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없는 이탈리아 명품 디자인회사 알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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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없는 이탈리아 명품 디자인회사 알레시
  • 김현민
  • 승인 2018.11.1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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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 디자이너 없이 전세계 디자이너와 교류…“시장 트렌드 쫓지 않고 창조”

 

이탈리아에는 명품 회사들이 많다. 명품은 같은 재료를 쓰는데도 소매가격이 보통의 상품에 비해 몇배나 높다. 브랜드 값이다. 그 브랜드의 가치는 오랜 역사와 디자인에서 나온다.

코트라 밀라노 무역관이 지난 10월 우리나라 중소기업인들과 함께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명품회사를 방문하면서 보고서를 정리했다.

그중 흥미를 끄는 방문지가 알레시(Alessi)라는 명품 금속주방용품 업체였다.

 

▲ 자료:코트라 밀라노 무역관

 

코트라 밀라노 무역관의 보고서를 소개한다.

알레시 본사는 밀라노에서 약 100km 떨어진 오메냐(Omegna)라는 작은 마을에 있다. 방문자들은 과연 이런 시골 마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인 용품 회사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마을은 조용하고 한적했다고 한다.

알레시는 1921년 창업자 지오반니 알레시(Giovanni Alessi)가 이탈리아 북부 오메냐에서 금속 주방용품 가내 수공업체를 창업해 장인 정신에 예술성과 상품 디자인을 더해 세계적인 생활용품 명품기업으로 성장했다. 1970년대에 들어 알레시의 3대손인 알베르토 알레시(Alberto Alessi)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단순한 주방용품이 아닌 예술성을 띤 감성적인 디자인 상품들을 선보이며 디자인 역사에서 한 획을 그으며 세계적인 명품기업으로 거듭났다.

 

알레시의 제품군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번째는 ‘오피치나 알레시(Officina Alessi)’ 라인으로 디자인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제품들이다. 이 라인에 속한 상품들은 보통 유명 디자이너와 합작해서 만든 독특한 디자인 상품이 많은데 대중들에게 접근성이 높지는 않지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둘째는 ‘알레시(Alessi)’ 라인인데 스테인리스로 만든 제품들이 포함된다.

셋째로 ‘아디 알레시(A di Alessi)’ 라인에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디자인이 많으며, 알레시의 대표작들이 대부분 이 라인에 속해 있다. 다른 라인의 제품들과 달리 딱 봤을 때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쉽게 한 눈에 파악이 가능한 특징이 있고, 당연히 세 가지 라인 제품군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한다.

 

▲ 알레시의 제품들 /자료: 코트라 밀라노 무역관

 

알레시가 세계적인 명품 디자인용품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결정적 요인은 디자인의 힘이다.

놀라운 것은 정작 이 회사 내에 근무 중인 약 400명의 종업원 가운데 디자이너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알레시는 사내에 근무하는 전속 디자이너의 개념을 버리고 세계 도처의 디자이너들과 자유롭게 교류함으로써 독창적이고도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 회사는 이들 디자이너에게 상품 판매량에 따라 지불되는 로열티로 보상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이며 디자이너인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가 디자인한 와인 오프너 ‘안나 G(Anna G)’, 이 시대 최고의 산업디자이너로 불리는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이 디자인한 오렌지 즙 짜개 ‘주시 살리프(Juicy Salif)’ 등도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알레시의 상품들이다.

 

회사 내에는 알레시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에는 프로토타입(prototype)만 나오고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들과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엔지니어들이 실제 상품으로 구현하는 과정을 알 수 있는 각종 시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안내자는 실용성, 생산성도 중요하지만 디자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1980년대에 새가 달린 모양의 주전자를 출시했는데, 당시 시장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형태였기 때문에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디자인에 매료된 대중들이 이 주전자를 선뜻 구매하면서 히트상품이 되었다. 혁신적인 디자인이 상품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좋은 사례다.

 

▲ 자료:코트라 밀라노 무역관

 

알베르토 알레시 사장은 방문자들과 대화를 주고 받았다.

- 알레시의 제품개발 철학은 무엇입니까?

▲시장의 유행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함으로써 시장의 트렌드를 바꿔나가는 것입니다. 저희는 신제품을 개발할 때 유행을 고려하거나 시장의 트렌드를 조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를 배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디자이너와 함께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 수가 있거든요.

- 디자인 중심 기업이면서도 회사 내에는 디자이너가 아예 없습니다. 외부 디자이너들과 협력은 어떻게 이루어집니까?

▲ 우선은 작품경력을 고려하여 디자이너와의 협력을 결정합니다. 디자이너는 실질적인 기술자와 심도 있는 협의를 통해 복잡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드는데도 관여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제품만 적어도 4~5번을 제작하는데, 난이도가 높은 제품의 경우는 시제품을 10번까지 제작하기도 합니다. 즉,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지속적으로 협력을 합니다. 디자이너에게는 완성된 제품의 매출액 중 약 3%를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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