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총리직 도전에 반대한 태국 국왕…입지 좁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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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총리직 도전에 반대한 태국 국왕…입지 좁아질 듯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2.0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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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전통과 헌법에 반하며, 매우 부적절한 행동”…선관위 해석이 관건

 

왕명을 거역하고 총리직에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왕명을 받들어 중도하차할 것인가.

3월 24일 치러질 태국 총선에 뛰어들어 총리직에 도전키로 선언한 우본랏 라차깐야(Ubolratana Rajakanya, 67) 공주가 마하 와치랄롱꼰(Maha Vajiralongkorn) 국왕의 반대에 직면했다.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은 8일 저녁 국영방송을 통해 발표한 왕실 성명에서 "어떤 식으로든 고위 왕실 가족 구성원을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오래된 왕실 전통과 헌법, 문화에 반하며,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국왕은 "우본랏 공주가 왕실법에 따라 왕족 신분을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짜끄리 왕조의 일원으로서 신분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태국 국왕이 공식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 우본랏 공주는 미국에 망명중인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 계열의 락사 차트당(Raksa Chart Party)의 총리 후보로 지명되었다.

 

▲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 /위키피디아

 

태국은 1932년부터 입헌군주제를 실시하면서 총선을 통해 내각이 권력을 장악하고, 욍실은 정치에 간여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국왕의 누나가 현실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입헌군주제에 위배하는 것이라고 왕실의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우본랏 공주는 자신이 왕족이 아니라 평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주는 197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유학하던 중에 미국인 피터 젠슨(Peter Jensen)을 만나 결혼하면서 왕족의 지위를 잃었다. 1998년 이혼후 2001년에 영구 귀국해 공주의 대우를 받았지만, 공식적으로는 왕족의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국왕이 공주가 공식적인 왕족 신분을 포기했지만, 혈연적으로 왕족임을 강조한 것이다.

 

▲ 우본랏타나 라자칸야 태국 공주 /SNS 사진

 

우본랏 공주의 총리 후보지명에 여당인 국민개혁당이 크게 반발해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지명을 무효로 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제출했다. 왕가를 선거운동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선거법에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국 선관위는 15일까지 우본랏 공주의 총리후보 지명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도록 예정되어 있다. 국왕의 반대입장이 발표되었기 때문에 선관위가 어떤 유권해석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본랏 공주는 국왕의 성명발표에 앞서 안스타그램 글에서 “나는 평민”이라며, “나는 태국 국민에 대해 아무런 특권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태국에선 오랫동안 탁신계와 군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탁신 친나왓은 2001년부터 총리에 올라 집권했지만, 2006년 군부 쿠데타로 물러났고, 그의 동생 잉럭 찬나왓도 2011년 오빠의 후광으로 총리가 되었지만 2014년 군부에 의해 물러났다. 현재 집권한 쁘라윳 총리는 2014년 쿠데타 주역인 군부 출신이다.

탁신계 정당들은 그동안 왕실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탁신계는 이번에 왕실과 손잡고 집권을 노렸지만, 국왕의 반대에 부딛친 것이다.

태국 국민들은 국왕에 대한 높은 신뢰를 표시하고 있는데, 이번에 국왕이 누나의 총리직 도전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공주의 입지가 좁아졌다. 태국 정치전문가들은 국왕의 성명으로 탁신계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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