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신기록' 면세점...'황금알 낳는 거위'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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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신기록' 면세점...'황금알 낳는 거위'로 변신?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4.1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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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월간 매출 사상 최고치...中 보따리상의 영향도 한몫
롯데면세점 이용객들이 개점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면세점 이용객들이 개점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올 들어 면세점 월간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자상거래법에도 보따리상들의 영향력이 이어진 덕분이다. 그러나 면세업계에서는 실속 차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은 2조1656억원으로 지난해 3월(1조6719억원)보다 29.5% 늘어났다. 전월(1조7416억원)과 비교하면 24.4% 증가해 지난 1월부터 석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다. 면세점 월간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매출을 이끈 건 외국인 관광객이다. 지난달 외국인 매출은 1조8330억원으로 지난해 3월(1조3554억원) 대비 35.24%, 전월보다 30.28% 늘어났다. 이에 비해 내국인 매출의 경우 3326억원으로 1년 전(3165억원)과 전월(3346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달 외국인 방문객 수 또한 169만6201명으로 지난해 3월(157만8462명)보다 7.46% 늘었다. 전월(131만9228명) 대비로는 28.58%나 증가했다. 특히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보복으로 ‘한한령(限韓令)’ 영향이 본격화한 2017년 3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 중국 내 한국산 제품 수요 여전

면세업계에서는 우려와 달리 ‘다이공(代工·보따리상)’ 덕분에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보따리상은 중국인 구매대행 상인들로 한국에서 상품을 구입한 뒤 중국에서 판매해 이윤을 남긴다. 2016년 7월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시행하면서 중국인들의 한국행이 어려워지자 보따리상들이 대거 늘어났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지난 1월부터 전자상거래법을 시행하면서 보따리상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보따리상들이 상품을 납품하는 ‘웨이상(微商·SNS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개인·기업)’은 영업허가 절차를 거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웨이상의 사업성이 떨어지면 보따리상들의 구매대행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중국 정부의 전자상거래법의 여파가 매출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보따리상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데다 전체 면세점 매출 가운데 보따리상의 비중이 절대적이다”라고 말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중국 전자상거래법으로 관련 시장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 내 수요가 안정적이어서 오히려 시장 규모가 커졌다”며 “보따리상이 법인 형태로 거래량을 확대해 이익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일본·동남아 등 이용객 다변화 노력

전문가들은 올해 면세점 매출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당분간 전자상거래법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대형화·조직화된 보따리상들이 매출을 꾸준히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또 올 들어 중국 내에서 한국행 단체관광에 대한 분위기가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여행업계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단체관광 상품과 크루즈 여행 상품 판매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국 측 요청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분야 차관급 회담을 추진하면서 단체관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체관광객 수가 한한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아직 멀었다”면서도 “다만 인센티브 투어 등 소규모 단체관광 방식으로 단체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면세업계는 보따리상 중심의 업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 이외의국가로 이용객을 다변화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여전히 외국인 이용객 중 중국인의 비중이 높지만 점차 일본·동남아 등에서 국내 면세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한한령 이후 면세점들이 동남아 이용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며 “이번 동절기에 동남아 이용객이 늘어나는 등 그 효과가 최근 들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 송객수수료에 선불카드까지…고객 유치 경쟁

다만 면세업계의 외형 성장 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면세점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고객 유치를 위해 ‘제 살 깎아먹기’도 마다하지 않는 탓이다.

면세업계가 중국 여행사에 보따리상을 점포에 보내주는 대가로 지불하는 송객수수료가 대표적인 사례다. 면세점마다 차이가 있지만 송객수수료는 평균적으로 구매액의 20% 가량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면세점은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마다 매출은 크게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는 가운데 매출 비중이 높은 중국인들을 잡기 위해 송객수수료를 높이는 등 경쟁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앞서 면세업계 1위 업체인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영업이익 2100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한한령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25억원)에 비하면 80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2016년(3300억원)을 비롯해 평균적으로 3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실적 회복세가 더딘 셈이다.

또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면세점을 개장한 현대백화점의 올 1분기 실적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는 매출 5611억원, 영업이익 905억원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4.16% 늘어날 전망이지만 영업이익은 11.9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일평균 매출액은 점진적으로 증가했으나 매출 증대를 위해 대형 면세점 수준의 송객수수료를 지출하고 있다”며 “면세점 부문은 1분기 영업적자 21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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