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유니폼 AtoZ]⑥메이저리그의 각양각색 동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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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유니폼 AtoZ]⑥메이저리그의 각양각색 동물사전
  • 김서나 패션에디터
  • 승인 2019.04.0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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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위에서 활약하는 하늘과 육지, 물 속의 다양한 동물들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선수들 (사진=커디널스 인스타그램)

메이저리그 구단 가운데엔 동물을 이름으로, 혹은 상징으로 내세우는 팀들이 많다.

다른 팀들과 차별화하기 좋은 독특한 모습을 지녔거나 상대를 제압할 만한 맹렬한 투지를 가진 동물들이 그 주인공이 되는데, 이들은 마스코트로 활동하는 건 물론 유니폼 디자인으로도 등장한다.

어떤 동물들이 구단들을 대표하고 있는 지, 그리고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 꾸준히 사랑 받는 새들, 홍관조와 찌르레기, 파랑어치

메이저리그의 동물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대접을 받는 주인공은 홍관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선수들의 붉은 저지를 본 한 야구팬이 마치 홍관조(Cardianal) 같다고 말한 데서 팀 명이 유래되었다.

인기게임 ‘앵그리버드’ 속 레드의 모델로도 알려진 홍관조는 붉은 관을 썼다는 의미의 이름처럼 머리털이 삐죽 솟아 호전적인 모습. 1922년부터 현재까지 카디널스의 저지 위엔 홍관조 두 마리가 가운데에 떡 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귀엽게 통통했던 홍관조가 이후 날씬해졌다가 차츰 당당하게 가슴을 내민 자세로 변모하는 동안 새들이 올라서 있는 배트도 무채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뀌면서 더욱 밝은 이미지로 완성되었다.

팀 로고 역시 홍관조가 원탑으로 나서는 중.

▲ 왼쪽부터 로고 변천. 위는 카디널스, 가운데는 오리올스, 아래는 블루제이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마스코트 찌르레기(Oriole)는 볼티모어가 위치한 매릴랜드 주에 실제 많이 서식하고 있어 이름으로 정해진 케이스.

찌르레기의 가슴과 다리 부분이 오렌지색을 띠고 있어, 이 색상을 팀 컬러로도 사용하는 오리올스는 유쾌한 만화 느낌으로 찌르레기 로고를 만들었다.

야구공 위에 깜찍하게 앉아있다가 배트를 휘두르는 힘찬 동작으로 변신한 찌르레기는 1990년대에 들어 사실적인 그림체로 탈바꿈했는데, 최근 예전의 귀여운 만화 캐릭터로 다시 돌아왔다.

오리올스의 저지는 레터링만이 장식된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대신 찌르레기가 모자에 얼굴을 내밀며 팀의 간판 역할을 해주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유일한 캐나다 구단,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이름은 파랑어치(Bluejay)를 뜻한다.

파랑어치가 팀의 선택을 받게 된 건 북미대륙에 서식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토론토의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구단들이 주로 파란색을 사용하는 만큼 야구팀 역시 같은 색의 마스코트를 원했던 것. 또한 당시 대주주였던 맥주기업 라바트의 인기 브랜드가 바로 ‘라바트 블루(Labatt Blue)’였다.

캐나다를 상징하는 빨간 단풍잎을 머리에 꽂고 예쁘게 등장한 파랑어치는 근육질로 몸을 키우고 매서운 눈빛을 내뿜기도 했는데 결국 2012년에 다시 오리지널의 미모를 되찾았고, 현재 모자는 물론 저지 위에서도 캐나다 국가대표로서 맹활약 중이다.

 

◆ 파충류와 어류의 독보적 존재감, 방울뱀과 청새치

애리조나 주 피닉스를 연고지로 한 NBA 농구팀 ‘선즈(Suns)’를 소유하고 있던 제리 콜란젤로가 1998년 야구팀도 준비하며 이름 콘테스트를 열었다. 그 결과 채택된 주인공이 바로 ‘다이아몬드 방울뱀(Diamondback)’. 애리조나에 출몰하는 이 맹독 뱀은 등에 다이아몬드 형태의 무늬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다이아몬드백스(이하 디백스)는 애리조나의 ‘A’와 뱀의 머리를 조합한 디자인을 만들었는데, 이후 보다 터프한 느낌을 주기 위해 기존의 연보라, 청록색을 버리는 대신 버건디와 블랙 컬러를 가져왔고, 그대로 모자에 사용하고 있다.

2016년 날렵한 레터링으로 유니폼을 다시 변경한 디백스는 어깨부분에 다이아몬드 패턴의 프린트를, 소매엔 뱀 얼굴의 로고를 넣으며 캐릭터를 한층 살렸다.

▲ 왼쪽부터 로고 변천. 다이아몬드백스 위, 말린스 아래

마이애미 말린스의 주인공은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로도 유명한 청새치(Marlin).

1991년 플로리다에서 창단되어 플라밍고가 될 뻔했던 팀은 당시 마이너리그에서 사용되던 말린스라는 이름을 가져왔다.

주둥이가 뾰족하게 나온 푸른 빛깔의 청새치는 육지에서 떨어진 먼 바다에 서식하고 있어, 삼면이 바다인 플로리다 반도와 잘 어울렸고, 힘차게 튀어 오르는 모습으로 첫 로고에 나섰다.

하지만 2012년, 플로리다 내 마이애미 시로 연고지를 옮긴 말린스는 새로운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해 리뉴얼을 단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청새치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생략되어 버렸다.

다행히 2019 시즌부터 블랙, 레드와 아쿠아의 강렬한 컬러 조합과 함께 복귀한 청새치는 모자와 저지 소매 위에서 멋진 자태를 뽐내는 중.

 

◆ 야생에서와는 달리 작아진 모습, 코끼리와 호랑이, 곰

동물과는 관련이 없는, 아주 단순하게 운동부를 의미하는 ‘어슬레틱 클럽(Athletic Club)’이 이름의 유래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초기 필라델피아 시절 코끼리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어슬레틱스의 지분을 인수한 기업가를 보고 당시 뉴욕 자이언츠의 구단주가 흰 코끼리(골칫덩이를 의미하는 경제용어)를 쥐고 있다며 비웃었고, 이를 들은 어슬레틱스의 구단주 코니 맥이 오히려 보란 듯이 흰 코끼리를 마스코트로 택했던 것.

1909년 어슬레틱스의 스웨터 위에 처음 등장한 코끼리는 이후 팀 이니셜을 넣은 안장을 두르고 힘차게 행진하다가 공 위에서 서커스를 하는 등 바뀌어 갔다.

하지만 캔자스시티를 거쳐 오클랜드에 정착한 어슬레틱스가 1968년부터 이니셜 ‘A’의 심플한 로고를 사용하면서 코끼리는 결국 자리를 내주었고, 지금은 저지 소매에 남아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 왼쪽부터 로고 변천. 어슬레틱스 위, 타이거스 가운데, 컵스 아래

메이저리그 동물들 가운데 가장 초라해진 건 호랑이.

유난히 심플함을 고집하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유니폼에선 호랑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초창기에 손으로 그린 듯한 붉은 호랑이가 로고로 등장했지만 이내 이니셜 ‘D’로 바뀌었고, 20여년이 지나 이빨을 드러내며 컴백한 오렌지색 털의 호랑이는 이후 사실적인 그림체로 거듭나면서 1990년대까지 버텼지만, 2005년이 지나면서 또다시 이니셜에 밀렸다.

호랑이가 얼굴을 비친 마지막 로고는 클래식한 ‘D’ 문자와 어우러진 디자인이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마치 창살에 갇힌 것과도 같은 애처로운 모습이다.

현재는 어웨이 저지에 들어가는 오렌지색 트림이 그나마 남은 호랑이의 흔적.

 

곰을 마스코트로 사용하는 시카고 컵스는 초기엔 망아지를 의미하는 콜츠(Colts)였다.

초창기 팀을 이끌었던 캡틴 앱슨이 떠난 후 어린 선수들은 ‘나머지들(Remnants)', '고아들(Orphans)’이라고 불리었는데, 이후 곰, 사자, 여우 등의 새끼를 의미하는 ‘컵스(Cubs)’가 닉네임으로 붙여졌고 결국 이름이 되었다.

이니셜 ‘C’의 로고를 쓰던 컵스는 1908년 동그란 ‘C’ 안에 곰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마치 달 토끼 같았던 곰은 조금씩 바뀌며 유니폼 저지에도 올랐지만 등장과 퇴장을 반복했고, 1941년 기존과는 전혀 다른, 귀여운 곰이 화를 내는 모습의 새 로고가 눈길을 끌었는데, 역시 5년을 못 버티고 끝내 이니셜에 자리를 내주었다.

오랜 세월을 지나 드디어 1997년 다시 컵스의 부름을 받게 된 아기 곰.

아장아장 걸어 나온 아기 곰은 현재 홈 저지의 소매와 파란색 얼트 저지의 가슴에서 꿋꿋하게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 시카고 컵스의 콜 해멀스 (사진=컵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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