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노는 날도 최저임금 줘야 하나”…뜨거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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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노는 날도 최저임금 줘야 하나”…뜨거운 논란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8.12.25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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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그나마 여력 있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겐 타격”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시간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여부로 논란이 뜨겁다.

24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보류하고, 노사 합의로 정한 약정휴일시간을 제외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마련해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상정하기로 했다.

 

주요 언론들은 이 이슈를 25일자 논평에서 주제로 다뤘다. 조·중·동과 한경·매경등은 정부가 일하지 않는 공휴일에도 최저임금을 주도록 법제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경향과 한겨레는 재계의 요구가 지나치고, 오히려 차관회의를 통과한 시행령이 국무회의 당일날 수정되는 모양새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논란의 초점은 최저임금을 ‘노는 날’에도 적용할 것인지 여부다.

당초 고용부안은 근로시간을 월 174시간에다 법정 주휴시간(일요일과 공휴일 포함)과 노사 합의에 의한 약정 주휴시간(토요일)을 포함해 월 243시간으로 정하자는 것이었다. 일하지 않는 모든 날에도 최저임금을 주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의 강한 반론이 제기되었다.

일하는 시간(월 174시간)에 최저임금 8,350원을 적용하면 월 145만원의 임금이 지급되는데, 일하지 않은 시간에도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월 200만원 이상이 의무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40%를 더 올려줘야 한다. 가뜩이나 2년 사이에 최저임금이 30% 올랐는데, 노는날에도 최저임금을 주도록 법제화하면 기업인으로선 엄청난 인건비 압박을 받게 된다.

이러한 재계의 반발을 수용해 국무회의 전날인 23일 오후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고용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국무조정실장등과 간담회를 열어 노사합의에 의한 약정주휴시간에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고, 법정공휴일에만 주도록 한다고 정리했다. 일종의 타협안이다.

다음날 국무회의에서 이낙연 총리는 고용부안을 보류하고, 전날 간담회 수정안을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에 상정키로 결정했다.

수정안에 의한 최저임금 적용시간은 월 209시간으로, 현행 근로시간 기준 174시간보다 20%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이정도 타협안에 재계가 수용할 것으로 본 것일까.

하지만 재계의 반발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무회의 수정안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본질적인 문제 해결의 핵심은 최저임금 산정 시 근로 제공이 없고 임금만 주는 시간을 제외하는 것"이라며, “크게 낙담되고 억울한 심경”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지금의 불균형과 불합리함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2년 연속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과 일하지 않은 시간에 대해 임금 지급을 강제하는 주휴수당"이라고 반발했다.

 

홍남기 부총리가 주도한 수정안도 기업엔 엄청난 부담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사설에서 “최저임금 시행령, 미봉으로 얼버무릴 일 아니다”고 했다. 한경 사설은 “”국무회의의 ‘보류’ 결정으로 토요 근무는 최저임금에서 제외됐지만, 핵심은 일요 근무의 포함여부“라며, ”주휴 근무 포함 시 내년 최저임금 상승률은 10.9%가 아니라 33%에 달한다. 상당수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최저임금 시행령案, ‘속도조절’한다더니 가속페달 밟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계산되기 때문에 근로시간이 늘면 그만큼 임금을 따라 올려야 최저임금 기준을 맞출 수 있다”며 “약정 주휴시간을 빼도 월 근로시간은 209시간이 되기 때문에 최저임금 20% 인상 효과가 난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들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30% 올랐으니 내년부터는 50%의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한편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보수언론의 주장과 재계의 반발이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최저임금 마녀사냥’ 이제 그만하라”는 사설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은 최저임금법 제정 이후 30년간 행정해석으로 적용해 온 월급제 노동자의 시급 전환 산정 방식을 법제화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경향은 “결국 재계의 주장은 최저임금 논란을 계기로 ‘유급휴일’ 제도를 사실상 없애자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도입된 지 65년 된 유급휴일 제도의 개편은 논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최저임금과 별개로 노동급여의 기본 체제를 바꾸는 일”이라고 했다.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기형적 임금체계 아래선 최저임금 논란 반복된다”며 임금체계의 문제를 지적했다. 한겨레는 “(공휴일 임금 적용은) 지난 수십년간 보편적으로 각 기업이 적용해온 기준”이라면서 “그런데도 재계와 보수언론은 대법원 판례와 몇몇 고액 연봉자 사례를 내세워 정부가 새롭게 기준시간을 확대하는 양 쟁점을 호도했다”고 반박했다. 연봉 5천만원 노동자가 최저임금 대상자가 되는 현실에 대해 한겨레는 “이는 해당 사업장의 기형적 임금체계 탓이지, 최저임금 탓이 아니다”면서 “안 그래도 산입범위가 늘었는데 기준시간마저 현행보다 줄어든다면 최저임금 인상효과는 급감하고 저임금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을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겨례와 경향의 관행론에 대해 다른 견해도 제시되었다.

매일경제는 “최저임금 근로시간 산정, 부분 수정만으론 미흡하다”는 사설에서 “최저임금 근로시간 산정은 비용 문제를 넘어 일단 정해지면 강력한 구속력을 갖기 때문에 기업들에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최저임금 거꾸로 보완, 설명해야 할 대통령은 성탄절 휴가”란 사설에서 “월급 주는 사람이 감당하지 못해 사업을 접거나 근로자를 줄이면 최저임금 인상은 독(毒)이 된다. 지금 그 역설이 민생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데도 이 정권은 외면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대법원은 2007년 이후 일관되게 "실제 근로시간만 따져서 최저임금을 계산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올 6월에도 같은 판결이 있었다”고 소개하고, “정부는 이 판결을 뒤집으려고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근거를 만들어 대못을 박겠다고 나섰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최저임금 부담은 그대로…이런 시행령 수정 왜 했나"고 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법정 주휴시간(8시간) 외에 4~8시간의 약정 휴일시간을 추가로 두고 있는 곳은 그나마 임금 지급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라면서 “정부의 이번 조치가 약정 유급휴일을 둘 형편조차 안 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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