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태인-이스라엘 유태인, 서로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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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태인-이스라엘 유태인, 서로 멀어지고 있다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1.0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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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다르고, 세대 변하며 인식의 골 깊어져…대분열 조짐도 보여

 

전세계 유태인은 1,400만~1,500만명쯤으로 추정된다. 이중 이스라엘에 650만명, 미국에 570만명이 살며, 이스라엘과 미국에 사는 유태인이 전세계 유태인의 80%를 넘는다.

유태인들은 수천년 동안 세계 각지에 뿔뿔이 흩어 사는 디아스포라(Diaspora)를 거쳐 1948년 ‘시온의 나라’ 이스라엘을 건국하고, ‘희망의 땅’ 미국에 살면서 두 나라에 대부분의 인구가 살게 되었다. 하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 오래 살면, 생각이 변하게 된다. 이스라엘 유태인과 미국 유태인 사이에도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그래픽=김현민

 

뉴욕타임스는 유태민족의 두갈래 큰 주류인 미국 유태인과 이스라엘 유태인 사이에 큰 분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기사를 내놓았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이스라엘에서는 높은 지지를 받지만, 미국 유태인들은 트럼프를 싫어하고 대신에 민주당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미국 대사관을 텔라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다고 밝혔을 때, 이스라엘인들은 미국 대통령이 자신들의 생존권을 보호해 주고 있다며 환영했다.

이에 비해 지난해 10월 피츠버그에서 유태인 11명이 살해되는 사건 직후 트럼프가 피츠버그의 시나고그를 찾았을 때, 참석자들은 트럼프에게 싸늘한 반응을 보내고, 오히려 시위를 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태인들은 트럼프 집권 이후 백인 우월주의가 강해지고, 인종차별이 심해졌다고 보고 있다. FBI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미국에서 증오범죄가 17% 증가했는데, 유태인과 유태 조직에 대한 범죄는 3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율에서도 차이가 난다. 퓨 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인들의 트럼프 지지도는 2015년 49%에서 지난해 69%로 높아져, 이스라엘은 해외에서 소수의 트럼프 지지국이 되었다. 이에 비해 미국내 유태인의 75%는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을 선택했다.

이스라엘인들과 미국 유태인들의 인식과 감정 괴리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외교적 처신과도 관련이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의 적극적 지지자이기도 하다. 또한 반유태 성향의 헝가리 극우파 벡토르 오르반 총리나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극우로 분류되는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르 대통령 등을 끌어안고 가는 모습이 많은 이스라엘인들의 인식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사건과 관련해 트럼프에게 사우디의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을 버리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 그래픽=김현민

 

이스라엘의 정치인과 시민들은 미국 유태인들의 생각과 인식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미국 내에서 유태인보다 복음주의자, 이스라엘 동조자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트럼프가 텔라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대사관 위치를 바꾼 것도 미국내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유태교와 미국 유태교 사이에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유태교의 정통은 이스라엘로 본다. 지난해말 피츠버그에서 유태인들이 살해되었을 때, 이스라엘의 정통유태교 최고랍비는 피츠버그 시나고그를 “시나고그”(synagogue)라 칭하지 않고, “유태인 정취가 깊이 스며 있는 곳”(a place with a profound Jewish flavor)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유태교가 단일파로 통합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목소리와 개혁주의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미국 유태인들이 수 세대를 거치며 서로 다른 곳에서 거주하고 환경을 개척하면서 사고의 방식이 달라졌다. 미국에서 오래 산 나이 많은 유태인들은 아직도 2차 대전중의 홀로코스트와 이웃 아랍과의 전쟁을 기억하지만, 젊은 세대는 이스라엘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아랍과의 마지막 전쟁인 욤키푸르 전쟁을 한지도 45년이 지났고, 미국의 젊은 유태인들에겐 그 전쟁에 관심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 유태인이 건너온 것은 150년, 이스라엘을 건국한지도 70년이 지났다. 서로 메시아에 대한 개념도 달라졌다. 이스라엘인들은 조국을 시온으로 보는데 비해, 미국 유태인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서 열심히 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선 정통 유태교 방식의 결혼식 주례를 하지 않았다고 랍비가 경찰에 끌려가는데, 미국에선 그런 일이 없다. 두 나라에 사는 유태인들 사이에 괴리는 이어질수 없는 해협처럼, 협곡처럼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니얼 제멀(Daniel Zemel)이라는 미국 워싱턴의 랍비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 “내 인생 처음으로 이스라엘로부터 진정한 위협을 받았다. 그것은 외적 위협이 아니라, 민족과 인종에 대한 내적 위협”이라고 말했다.

미국 유태인들의 이런 걱정에 대해 이스라엘 유태인들은 항의한다. “미국 유태인들이 이스라엘 군대에 복무했는가, 이스라엘에 세금을 냈는가, 하마스의 로켓 공격 위협에서 사는가…”라고.

유태인들의 시오니즘은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면서 미국 유태인들과 괴리감을 형성해 왔지만, 21세기 들어 그 거리감이 더 커지는 추세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유태민족 사이에 대분열이 다가오고 있다”(The Great Schism is upon us)고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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