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5 오늘] 눈물의 흥남철수…크리스마스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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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 오늘] 눈물의 흥남철수…크리스마스의 기적
  • 김인영 에디터
  • 승인 2018.12.1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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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러디스 빅토리호, 무기 버리고 피난민 1만4천명 태워

 

1950년 12월 15일부터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까지 10일 동안 함경남도 흥남에서 미 제10군단과 한국군 제1군단이 선박으로 철수했다. 흥남철수작전이다.

퇴각하는 한국군과 미군을 따라서 북한 지역에 살던 주민들도 대거 남쪽으로 피난을 내려오면서 수많은 난민과 이산가족이 발생했다. 흥남에서 배를 타고 내려온 피난민만 해도 10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11월 27일 중국 제9병단은 장진호 지역에서 미 제10군단을 기습 공격했다. 혹독한 겨울 추위에도 불구하고 17일간의 전투가 벌어졌다. 11월 27일부터 12월 13일까지 3만여명의 유엔사령부 병력이 12만명의 중공군의 공격을 방어했지만, 포위되었다.

유엔군은 철수를 위해 싸움을 이어 나갔고, 중공군의 포위를 돌파했다. 제10군단의 흥남 철수 작전이 유엔군의 북한 철수의 마지막 단계였다. 이 장진호 전투는 미국 전쟁사에서 가장 혹독한 전투로 기록되고 있다. 미 1 해병 사단은 자신의 10배에 달하는 12만명의 중국군 남하를 지연시켰고, 포위를 뚫고 흥남에 도착, 남쪽으로 철수하는데 성공했다.

철수하는 미군과 한국군을 따라 10만여 명에 이르는 피난민도 38선 이남 지역으로 내려왔다.

 

▲ 메리디스 빅토리호에 탑승하는 피난민들 /유튜브 캡쳐

 

그중 가장 가슴 뭉클한 사연은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 호(SS Meredith Victory)의 스토리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1950년 12월 부산에 물자를 내려놓은 뒤 12월22일 흥남부두로 갔다. 당시 흥남부두는 미군과 한국군 10만5,000명과 피난민 9만명으로 혼잡한 상태였다.

미국 군함과 비행기가 중공군에 폭격을 하는 동안 군함과 상선 약 200척이 흥남 철수 작전에 동원됐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정원은 60명이었고, 이미 선원 47명이 타고 있었기 때문에 13명만 더 태울 수 있었다.

당시 미 제10군단 고문으로 있던 한국인 의사 현봉학씨가 피난민들을 모두 태워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선장 레너드 라루(Leonard LaRue)는 배에 실려있던 무기를 모두 버리고 피난민을 최대한 태우라고 명령했다. 피난민들도 자신의 짐을 버리고 승선해 모두 1만4,000명이 탈 수 있었다.

피난민이 승선하는 동안 미 육군 3사단은 후방을 방어하다 세명이 죽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28시간 동안 항해해 부산항으로 이동했다. 음식과 물, 이불, 의약품이 모두 부족했고, 적이 공격하는 와중이었지만 희생자는 한명도 없었다.

선원들은 옷을 벗어 여성과 아이들에게 줬지만 상태는 심각했다. 젊은이들이 음식을 달라며 폭동을 일으키기 직전까지 갔다.

12월 24일 부산항에 도착했지만 피난민으로 가득찼다는 이유로 입항이 거절됐다. 라루 선장은 할 수 없이 50마일을 더 항해해서 크리스마스인 25일 거제도 장승포항에 피난민을 내려놓았다. 항해 도중 아기 5명이 태어났다.

메러디스 빅토리 호는 한때 가장 많은 난민을 태우고 항해한 배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 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도 타고 있었다.

라루 선장은 흥남 철수 작전 당시 상황을 나중에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쌍안경으로 비참한 광경을 봤다. 피난민들은 이거나 지거나 끌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항구로 몰려들었고, 그들 옆에는 병아리처럼 겁에 질린 아이들이 있었다.

때때로 그 항해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떻게 그렇게 작은 배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태울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한사람도 잃지 않고 그 끝없는 위험들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그해 크리스마스에 황량하고 차가운 한국의 바다 위에 하느님의 손길이 우리 배의 키를 잡고 계셨다는 명확하고 틀림없는 메시지가 내게 와 있었다."

지금도 이 일을 기리기 위해 경상남도 거제시의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는 흥남철수작전의 메레디스 빅토리호 모형이 세워져 있다.

 

▲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있는 흥남 철수 작전 기념비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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