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수렁에 빠진 민주콩고…대통령 취임도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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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수렁에 빠진 민주콩고…대통령 취임도 연기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1.22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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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통령이 자신에 우호적인 야당후보를 당선시켰다는 의문의 선거

 

이 모든 것이 조세프 카빌라(Joseph Kabila) 전 대통령의 음모에서 시작되었다는 게 반대자들의 주장이다.

아프리카 한복판에 자리잡은 콩고 민주공화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이 나라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야당인 민주사회진보연합(UDPS) 후보인 펠릭스 치세케디(Felix Tshisekedi)가 당선되었다.

▲ 민주 콩고 위치 /위키피디아

29세에 대통령에 올라 18년간 통치해온 카발라는 순순히 권력을 넘겨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대선 후보들이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불복을 선언했다. 콩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치세케디 후보가 700만표를 얻어 39%의 특표율로 당선되었다고 밝혔지만, 다른 후보들은 마르탱 파율루(Martin Fayulu) 후보가 압도적으로 이긴 선거였다며, 선관위의 발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에 카발라가 개표 조작을 통해 자신에게 우호적인 치세케디를 밀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콩고 내부 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파율루 후보가 60%의 득표율을 얻었고, 치세케디는 19%밖에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4만명의 선거 감시단을 파견했던 콩고 카톨릭 주교단도 자신들의 집계와 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와는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거 부정 의혹은 마침내 헌법재판소에 회부되었는데, 콩고 헌재는 20일 선거 부정과 관련한 수많은 증거들을 외면한 채 치세케디를 당선인으로 확정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콩고 헌재에는 카빌라측 인사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 펠릭스 치세케디(왼쪽)와 조세프 카빌라 /위키피디아

 

카빌라는 아버지 로랑 카빌라(Laurent-Désiré Kabila)에 이어 부자(父子) 대통령이다. 아버지 로랑 카빌라는 1996년 31년간 독재를 한 조제프 데지레 모부투 정권을 전복시키고 대통령이 되었다. 아버지 대통령은 2001년 1월 암살되었고, 군부를 쥐고 있던 29세의 아들 카빌라가 대통령 자리를 꿰어 찼다. 카빌라는 부정선거 의혹에도 불구하고 2011년 재선에 성공했으며, 2015년 헌법을 개정해 연임 규정을 삭제해버렸다. 종신 대통령이 되고자 한 것이다.

그는 2016년에 치르게 되어 있는 대통령 선거를 뭉개버렸다. 선거 없이 2년 더 집권하자, 대학가의 민주화 시위가 터져 나왔다. 2015년 킨샤사 대학 시위에서 42명의 학생이 죽었다. (경찰 발표는 15명 사망) 집권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어나 고위층이 탈당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카발라는 하는수 없이 대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하고 자신은 후보로 나서지 않았다. 그는 후계자로 에마뉴엘 라마자니 샤다리(Emmanuel Ramazani Shadary)를 지명했지만, 지지도가 바닥이었다.

카빌라의 계략은 야당 후보 가운데 우호적인 사람을 미는 것이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파율루는 콩고의 지하자원이 지배계층에 의해 도둑질당하는 것을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이 대목이 카빌라의 가슴을 파고든 것 같다는 게외신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반 카빌라 연합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카빌라는 퇴임후 자신을 보장해줄 후보로 체세케디를 선택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이다.

선거는 인터넷이 정지된 가운데 치러졌다. 당초 새해 1월 6일 발표예정이던 개표결과는 10일로 연기되었다. 이 과정에서 개표 조작이 있었다는 것이 파율루측의 주장이다.

당초 22일로 예정된 치세케디의 취임일정이 24일로 연기되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아프리카 연합(African Union)은 치세케디의 승리에 공식적인 지지를 보류했다. 지역 블록인 남아프리카 개발 공동체(South African Development Community)는 재개표를 요구하면서도 치세케디를 축하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아마도 콩고 내부의 정치적 통합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취임일정을 이틀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치세케디가 취임을 강행할 경우다. 겉으로는 독립 이후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 같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카빌라 정권의 연장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콩고는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이후 독재와, 내전과 민주화 요구로 오랫동안 정치적 갈등을 겪어 왔다. 치세케디의 취임이 새로운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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