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무더기 예타 면제…그토록 비난하던 삽질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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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무더기 예타 면제…그토록 비난하던 삽질 경제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1.3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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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둔 정치적 선심, 재정건선정 우려, 친문 중심의 배정 등 지적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출신들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경실련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경실련은 29일 정부 발표 직후 “문재인 정부의 토건적폐 경기부양을 규탄한다”는 자료를 내고, “정부와 여당이 적폐로 규정하며 비판했던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과 같은 규모”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도시뉴딜을 포함할 경우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예타를 무시한 규모는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무분별한 토건사업으로 인한 예산낭비, 환경파괴에 대해 책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타는 5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사업의 경우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사전에 타당성을 따지는 정부의 정책 수렴 과정이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명분으로 23개 사업, 총사업비 24조1,000억원 규모 23개 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17개 시·도로부터 32개 사업, 68조7,000억원(중복사업 포함시 33개, 81조5,000억원)에 달하는 사업신청을 받아 이중 국가적 차원의 우선순위와 타당성 등을 검토해 예타 면제 대상사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 홍남기 경제 부총리가 29일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추진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정부의 무더기 예타 면제 조치에 대해 그동안 정부 정책을 지지해온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이 강한 톤으로 반대입장을 밝혔다.

 

경향신문은 30일자 사설에서 “무더기 ‘SOC 예타’ 면제, ‘이명박 4대강’과 뭐가 다른가”라고 물었다. 경향 사설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을 전형적인 ‘삽질경제’로 비판한 게 현 정부”라고 지적하고, “전체 예타 면제 대상의 82.6%에 해당하는 16개 사업(사업비 20조원)이 도로·철도·공항 등 토목사업에 집중돼 있다. 프로젝트의 중심이 SOC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경향은 “SOC 투자가 단기간에 성장과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면서, “(예타를 하지 않는) 그런 사업을 추진하면 머지않아 국민의 손해로 돌아온다. 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을 이루겠다면 단기부양에 몰두할 일이 아니다. 숙고를 통해 지속 가능한 장기대책을 마련해 계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신문은 “‘세금 낭비’ 우려되는 무더기 ‘예타 면제’”라는 사설에서 “예타를 거치지 않은 사업을 무더기로 추진하면 애초 기대했던 지역경제 발전에는 기여하지 못한 채 세금만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사설은 “예타 면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이번에 예타 면제를 받은 사업이라도 앞으로 추진 과정에서 사업 규모의 적정성을 다시 한번 면밀히 따져보고 사업 계획을 꼼꼼히 수립하는 게 절실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세금 24조로 매표 행위 끝내 강행, 사이비 國政이다”는 사설을 통해 “과거 정부의 SOC 사업을 '적폐'로 몰던 정부가 선거가 다가오자 대규모 토목공사 카드를 꺼내 들고 그토록 비아냥대던 이른바 '삽질'을 스스로 시작했다”고 했다.

조선 사설은 “세금 퍼붓기는 친문(親文) 인사들이 단체장인 지역에 집중됐다”며, 문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김경수 경남지사, 송철호 울산시장, 노영민 비서실장 등의 지역에 사업이 많이 배정된 반면에 야당 도지사를 낸 경북 등지엔 사업규모가 대폭 축소되었음을 지적했다.

조선 사설은 “국민 세금을 정치적으로 사용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이 정부는 이미 54조원 일자리 예산을 모래 위에 물 붓듯 증발시켰다”면서, “경기가 나빠져 세수가 줄어드는 시점이 오면 이 모든 사이비 국정이 눈덩이처럼 국민 부담으로 덮쳐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예타’ 건너뛸 24조 사업, 끝까지 따져봐야 헛돈 안 된다”며 “총선을 앞두고 광역단체별로 골고루 사업을 나눠준 ‘정치적 선심’에 대한 비판은 접어두더라도 이 사업들이 실제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동아 사설은 “여당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들인 26조∼27조 원을 4차 산업혁명 쪽으로 돌렸으면 기술개발이나 인력양성이 많이 돼서 산업 경쟁력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비판해왔다”며, “당장의 산출물에 급급해 투자 적정성을 소홀히 판단한 채 세금을 쏟아붓는다면 훗날 엄한 비판을 받을 것”이라 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재정 건전성이 흔들리면 나라가 위험해진다”면서 “이번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최소한의 장치인 예타를 허물어뜨리고 있다”고 했다. 중앙 사설은 “재정이 파탄나면 나라가 흔들린다. 정부는 미래의 위험에 대비해 최대한 효율적이고 보수적으로 예산을 운영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결국 원칙 저버리고 나눠먹기 돼버린 '예타' 면제”라는 사설에서 “예타 제도가 유명무실화하면 대규모 지역 사업이 정치적 셈법에 의해 방만·졸속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는 “일자리 쇼크에 '예타'까지 건너뛴 24조원 SOC 투자”란 사설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SOC 투자는 하지 않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뒤집은 것이라는 지적에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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