 경영을 펼치면, 한진칼의 주가는 꾸준히 올라갈 것이고, 2대주주인 KCGI(강성부 펀드)는 내년 주총에서 이사회를 개편하려는 시도에서 패퇴할 수 밖에 없다. 조 전회장의 퇴직금을 400억원으로 정리한 것은 어쩌면 조 회장이 이런 `합리적인 경영자` 이미지를 보이려는 의도였을지 모른다. 

조양호 전회장의 상속지분이 한 곳으로 모아지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진그룹이 이런 실험을 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주주간 견제가 좋은 회사를 만들 기회인 셈이다.  

◆대주주 가족이라고 경영권에 개입해도 되나

조원태 회장은 최근 그룹 임원인사를 실시하려다 연기한 상황이다. 당초 임원인사를 먼저 한 다음 직원 인사를 하려했으나, 직원인사만 단행한 채 스톱했다. 어머니인 이명희씨 등 조씨 일가의 반발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대표이사가 인사를 포함해 주요 경영권 행사에 이사회 동의를 받으면 되는 것이지, 대주주 가족이라고 대표이사 인사권을 방해해서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사회는 주주들의 찬성을 통해서 선출된 이사들로 구성된 것이다. 그중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행사하는 상법상 법적기구다. 등기이사가 아닌 주주는 주총 등을 통해(주총 소집을 할 지분까지 있다면) 주주로서 이사들에 대한 찬반을 행사하면 된다. 설사 대주주라 하더라도 등기이사가 아닌 한, 직접 이사회에 개입해 경영권 행사를 반대하는 것은 탈법적인 것이다. 만일 인사가 잘못됐다면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바꾸겠다고 나서는 방법이 있다. 조씨일가가 임원 인사권을 막고 있는게 정상적인가.

KCGI가 14.98%의 지분으로도 경영권에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대비된다. 설사 더 똑똑하고, 더 회사에 대한 애착이 많다고치더라도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는 경영권을 흔들 권한은 없다.

조씨 남매들이 한진칼 지분을 넘기고 경영권을 갖고 싶어한다는 진에어. 계열분리해야 가능한데, 한진그룹을 떠나 독립사업체가 될 수 있을까. 사진= 연합뉴스
조씨 남매들이 한진칼 지분을 넘기고 경영권을 갖고 싶어한다는 진에어. 계열분리해야 가능한데, 한진그룹을 떠나 독립사업체가 될 수 있을까. 사진= 연합뉴스

 

◆지분 돌려막기...진에어를 독립 경영할 수 있나

이명희,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 외에는 경영권을 맡을 자격이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그런지 의문이다. 내부는 물론, 외부에도 능력있는 전문경영인 후보는 충분히 있을 것이다. 오너 가족들이 이들이 직접 경영에 물러나 대주주로 남고, 전문경영인이 대표이사 또는 그룹회장에 오르는 것은 상상 불가능한 일인가.

일각에서는 조원태 회장에게 대표이사권을 확고히 해주는 반대급부로 이명희씨, 조현아 조현민씨에게 진에어를 떼어주는 것을 논의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상속받은 한진칼 지분을 넘겨주고, 대신 한진칼이 갖고 있는 진에어 지분을 넘겨받아 경영을 맡는다는 얘기다.

이는 법적으로 논란이 클 수 밖에 없는 얘기다. 법무법인 대율의 안창현 대표변호사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취지와 관련 제한 조항을 봤을 때 지주회사에서 계열분리되는 경우가 아니면서 특수관계인이 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8조2항 지주회사 등의 행위제한 등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설립과 제한행위 취지에 볼때 어긋난 요구라는 것이다.

김정민 변호사도 "하나의 지주회사 체계 내에서 형제가 각 회사를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주회사의 지배를 받지 않고 다른 형제가 지배하는 회사는 규정상 자회사, 손자회사가 될 수 없으며, 다른 형제가 지배하는 회사는 계열분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4일 현재 진에어의 시가총액은 5970억원, 이중 한진칼이 보유한 지분 60%는 시가로 3582억원이다. 반면 이명희 조현아 조현민의 한진칼지분을 다 모으면 18.47%로 시가로는 4677억원 가량된다. 충분한 금액이다. 이명희씨를 제외하고 조현아 자매만 지분 12.53%는 3173억원 가량이다. 교환하기에 엇비슷한 금액이다. 양도세를 다 내야하겠지만.

한진칼이 이들 지분을 자사주로 인수하면 이 자사주는 의결권제한에 걸리게 돼 2대주주인 KCGI의 힘을 키우게 되는 꼴이다. 또 계열분리시 한진그룹에서 떨어져나간 진에어가 독립적인 사업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무리한 계산을 하는 이유 역시 대주주가 어떻게 해서든 기업 하나라도 경영권을 쥐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 아닐 수 없다.  

한진그룹은 어쨌든 2대주주인 KCGI의 경영권 탈취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KCGI측에 휴전을 제안했다는 얘기, KCGI가 경영권 확보를 제대로 시도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가장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겨내는 것이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이제부터 주주이익과 종업원 이익 최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한진칼의 60% 나머지 주주들로부터 환영받는 경영, 가족경영이 아니라 기업다운 경영을 펼쳐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 현재의 여건이 조원태 회장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 역시 `사익추구` 경영을 이어간다면 시장에서 경영권을 빼앗기는 `희생제물`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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