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노딜' 가능성에 유럽기업 초비상

북아일랜드 국경문제 부상…해묵은 민족감정에 영국내 강경파 득세 김현민l승인2018.10.2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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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 국경선 설치 문제로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현상이 난항을 보이면서 유럽기업들이 비상대책 수립에 돌입했다. 브렉시트 협상이 깨질 경우, 관세 부과에 따른 혼란으로 부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이던 영국과 EU의 소프트 브렉시트 협상이 북아일랜드(Nothern Ireland)에 국경선을 설치하는 문제로 제동이 걸렸다. 영토에 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 영토에 관해서는 양보가 없다.

 

지난 17~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EU와 영국은 북아일랜드 국경에 관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EU측 주장은 북아일랜드를 EU관세동맹에 남겨두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영국 영토에서 북아일랜드를 떼어내 EU의 자유무역지대에 포함시키고,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이라는 본섬만 EU에서 탈퇴하라는 것이다.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 섬에 위치하고 있다. 아일랜드 섬의 북쪽은 영국령이고, 남쪽은 아일랜드라는 별도의 국가로 EU 회원국으로 남아있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영국과 EU 회원국 사이에 거래되는 상품에 대해 관세가 부과된다. 영국 본토인 그레이트 브리튼 섬은 공항과 항만에 세관을 설치하면 되지만, 북아일랜드는 EU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육지로 연결되어 있어 국경선에 세관을 설치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사이 국경선에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것을 감시하기 위한 경계망을 설치해야 한다. 이 문제는 북아일랜드를 두고 영국과 아일랜드의 해묵은 민족감정을 자극했다.

 

▲ 자료:코트라 브뤼셀 무역관

 

아일랜드는 1차 대전 직후인 1916년 오랜 무장투쟁의 결과로 독립을 얻었다. 그 와중에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계가 많이 살고 있는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으로 남겨두었다. 아일랜드는 독립 이후에도 북아일랜드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북아일랜드 무장단체인 IRA는 1968년부터 북아일랜드에서 유혈충돌을 벌였고, 그후 30년간 3,259명의 사망자와 5만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1998년 4월 10일 영국과 아일랜드는 벨파스트 협정(굿프라이데이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서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 6개주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하는 대신에 영국은 국경을 허물기로 합의했다. 이에 북아일랜드의 카톨릭계 주민들도 저항을 멈췄고, 평화체제가 이행되었다.

 

이제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관세를 물리기 위해 국경선을 통제해야 한다. 이 문제에 EU 회원국인 아일랜드가 반발하고, EU가 아일랜드를 대변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접경지대는 500km에 달하고 하루 평균 4만명가량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영토는 다르지만 아일랜드 섬 자체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여 있는 상황이다.

영국이 EU 회원국일때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영국이 EU를 탈튀하면서 국경선의 의미가

다시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영국은 북아일랜드에 500km의 장애물을 설치하고 세관을 두어야 할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아일랜드와 이 나라를 지원하는 EU는 북아일랜드는 브렉시트에서 예외로 하자는 것이다.

영국 본섬과 북아일랜드의 보수주의자들이 불쾌해 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아일랜드와 EU의 주장대로 하면 브렉시트를 하면서 북아일랜드의 영토를 떼주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곤경에 빠졌다. 그는 단계적으로 절차를 밟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진해왔다. 그동안 EU측도 테리사 메이 총리의 의견을 존중해주었다. 영국과 EU는 지난해 12월 1단계 협상에서 최악의 경우 북아일랜드 국경통제(하드보더)를 피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인 내용 합의는 없었고, 가장 민감한 문제를 추상적으로 언급하고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데드라인이 임박해지면서 북아일랜드 국경문제가 주요 이슈로 불거졌다. 어물쩡 넘어갈수 없는 상황이 다가온 것이다.

EU측은 하드보더 설치를 막기 위해서는 북아일랜드를 EU 관세동맹으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북아일랜드가 영국의 타지역과는 다른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영국이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이렇게 되자 런던과 벨파스트의 강경파들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협상을 깨더라도(no deal) 국경선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메이 총리가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를 이끄는 민주연합당(DPU)은 “노딜 브렉시트도 불가피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발표했다. 메이 총리의 보수당은 지난번 총선에서 의석을 잃어 북아일랜드의 DPU(10석)과 연정을 구성해 간신하 과반을 넘겨 정권유지하고 있다. 보수당내 강경파, DPU의 반발로 어쩌면 총리 교체사태가 올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자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코트라 브뤼셀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브렉시트 노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럽의 산업계는 제품 공급 차질을 우려해 재고 비축 등 비상대책을 본격적으로 가동화하고 나서고 있다.

유럽 자동차협회 ACEA에 따르면, 협상 진전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관련 기업들은 대비책으로 부품들을 추가 확보 중에 있으나 재고 비용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제과기업 Mondelez는 초콜릿을 비롯한 원재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경우, 노딜 발생 시 1주일에 10억 유로 규모의 매출액 손해를 전망하며 해당 부품의 여유 분량을 추가로 주문하고 있다.

 

영국이 EU를 공식적으로 탈퇴하는 시기는 내년 3월 29일이다. 절차상으로 내년 3월까지는 EU와 영국 의회가 탈퇴조약에 비준해야 한다.

다급해진 메이 총리는 지난 6월 브렉시트를 1년간 연장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EU와 영국 내부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EU는 영국이 또다시 유리한 조건만 골라 담는 체리피킹을 하고 있다고 반대했으며, 보수당내 강경파들은 더 이상 EU의 속국으로 남기 싫다며 반발했다.

시간이 없다. 적어도 연말까지는 타협안을 도출해야 한다. 양측은 오는 11~12월 두달간 협상을 가속화해 오는 12월 예정된 정상회담 때 최종안을 내야 하는 입장이다.


김현민  inkim23475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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