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열병식 참석, 한미동맹 인식 바뀌었나
상태바
中열병식 참석, 한미동맹 인식 바뀌었나
  • 정리=김인영
  • 승인 2015.08.27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美 "결정 존중", 中 "美日 압박속 참석 결정",日 "중국 중시 부각"

중국의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차 다음 달 2~4일 방중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의 핵심 일정인 군사 퍼레이드(열병식)도 참관키로 했다.

우리 정상이 중국이 개최하는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 대통령은 9월3일 오전 10시~11시30분에 톈안먼(天安門)에서 개최되는 중국 전승 70주년 기념 대회에 참석하고, 이어서 12시30분~14시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주최 오찬 리셉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군사 퍼레이드와 오찬 리셉션에 모두 참석하겠다는 것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정부는 중국과 대립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행사에 불참하는 점때문에 박 대통령의 군사 퍼레이드 참관 문제에 대해 고민해왔다. 

그러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면서 핵심 일정인 군사 퍼레이드에는 빠진다면 한중관계를 고려해 힘들여 방중을 결정한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는 지적과 북한·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군사 퍼레이드도 참관키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경욱 대변인은 군사 퍼레이드 참관 결정 이유에 대해 "이웃국가인 중국과의 우호 협력 관계를 고려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중국이 되길 바라고 또한 중국에서의 우리 독립 항쟁의 역사를 기리는 측면을 감안해 이 행사에 참석키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전승행사 참석 전날인 다음 달 2일에는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 회담을 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현재까지 시 주석과 5차례 정상회담을 했으며 이번이 6번째다. 

한편 중국의 열병식에 군 대표단이 참석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중국 전승 기념행사에 참가하는 우리 군 대표단 3명이 열병식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석하기로 한 데 따라 대통령을 수행하는 군 대표단도 자연스럽게 참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승 기념행사에 참가하는 우리 군 대표단은 정경두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공군 중장), 박철균 국방부 국제정책차장(육군 준장), 최석윤 합참 군사협력과장(해군 대령) 등 3명이다. 

 

일본 “한국의 중국 중시 자세가 부각됐다”

일본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열병식을 참관키로 한데 대해 "박근혜 정권의 중국 중시 자세가 한층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 신문 인터넷판은 "미국과 일본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가에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며 "구미 선진국의 정상이 참가를 보류하는 와중에 박 대통령만 돌출하는 형태가 된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 신문 인터넷판은 "일본과 구미 주요국 정상급 인사들이 열병식 참관을 보류하는 와중에 경제와 북한 문제 등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려는 한국으로서는 출석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고 적었다.

산케이 신문 인터넷판은 "(열병식 참관에 대해) 한국 내 반대론도 있었지만 북한의 군사 도발에 강경 자세로 일관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경향이어서 이를 순풍삼아 반대론을 누를 수 있다고 정권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또 "25일 타결된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이 양보한 배경에 중국의 압력이 있었다는 보도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미국 국무부 "박 대통령 결정 존중"

미국 국무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열병식을 참관하기로 한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무부는 연합뉴스의 논평 요청에 "행사 참석은 각국의 주권적 결정사항"이라며 "우리는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또 미국 정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를 열병식에 보내기로 한데 대해 "보커스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특명전권대사"라며 "전쟁 당시 미국과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치른 희생을 영예롭게 만들고 모든 관련국들의 화해와 친선을 촉진하는 것에 미국이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朴대통령, 美日압박 속에도 참석 결정"

중국전문가와 중국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을 공식 발표한 데 대해 "의미가 매우 큰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스융밍(時永明) 중국국제문제연구원 부연구원은 27일 인민일보 해외판이 운영하는 사이트 해외망(海外網)에 기고한 글에서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은 미국과 일본이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한국 내에서 '미중 간 균형'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패권 유지를 위해 '냉전의 산물'인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미국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기는 한편 한국에 대해 일본의 과거사를 용서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은 "진정한 독립국 이미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영언론들도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 결정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내달 2∼4일 방중하는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열병식에도 참석한다"며 전날 밤 신속하게 보도했고, 뉴스포털 소후(搜狐), 홍콩 대공보(大公報) 등 각종 온 오프라인 매체들도 관련 소식을 전했다. 

다만,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은 중국 정부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확인한 내용이어서 '톱뉴스'로 다룬 매체는 눈에 띄지 않았다.

중국 누리꾼들은 박 대통령을 '퍄오제'(朴姐·박근혜 누님)로 호칭하며 다시 한번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이는 시 주석의 애칭인 '시다다'(習大大·시진핑 아저씨)에 빗댄 표현이다.

 

한미 동맹 인식 깨졌다는 시각도

박근혜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두고 그동안 강철같이 공고햇던 한미 동맹에 대한 인식이 깨졌다는 관측도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명보(明報)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 량윈샹(梁雲祥) 교수는 한국이 앞서 미국의 압력 때문에 열병식 참석을 확정짓지 못한 것으로 간주됐지만 박 대통령의 행사 참석 결정으로 한미동맹이 강철같다는 그간의 인식이 깨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량 교수는 "한중 관계는 사실상 북중 관계보다 좋다"며 "특히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후 북중 간 사이가 멀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제1위원장의 열병식 참석 여부가 중요하지 않지만, 서방 동맹국의 일원인 한국은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상하이(上海) 퉁지(同濟)대의 추이즈잉(崔志應)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과 한국 간 경제 관계가 상호의존적인 현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결국 열병식 참석을 결정했다"며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군사 안보에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