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하게 국명 바꾼 북마케도니아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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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국명 바꾼 북마케도니아 공화국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1.2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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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그리스-마케도니아 평화적 해결에 축하의 뜻 전해

 

중국 만주가 독립해 고구려라는 국호를 사용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까. 당장 나라이름을 바꾸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그 나라가 ‘북고구려’라고 이름을 바꾸었다면, 선뜻 받아들일 것인가.

이런 문제가 유럽 발칸반도에서 일어났다.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이 해체되면서 생겨난 마케도니아 공화국(Republic of Macedonia)이 나라 이름을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리스가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을 바꾸라고 집요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 영역 /위키피디아

 

고대 마케도니아는 페르시아를 굴복시키고 인도까지 영토를 확장한 알렉산더 대왕의 나라로 배워 왔다. 유고 연방의 일원이었던 마케도니아는 알렉산더 대왕의 마케도니아라는 국명으로 1991년 8월 독립했다.

그러자 그리스는 마케도니아가 알렉산더 대왕이 통치하던 고대 그리스 왕국의 국명인 데다 그리스 북부에 이 명칭을 그대로 딴 마케도니아주가 있다며, 국명 변경을 요구했다. 하지만 마케도니아는 자국 영토도 대부분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에 포함됐다며 국명 변경을 거부했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가 국명을 고치지 않는한 NATO와 EU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지난해 6월 조란 자에프 마케도니아 총리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마케도니아의 국호를 '북마케도니아'로 바꾸고, 그 댓가로 그리스가 마케도니아의 EU와 NATO 가입을 반대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에 대해 그리스 민족주의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북마케도니아도 인정할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30일 마케도니아에서 실시된 국명 변경 찬반 국민투표가 투표율 미달(36%)로 무산됐다.

올들어 마케도니아 국명 개정은 의회로 넘어갔다. 마케도니아 의회는 지난 11일 헌법개정안 투표에 붙여 재적의원 120명중 3분의2를 한표 겨우 넘긴 81명이 투표에 참가해 전원 찬성으로 가까스로 헌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리스 국민들은 불만을 터트렸다. 마케도니아는 원래 그리스 땅인데 슬라브족이 들어와 점유한 땅이라는 것이다. 지난 20일에는 6만명이 아테네 거리로 뛰어나가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했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다음은 그리스 의회 차례였다. 그리스 의회는 마케도니아의 국명 개정 승인에 앞서 야당에 의해 치프라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제기되었다. 지난 16일 실시된 내각 불신임 투표에서 재적의원 300명중 한표 차이인 151표의 지지를 얻어 불신임안은 부결되었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좌파연합 시리자의 표 145표에다 무소속 의원들의 합세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어 그리스 의회는 마케도니아 국명 개정 승인 안건을 표결에 붙였다. 당초 24일로 예정된 표결은 의원들의 찬반 발언이 쇄도하는 바람에 하루 늦춰졌고, 25일 실시된 투표에서 의회는 과반에서 3표가 웃도는 153표로 가결했다.

마침내 마케도니아는 나라 이름을 북마케도니아 공화국(Republic of North Macedonia)으로 바꿨다. 그리고 NATO와 EU에도 가입하게 되었다.

우리 정부도 28일 그리스와 마케도니아(FYROM)간에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국명 관련 분쟁이 상호존중과 타협의 정신 속에서 평화적으로 해결된 것을 환영하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정부는 그동안 국명을 이유로 그리스가 반대하는 바람에 마케도니아와 수교를 하지 못했다. 이젠 걸림돌이 해결된 만큼 정부는 연내에 북마케도니아와 수교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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