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옆 대한항공 부지에 복합문화공간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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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옆 대한항공 부지에 복합문화공간 조성
  • 이재윤 기자
  • 승인 2015.08.1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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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숙원 '호텔 건립' 일단 포기... '땅콩 회항'이 결정적

대한항공 소유인 경복궁 옆 서울 종로구 송현동 옛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에 종합적인 한국 전통문화 체험이 가능한 복합문화허브 공간인 가칭 '케이-익스피어런스'(K-Experience)가 들어선다.

또 서울올림픽 체조경기장은 1만5,000석 규모의 야외무대인 아레나형 케이팝(K-Pop) 공연장으로 2017년까지 탈바꿈한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국정 2기, 문화융성 방향과 추진계획'을 공개했다.

정부는 이로써 문화융성을 위한 핵심 기반사업으로 진행해온 기존 문화창조융합벨트 거점 사업에 서울 도심지역 두 곳의 향유시설이 추가돼 보다 실효성 있는 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전망했다.
 
▲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2기, 문화융성 방향과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국정2기 문화융성 추진계획' 발표... 잠실 체조경기장은 케이팝 공연장으로
문체부 기자회견에 동석한 대한항공 조성배 상무는 "2017년까지 지하 3층, 지상 4~5층 규모로 1차 공정을 완료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한국의 전통미를 살리되 젊은층도 호응할 수 있는 첨단기술을 가미해 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상무는 "케이-익스피어런스는 1만1,000평에 이르는 부지 전체를 개발하는 형태로 조성될 것"이라며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한항공 측은 현재 개발의 기본계획만 마련됐기에 개발 비용이나 예상 수익 등을 내놓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설명자료에는 '지하 2층, 지상 5층'이라고 밝혀 발표 내용과 차이를 보이는 등 기본 설계 방침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개발계획 입안 시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3~4개월 이전이라고만 답했으며, 복합문화허브 계획 내에 호텔 건립은 포함돼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복합문화허브는 지리적으로 경복궁과 북촌 한옥마을, 광화문과 인사동 각 지구를 잇는 허브를 추구한다. 미디어 파사드 등 첨단기술을 가미한 광장과 순환길, 각 지구를 잇는 허브적 통로, 대규모 주차시설 등을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당초 고양시의 콘텐츠 구현 공간인 '케이-컬처 밸리'에 공연장을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이 계획은 철회됐다.
 
조양호 회장 숙원사업인 '경복궁 옆 호텔 건립'은 일단 포기… '현실적 선택'
경복궁 옆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7성급 한옥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를 짓는 것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다.
대한항공은 2008년 송현동 일대 부지 3만6,642㎡를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여 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 신축을 추진했다.
한진그룹은 KAL호텔네트워크를 통해 제주도에 제주칼호텔과 서귀포칼호텔, 미국 하와이에 와이키키리조트호텔, 인천공항 옆에 그랜드하얏트인천을 운영하고 있다. 또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진인터내셔널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월셔그랜드호텔을 재개발하고 있다.
조 회장은 송현동 부지가 경복궁, 인사동, 북촌 한옥마을, 광화문에 맞붙어 있는 공간이라 한옥호텔 건립과 함께 다목적 공연장과 갤러리, 식당가 등이 포함된 복합문화센터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 대한항공이 7성급 관광호텔 건립을 추진해온 서울 종로구 송현동 옛 주한미국대사관 숙소 부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송현동 부지는 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고 등 3개 학교가 인접해 있어 '학교 반경 200m 이내에 관광호텔을 세울 수 없다'는 현행법에 가로막혀 부지 매입 후 7년 넘게 빈 땅으로 남아 있었다.
문체부가 이날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에 호텔을 빼고 복합문화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한 것은, 조양호 회장이 숙원인 호텔 건립을 일단 포기하고 현실적 선택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항공은 "송현동에 숙박시설(호텔)을 건립하는 것은 여러 가지 여건상 사실상 추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숙박시설을 제외한 문화융합센터 건립에 집중할 계획"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현실적으로 법 개정이 어렵고, 정부가 문화융성 추진 계획에 대한항공이 동참하길 원하는 상황에서 조양호 회장이 이같은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다.
 
'땅콩 회항' 사건, 반재벌 정서로 법 개정 무산... 호텔사업 가능성은 열어둬  
송현동 부지 호텔 건립 사업은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AL호텔네트워크 대표로 진두지휘했다.
조양호 회장이 2013년 8월 청와대 간담회에서 "특급관광호텔의 건립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건의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화답해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호텔 사업에 희망이 비치는 듯했다.
정부는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은 학교 주변에 건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마련해 경제활성화법 가운데 하나로 꼽아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지난해 12월5일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켜 '반재벌 정서'가 거세게 일면서 법 개정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조 전 부사장은 KAL호텔네트워크 대표 등 모든 직위를 내려놓았다.
야당이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재벌특혜법'이라고 완강하게 반대하고 나선데다, 지구단위계획 변경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불허 방침을 밝힌 상태에서 땅콩 회항 사건은 결정적 걸림돌이 됐다.
결국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에 볼거리·먹을거리·살거리 등 다양한 시설이 한데 모인 복합문화공간이자 한국 전통문화의 허브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지하 2층, 지상 5층의 낮은 층고로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기와지붕 등 한국 건축 고유의 원형을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호텔사업을 '포기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지금은 호텔을 지을 수 없지만, 언제든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하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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