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각] 국가책임 일깨운 북한산 석탄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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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각] 국가책임 일깨운 북한산 석탄반입
  • 김현민
  • 승인 2018.08.1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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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방지엔 한 목소리…한겨레, 경향은 정쟁화에 경계

 

관세청이 10일 북한산 석탄 반입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10개월이나 걸린 조사였다. 조사 결과, 2017년 4월부터 10월까지 7회에 걸쳐 시가 66억원에 상당하는 북한산 석탄 등 3만5,038톤을 러시아에서 다른 배로 환적해 한국으로 수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원산지 증명을 위조한 혐의를 받는 수입업체 3곳과 대표 3명을 검찰에 기소했다. 관세청은 모든 책임을 수입업자의 일탈 행위로 돌렸다.

정상적인 시장 거래를 막을 때 암시장이 발생한다. 북한은 국제적인 경제제재로 외화가 고갈되고, 이에 국제 경화(硬貨)를 얻기 위해 국제적 규제의 구멍을 뚫고 낮은 가격의 거래를 몰래 시도했다. 국내 업체들이 물물교환과 환적의 방식으로 국제시장에서 차익거래(arbitrage)를 한 것이다.

하지만 인공위성과 인터넷망을 통해 전세계 움직임을 들여다보는 미국의 조사망에 이런 밀거래 행위가 탐지되었다. 미국은 VOA(미국의 소리방송) 등에 그 사실을 흘렸고, 국내 언론들은 이를 받아쓰면서 사건이 확대되었다.

문제는 우리기업이 대북제재의 구멍을 이용한 것을 우리 정부가 몰랐는지 하는 점이다. 비판의 타깃은 우리 정부의 허술한 관리 능력에 맞춰져 있다. 게다가 남북 유화국면을 틈타 정부가 국내기업의 대북 규제를 느슨하게 관리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알고 있더라도 북한의 눈치를 보며 일부러 태만하게 단속하지 않았는지 하는 점들이다.

 

▲ 자료: 관세청

 

11일 주요 신문들은 관세청의 북한산 석탄반입 조사결과를 놓고 일제히 논평을 내놨다. 조선·동아·중앙 등은 대북 제제에 구멍이 난 이유를 철저히 밝혀 재발 방지를 요구한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관세청 조사를 계기로 이번 사태를 더 이상 정쟁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는 “이상한 北 석탄 정부 조사 과정, 국정조사로 밝혀야” 한다는 사설에서 “한 번 더 반복되거나 또 다른 '제재 구멍'이 드러난다면 한국이 미 제재 리스트에 오르는 악몽이 현실로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무슨 변명으로도 10개월이란 시간이 걸린 것은 사실상 고의적인 태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사안은 미국이 관련 정보를 알려준 것이었다. 그런데도 지난달 외신이 '북 석탄'을 보도하기 전까지 숨기고 있었다. 특히 관세청은 발주 업체인 남동발전을 조사하면서 '북한'이란 말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 심기를 거스를까봐 눈치 보면서 쉬쉬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외신이 보도하지 않았으면 지금도 숨기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가 국정조사로 북한 석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열 달이나 걸린 이유가 무엇인지, 관세청이 북한 석탄 조사라는 사실을 조사 대상 업체에 알리지 않은 이유 등을 밝혀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동아일보도 “‘美 제재망 걸리면 못 빠져나온다’ 일깨운 北 석탄 사태”란 사설에서 “관세청 등 관련 기관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재발 방지 시스템을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일부 수입업자의 일탈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대북제재 이행보다 남북경협을 우선시하는 듯한 문재인 정부의 분위기가 북핵 문제의 최우선 당사자인 한국이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당할까 봐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단초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번 사태로 우리 정부가 미국의 전 세계적 제재망은 피하기 어렵고, 한 번 걸리면 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배웠으면 한다.“

 

중앙일보는 “국제적 불신 부른 북한산 석탄 밀반입”이란 사설에서 “석탄 밀반입 사건은 우리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믿음에 중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유엔 금수 품목인 북한 석탄이 밀반입됐다는 점에서 국제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 2017년 8월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2371호는 북한 광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결의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ICBM) 도발에 대한 응징이자,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압박하는 핵심 수단이다. 이런 국제사회 결의를 핵심 이해 당사국인 한국이 어겼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당장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신고를 받고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정부가 한국 업자-북한 당국-러시아 간 ‘석탄 커넥션’이 1년 넘게 가동되도록 묵인했을 거란 합리적 의심이 제기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한겨레신문은 “북한산 석탄 반입, 지나친 정쟁화 옳지 않다”라는 사설을, 경향신문은 “북한 석탄 밀반입, 재발대책 마련하되 정쟁도구 안된다”는 사설을 각각 내고, 이번 사태가 문재인 정부에 불똥이 튀어 정쟁화하는 것을 경계했다.

한겨레는 “보수언론과 정치권의 공세와는 상관없이, 이번 수사로 일부 업체의 안보리 제재 위반 사실이 확인된 것은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면서 “정부는 대북 제재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국제 제재의 틀을 준수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일부 업체가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속여 몰래 들여왔으며, 관련 첩보를 입수한 정부가 수사를 통해 사실을 밝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사건이 커다란 정치적 쟁점이 된 것은 일부 보수언론과 야당의 과도한 의혹 부풀리기 탓이 크다. 이들은 정부가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을 인지한 뒤에도 관련 선박을 억류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하지만 지나친 정치공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안보리 결의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을 경우’에만 억류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대북 제재의 선봉에 선 일본도 의심 선박들의 입출항을 막지 않았다.

이번 사태가 한-미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식의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사건 초기부터 미국과 공조해온데다 미국 정부가 연일 한국 정부를 신뢰한다고 밝히고 있는데도 이런 식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에 가깝다.“

 

경향신문은 “북한산 원자재의 불법 반입으로 대북제재망의 허점이 드러난 만큼 범정부 차원의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국제공조와 관계기관 간 협조를 통해 대북제재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안은 기본적으로 유엔 제재 위반이기도 하지만 북한이 연루된 민감한 문제이다. 불법에는 엄정하게 대응하면서도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근거도 없이 정부가 북한산 석탄인 줄 알면서 방치했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지나치다. 국제 제재는 준수해야 하지만 정쟁의 도구로 삼아 쓸데없이 관련 당사국들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국제사회에서 아무도 한국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하지 않는데도, 줄기차게 한국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창하는 꼴인 한국당과 보수언론의 무책임한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미 간 북핵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의 길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해서는 안된다.”

 

천영우 (사)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동아일보 컬럼에서 “북한산 석탄 불법반입은 국가적 수치”라고 했다.

국제제재를 피하기 위한 북한의 밀무역 수법은 제3국 또는 공해상에서 환적하는등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영해와 항구에서 버젓이 무역거래를 한 행위는 대화국면을 틈탄 우리 정부의 소극적 단속에 있었지 않았는지 하는 의문을 풀기 어렵다. 천영우씨의 지적처럼 이런 불법행위는 기업과 개인의 책임을 넘어 국가의 책임으로 확대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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