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평양 동행 거절…“일방통행” vs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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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평양 동행 거절…“일방통행” vs "안타깝다”
  • 김현민
  • 승인 2018.09.11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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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쓱해진 청와대…“촉박한 일정에 사전 조율 없어”, “비준 압박용”

 

청와대가 머쓱해졌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브리핑에서 국회의장단과 5개 정당 당대표 등 9명의 정치권 인사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행에 동행을 제안했지만, 두시간만에 9명중 6명이 거부했다.

임종석 실장은 "그간 남북 교류협력이 정부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국회가 함께해야 제대로 남북 간에 교류협력이 안정적으로 될 수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문 대통령의 방북에 동행할 의사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국회의장단과 국회외교통일위원장도 국회일정 등을 들어 거부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방북에 동행하겠다는 정치인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3명으로 압축됐다. 함께 가자고 요청한 9명 중 3명, 반쪽도 아니고 3분의1쪽이 된 것이다.

청와대는 사전에 일정조율이 없었던 것 같다. 오죽했으면 여당 출신 국회의장 측에서 "입법부 수장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 청와대가 무례하다"는 날 선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11일 주요 신문들은 청와대의 제안에 대한 논평을 냈다. 하지만 시각차는 현격했다. 조선·중앙은 청와대의 일방 통행에 문제제기를 했고, 한겨레·경향은 국회 의장단과 보수야당의 불참 결정을 안타깝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의 제안에 대해 사설에서 “국회·야당을 일렬종대로 김정은 앞 수행단 만들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의 퇴짜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청와대는 야당과 아무런 사전 조율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초청 발표를 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상회담에 함께해 주시기를 정중하게 요청드린다"면서도 "아직 (당사자들에게) 설명드리기 전"이라고 했다. 초청에 진심이 담겨 있다면 먼저 충분한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순서인데 거꾸로 됐다. 정상회담 1주일 전에 이런 민감한 이슈를 툭 던져 놓으면 정말 야당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국회의장단은 물론 야당 대표들까지 남북 정상회담의 수행단 일부를 꾸리듯 하는 발상으로 접근하니 퇴짜를 맞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중앙일보도 사설을 내고 “사전조율 없는 동행 초청, 비준 동의 압박용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문제는 이런 여론몰이식 압박이 가져올 후유증이다. 오히려 야당의 반발과 한·미 탈동조화 현상만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당장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실질적 비핵화가 확인되면 그 결과에 따라 우리도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실질적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는 약속을 해 오길 바란다”고 초청 거절 의사를 밝혔다.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국회의장단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에 비해 한겨레는 “여야, 평양 남북정상회담 성공 위해 뜻 모으길” 바란다는 취지의 사설을 실었고, 경향신문도 “야당의 평양 남북정상회담 동행 불참 결정 안타깝다”고 했다.

“남북문제는 여야가 가능한 한 합의를 토대로 차분히 추진하는 게 좋다. 정부·여당은 과욕을 부려 너무 밀어붙이려 해선 안 된다. 야당은 남북문제에 관한 한 비협조로 일관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여야 모두 역사적인 평양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서로 배려하고 지혜를 모아 협력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한겨레)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문시해온 야당이 이번 기회를 포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진정성이 있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기회 아닌가.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국면임을 감안하면 ‘정부의 들러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동의하기 어렵다. 이런 태도라면 앞으로 ‘의원외교’는 입에 올리지도 말아야 한다. 김병준 위원장과 손학규 대표는 평소 한반도 평화협력을 강조해 왔음을 시민들은 기억한다. 이제 두 사람은 ‘한반도 대전환’의 중대 국면에서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어깃장만 놨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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