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된 대우조선 부실, 현대중공업이 해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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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된 대우조선 부실, 현대중공업이 해결하나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1.3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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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주식 맞교환으로 현대중공업에 매각…삼성중공업에도 타진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주식교환(스왑) 방식으로 매각한 것은 두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접목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우조선을 해외에 팔기보다는 국내업체 간에 인수합병(M&A)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특히 두 조선사가 보유하고 있는 방위산업 시설과 기술은 이를 노리는 중국에 넘겨줘서는 안되는 요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1일 이사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장기적으로 조선업 경쟁력을 높이고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중장기로는 공적자금의 회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건은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의 주식 55.7%(5,974만8,211주)를 통합법인에 현물로 출자하는 것이다. 현물출자 확정가액은 30일 대우조선 종가 3만4,922원이다. 이 주식맞교환에서 발생하는 금액은 2조1,000억원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대우조선을 인수할 통합법인을 만들어 신주를 발행하는데, 주당 발행가는 13만7,088원이다. 통합법인은 신주를 발행하는데,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주식을 통합법인 신주와 교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은 통합법인의 지분 8%를 확보해 2대 주주로 남게 된다. 추후 경기가 살아나 주가가 오르면 지분을 매각해 그동안 투입한 자금을 회수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물적 분할을 통해 통합법인에 1대 주주로 참여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율은 28%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물적분할로 자회사 격인 통합법인에 1조2,500억원을 주고, 증자를 통해 1조2,500억원을 추가로 조성한다. 이렇게 해서 조성한 자금 2조5,000억원 가운데 1조5,000억원은 대우조선 빚 갚는데 우선 쓰고, 나머지 1조원은 대우조선에 추가 부실이 생길 때 사용하기 위해 쌓아둔다.

한마디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주식을 현대중공업에 주고, 현대중공업이 2조5,000억원을 조달해 대우조선을 살리는 구조다. 국영은행인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을 넘겨주고 회사를 살린 다음에 주식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생각이다.

산은과 현대중공업의 이번 딜은 조건부다. 산은은 삼성중공업에도 같은 조건을 타진하고, 두 회사의 조건을 따져 유리한 쪽으로 가겠다고 했다.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조감도 /대우조선 웹페이지

 

이번 딜은 긍정적인 설득력을 갖는다.

첫째, 두 회사가 그동안 치열하게 저가수주 경쟁을 하던 관행을 피할수 있게 되었다. 국내업체간 저가 수주 경쟁은 제살을 깎아 먹었고, 수주를 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이 관행을 깨뜨리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둘째, 두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과 인력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수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세계조선 점유율이 21%가 되므로, 일본등 경쟁국들이 반독점 제재를 우려가 있다. 이동걸 산은회장은 두회사 합병시 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았지만, 최근 일본에서 한국을 경제하는 심리가 높아지는 여건에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관심은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넘기면 30년된 골치덩어리가 해결되는지 여부다.

조선산업의 흥망은 경기에 좌우된다. 인건비도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다. 스웨덴 조선소의 골리아스 크레인이 현대중공업으로 왔을 때 말뫼의 눈물을 우리는 알고 있다. 덩치가 커졌기 때문에 그만큼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강성노조로 알려진 대우조선 노조를 안고 가야할 과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세계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세계경기 호황으로 글로벌 발주물량이 늘어났지만, 앞으로 세계조선시황이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다. 불황시 큰 회사가 오히려 약점이 될 소지가 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왔다. 그후 한화는 대우조선을 포기했다. 그때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나왔다. 통합 조선소의 성공여부는 경기 여건이 어떻게 되는지가 가장 큰 변수라고 할수 있다.

 

대우조선의 문제는 30년이나 되었다.

1989년 6월, 노태우 정부가 대우조선 정상화방안을 발표한 후 옥포조선소에서 노사분규가 발생했다. 정부가 자금지원을 해주는 조건으로, 회사가 어떻게 해서든 노조 분규를 막는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는데, 파업 사태가 걷잡을수 없이 진행됐다. 정부 당국자들은 정상화 방안을 원점으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당시 한승수 상공부 장관은 “대우조선을 없애버리고 그 자리에 자동차 공장을 세우겠다”고 언론에 발표까지 했다. 한 장관은 대우조선 포기론을 펴면서 조선산업이 인력집약 산업이기 때문에 사양산업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무역협회 고문으로 있던 금진호씨기 2페이지 짜리 건의서를 만들어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금씨의 건의는 조선산업이 엄청난 인력고용 효과와 산업연관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서라도 대우조선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우조선은 노태우 정부때 없어지지 않고 4,000억원에 이르는 정부의 금융지원을 받아 다시 살아났다.

1999년 대우그룹 해체도 대우조선 부실이 큰 역할을 했다. 산업은행은 엄청난 돈을 집어 넣어 겨우 살려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그 유명한 청와대 별관에서 대우조선 지원문제가 협의되었다.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이 도산할 경우 59조원의 손실 추정치는 공포마케팅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대우조선을 살려 우리 국민경제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국민의 애정과 관심이 없다면 대우조선에 아무리 돈을 집어넣어도 살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30년 노태우 정부때 대우조선을 살려야 하는 명분과 똑같은 말을 했다. 게다가 스스로 대마불사의 원칙을 무너뜨릴수 없음을 정부는 인정했다.

지난 30년간 대우조선의 역사를 보면, 경기 살아날 때 회생하는 듯 싶다가 경기가 꺾어지면 부도의 늪에 빠졌다. 그때마다 정부가, 산업은행이 돈을 쏟아부어 살려냈다. 이젠 더 이상 정부가 힘이 들어 민간기업에 떠넘긴 격이 되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해 살려낼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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